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과 우정

고스트 라이터 (앨러산드라 토레)

by Kelly

얼마 전 이메일로 이 책을 보내주신다는 출판사의 연락을 받았다. 요즘 바쁜 일들로 그런 메일에 거절 답신을 보내곤 했는데 이 책은 주인공이 소설가여서 읽어보고 싶다고 했다. 유령작가들의 이야기는 그동안 책이나 영화로 있어 왔다. 이 책은 유령작가가 주인공이던 다른 이야기들과 달리 유령작가를 고용한 사람의 사연이다.


4년 전 남편과 하나뿐인 딸을 잃고 넓은 집에서 덩그러니 혼자 살아가는 까칠한 작가가 등장한다. 슬픔으로 가득한 헬레나 로스는 암 진단을 받고 삶의 마지막을 준비할 기간을 보낸다. 그녀에게는 건강이나 다른 어떤 것보다 해야 할 일이 하나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마지막 책을 쓰는 것이다. 쓰고 있던 소설 계약마저 파기하고 애절하게 매달린 데는 이유가 있었다.


쇠약해지고 약 없이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하는 그녀에게 집필은 무리였다. 그녀가 생각해낸 것이 유령작가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내지만 글을 대신 써 줄 사람을 찾는 것이다. 세상에 많은 작가들이 있음에도 그녀가 생각한 작가는 오직 하나, 선정적인 글을 많이 쓰는 마르카 반틀리이다. 이메일로 여러 차례 설전을 벌일 정도로 비판을 하면서도 라이벌로 느끼며 자주 읽게 되는 책의 저자.


우여곡절 끝에 그녀의 고집대로 일이 성사되고 작가를 만나 글을 쓰는 과정이 이어진다. 죽음을 앞둔 작가의 간절한 소망과 글에 대한 열정,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우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처음에는 병원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으며 남은 생을 좀 더 건강하고 길게 이어가지 않고 고생을 사서 하는 그녀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비밀을 간직한 쓰린 마음과 죽음을 앞두고 세상에 알려야만 하는 간절한 소망을 알고 그녀를 이해하게 되었다.


헬레나의 결혼 초반 이야기들을 읽으며 글에 대한 집념이 두렵기까지 했다. 분량을 정해 두고 글을 쓰다 다른 일로 막히게 되면 엄청난 히스테리를 부린다. 심지어 어린 딸이나 이웃에게까지도. 그녀의 모습을 보며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까지는 아니지만 나에게도 그런 이기적인 면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동안 앞뒤 돌아보지 않는 나로 인해 상처 입은 이들은 없었을까? 죽음을 앞두기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돌아보고 사랑해야겠다.


책이 조금 두꺼워 보이긴 하지만 내지가 도톰해 금세 넘어간다. 작가가 등장하는 책이 나에게는 너무나 흥미로워 바쁜 중에도 짬을 내어 열심히 읽었다. 작가가 쓰고 있는 책과 현실의 이야기, 그리고 다른 등장인물들의 관점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들을 짜 맞추어 나가는 저자의 구성력에 감탄했다. 마지막 부분을 혹시라도 모방하는 이가 있을까 걱정되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작가의 목소리에 공감했고, 그녀의 아픔을 함께 느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 주변에서도 가끔 악마 같은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그에 대한 고민을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NG5y0XOfyi0


*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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