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으로 맺은 인연(3)

by Kelly

어느 토요일 아침. 주말인데도 조금 일찍 일어나 챙긴 후 레슨을 받고 주중에 맡긴 악기를 찾으러 서초동으로 향했다. 너무 쨍한 소리가 나는 악기의 사운드포스트와 브릿지를 바꾸느라 맡긴 것이었다. 너무 기대를 한 것이었을까? 음의 균형은 잡혔는데 특정 음에서 나던 소리가 계속 나는 것이 거슬렸다. 악기 자체가 딱딱해 E 현 소리가 부드러워지지 않는다고 하셨다. 아쉬웠지만 세컨으로 쓸 악기에 더 이상 돈을 투자하기 싫어 그냥 데리고 왔다.


가기 전 공방 앞에 일식 돈가스집이 있는 걸 보고 점심을 그곳에서 먹을 생각에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갔는데 코로나 여파인지 너무 이른 시간이었는지(12시가 넘었는데) 문을 열지 않아 근처 다른 곳에서 먹을까 하다가 갑자기 근방에 사는 대학원 친구가 떠올라 전화를 하고 집으로 초대를 받았다. (내 전화받기 직전에 내 생각을 했다고 한다.) 조심스럽긴 했지만 얼마 전에도 한 번 가서 차를 마신 적이 있어 피칸파이를 사 들고 갔다. 부부만 사는 집인데 남편이 출근하여 혼자 비를 보며 브런치를 만들어 먹었다고 했다. 내가 도착하니 근사한 샐러드와 과일을 세팅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찌나 황홀하던지. 너무 배가 고파 모두 다 먹고 커피를 마시며 바이올린 이야기와 음악, 그리고 인생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학원 동기로 졸업할 때까지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다. 깔끔한 오피스텔의 넓은 창으로 비 오는 경치가 너무 멋지게 보였다. 창을 열어 두어 상쾌하고 촉촉한 공기가 집안을 감쌌다.


우리는 이야기 끝에 각자의 바이올린을 꺼내어 재미있게 놀았다. 사실 친구는 대학원 졸업한 뒤 바이올린을 거의 놓고 있어 늘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어깨랑 목에 통증이 있어 늘 조심하며 연주하던 친구이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못지않아 앞으로 레슨을 다시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다음에 만나면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함께 해 보자고 했다. 그리고 호호 할머니가 될 때까지 계속 함께 바이올린 연주를 하기로 했다. 음악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친구가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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