태권도 151회 차
월요일. 태권도 심사가 있는 날이다. 조금 일찍 가서 미리 몇 번 연습할까 했는데 도서관에 들르느라 제시간에 도착했다. 사실 학교에서 몇 번, 집에서 몇 번 연습을 했었다. 오랜만에 상의까지 도복을 입으니 지르기 할 때 소리가 나서 기분이 좋았지만 덥기도 했다. 노란띠 두 분 중 한 분은 도복 입으라는 메시지를 못 보고 티셔츠를 입고 오셨다. 이번에도 우리 셋만 있었고, 사범님 두 분이 한 분은 구령을 다른 한 분은 사진을 담당하셨다. 심사 때는 관장님이 앞에 테이블을 놓고 노트북을 보면서 관람하시는데 그게 왠지 엄청 긴장되게 했다. 아마 국기원은 이보다 몇 배로 긴장될 것이다.
기본 지르기와 막기, 발차기만 했는데도 숨이 가빴다. 다음에는 미트 발차기를 했다. 얼굴 돌려차기를 다섯 번씩 차는 것이었다. 가장 마지막에 등록한 노란띠부터 하셨는데 그새 엄청 늘어서 자세가 정말 좋았다. 다음에 하신 분은 파워가 정말 좋다. 내가 마지막에 했는데 가장 자신 없는 얼굴 돌려차기를 하면서 미트를 맞추지 못하고 너무 높이 차기도, 몸이 흔들리기도 했는데 다행히 관장님이 오른발은 높게 차고, 왼발은 자세가 좋다고 해 주셨다.
노란띠부터 태극 3장을 먼저 했다. 두 분이 쌍둥이처럼 너무 똑같이 잘했다. 다음에는 내가 할 차례였는데 노트북 긴 선을 연결하느라 앞에 서서 잠시 기다리느라 더 긴장이 되었다. 늘 하던 대로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회전 중 몸이 흔들리기도 하고, 잠시 한 동작을 틀릴 뻔하다 바로잡기도 했다. 큰 사고는 없었는데 관장님이 동작 사이에 쉼이 길어 혹시 잊었나, 하면 또 하고, 또 잊었나, 하면 또 한다고 말씀하셨다. 원래 홍사범 님이 느리게 해도 되니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동작을 구사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하신 말씀 덕분에 연결마다 조금씩 간격을 둔 것인데 그게 너무 길었나 보다. 앞으로는 정확하지만 연결이 자연스럽게 되도록 연습해야겠다.
마지막에는 겨루기도 했다. 다리와 팔 보호대를 차고 둘씩 겨루기를 했는데 나는 두 번 연속으로 했더니 두 번째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직접 차지 않았는데도 심사 날이라 그런지 접촉이 많았다. 아프진 않았다. 다들 정말 열심히 하셨다. 땀이 많이 났다. 격파를 위한 송판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하지 않으셨다. 팔목 아팠던(이제 거의 완쾌되었다) 나를 배려함이셨을까? 심사가 끝나고 앉은자리에서 새 띠 교체식을 했다. 나는 밤띠를 얻었고, 다른 두 분은 파란 띠가 되었다. 너무 기쁜 날이었다. 우리는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