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도 허전하지 않습니다 (이소)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데리고 왔다. 학기가 끝나고 새 학년 준비 기간 동안 선생님들은 교실을 이동한다. 나는 운 좋게도 같은 교실에서 4년을 살았다. 이곳에 올 때 아이들 책들 덕분에 15박스나 되는 짐을 사람을 사서 이동해 왔고, 4년을 살았으니 교실에 얼마나 짐들이 많을지 상상이 될 것이다. 교실뿐 아니라 집도 정리 중이다. 책과 옷은 버리고 버려도 가득 차는 참 신기한 물건들이다. 이런 시기에는 이런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치우고 싶은 열망이 샘솟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교실 정리를 반 이상 끝냈다. 많은 책을 팔거나 버렸는데도 작은 책장 하나 가득이니 이번에도 박스 개수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최대 5개는 넘기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초보 제로 웨이스트라는 저자는 버리는 미니멀리스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소비를 한다. 비닐이나 플라스틱이 있는 제품은 되도록 사지 않고, 버리는 옷으로 빵이나 과일 가방을 만들어 가방에 넣고 다니며 사용한다. 조금만 불편하면 지구를 위할 수 있으니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편하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평소에 비닐이나 플라스틱으로 된 것을 적게 사용하고자 노력하긴 하지만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싶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분들 중 많은 이가 채식을 하고 있다. 저자도 마찬가지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지구를 오염시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로 실천하느냐 하면, 생선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음식도 먹지 않는다. 육식을 아주 좋아하지는 않지만 해산물을 좋아하는 나는 그렇게까지 채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렇게 철저하게 실천하는 분들이 존경스럽긴 하다.
비닐 싸인 수많은 물건들, 집에 오면 바로 벗겨져 분리수거 통으로 직행하는 물건들을 줄이면 좋겠다. 그래서 동네에 과일 가게들이 많이 생기나 보다. 비닐에 싸인 포장된 과일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구입할 수 있어서 좋다. 석유에서 나온 비닐 대신 이용할 수 있는 포장재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줄이거나 생분해 소재로 대체되는 세상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이분이 이용한다는 알맹 상점을 찾아보니 멀리 있어서 우리 동네에 있는 제로 웨이스트샵을 검색하니 생각보다 여러 군데 있었다. 며칠 전 어깨 주사를 맞은(거의 완쾌되었다) 병원 건물에도 하나 있어서 조만간 가 보려고 한다.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재미있을 것 같다. 가격이 좀 비싸겠지만 지구를 위해 작은 투자를 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 같다. 치약 리필도 있을까? 펌핑 치약을 이용하는데 입 안에 들어갈 거라 그런지 리필을 팔지 않는 것 같았다. 작은 플라스틱 통을 버리고 새로 놓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고체 치약은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아 어떨지 모르겠다.
다시 쓰레기 버리는 일로 돌아와서, 며칠째 교실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으니 힘은 들지만 기분은 좋다. 서랍을 하나씩 비우고, 캐비넷과 사물함을 비우는 동안 내가 가진 물건들을 알게 되고, 그동안 잘 쓸 수 있는데도 구석에 들어 있어 사용하지 못한 물건들도 있음을 알았다. 최소한의 물건만 남기고 다른 이에게 주거나 과감하게 버리고 앞으로는 물건이 늘지 않도록 교실에서도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싶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사무실 짐 뺄 때 달랑 박스 하나만 들고 나가는데 그러고 보면 교사들은 짐이 참 많기도 하다. 언젠가는 쓰겠지 하고 매년 들고만 다니던 것들은 과감히 처리하고, 학습용 도구들은 공용 물품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물건 없는 정리된 교실에서 근무하면 기분이 더 좋을 것 같다. 남은 짐을 모두 정리하고 깨끗이 닦아 다음에 교실을 사용할 선생님이 상쾌하게 들어오실 수 있도록 흔적을 남기지 말아야겠다.
* 목소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