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쓰레기 1제로 (캐서린 켈로그)
학년말을 맞아 교실 대청소를 했다. 청소뿐 아니라 대대적인 정리를 했다. 그동안 여기저기 나눠져 있던 개인 물품을 모두 모아 박스에 담아 두었다. 교실을 한 번 더 쓸지, 아니면 이사를 가야 할지 2월 초에 결정이 될 예정이라 그때 급히 짐을 싸는 것보다 다시 짐을 풀게 되더라도 이번 기회에 싹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며칠에 걸쳐 조금씩 정리하다 아이들 졸업시킨 다음날 반나절 내내 정리해서 마무리했다. 있는지 모르고 사용하지 못한 물건들과 있는데 또 구입했던 것 등을 하나로 모아 있는 것은 다시 구입할 필요가 없도록 재고 파악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식구가 많아 물건도 많은 우리집에서도 며칠간 정리를 했다. 한 군데씩 정리하다 결국 온 집안을 싹 바꿨다. 책은 좋아하는 것들만 남기고 팔거나 버렸고, 흩어져 있던 필기도구를 비롯한 문구용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나오지 않는 볼펜들이 그렇게 많을 줄 몰랐다. 싱크대와 신발장을 정리했더니 새 집에 이사 온 느낌으로 상쾌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밀려왔다. 복잡하기 짝이 없던 팬트리(김치냉장고 있던 자리에 트롤리들을 놓고 마련한 곳)도 모두 꺼내어 다시 정리했다. 라면과 김, 그리고 과자류를 종류대로 정리해 두니 있는지 모르고 같은 걸 다시 살 염려가 없어졌다. 냉장실도 정리했고, 냉동실에 있는 식재료들을 하나씩 꺼내어 먹는 중이다. 버리고 정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건을 많이 사두지 않으면 버릴 일도 줄어든다. 이 책은 그런 취지에서 썼다. 작가 이름을 보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가 외국인이 저자인 걸 나중에 보았다. 우리나라도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 외국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저자가 2년 동안 모은 쓰레기가 473mL짜리 유리병에 모두 들어갈 정도라 정말 놀랐는데 책에 있는 대로만 실천한다면 그럴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오래전 몸이 줄어드는 드라마인가를 본 기억이 난다. 수많은 화학세제들 때문이라는 기발한 발상에서 시작된 이야기였다. 이 책의 저자도 유방암 공포증을 경험한 후 자신의 몸에 닿고 몸을 위해 먹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책에 있는 내용들 중 샴푸 대신 베이킹소다와 식초로 머리 감는 것이 나오는데 나는 요즘 D 비누로 머리를 감고 있다. 그동안 비누로 머리 감는 걸 많이 시도해 보았지만 너무 뻣뻣해 포기했는데 이 비누는 샴푸보다 잘 씻겨 내려가고 두피 트러블이나 가려움도 사라지게 한 고마운 물건이다. 샴푸를 사용하지 않은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아토피 증상이 있는 나는 그동안 바디 제품도 정말 다양하게 바꿔 가며 사용했다. 쓰다 만 바디로션이 엄청 많았다. 그런데 얼마 전 지인이 비누를 만들었다며 천연 비누를 몇 개 주셨는데 그걸로 몸을 씻은 다음부터는 가려움이 완전히 사라지고 보들보들해졌다. 녹두가루가 들어갔다고 하셨는데 그것 덕분일까? 바디로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어쨌든 얼굴도 그 비누로 씻는데 정말 만족스럽다. 그분에게 레시피를 물어 나도 만들고 싶어졌다.
로션까지 만들 생각은 해보지 못했는데 책에 고체로션 만드는 방법이 나와 있어 한 번 해 볼까 싶다. 밀랍과 올리브유, 그리고 향료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밀랍이 화장품의 재료가 된다는 걸 처음 알았다. 고체 치약을 사용해 볼까 했는데 가격이 비싸고 헤플까 봐 시도해 보지 못했다가 가루로 된 치약이 소개되어 있어 검색하니 우리나라에서도 팔고 있어 소량을 구입했다. 야채나 과일을 마트에서 사거나 택배로 시키면 포장재가 함께 온다. 천 가방을 가지고 동네 과일가게에 가서 구입하해 담아 오고 싶다. 책에 플로깅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지난 학기 반 아이들과 함께 학교 주변 길을 걸으며 쓰레기를 주운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쓰레기가 많지 않아 놀랐고,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어해서 다음에 또 갈 생각이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결코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생활 패턴을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고, 오히려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소중한 습관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가 가진 것을 파악하고 물건은 다 쓴 다음에 구입하고, 일회용품은 사용하지 않으며 간단하게나마 직접 요리해서 먹는 즐거움을 누려야겠다. 요즘은 기업에서도 자연으로 돌아갈 포장재를 사용하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용기에 물품을 담아 판매하는 붐이 일고 있다. 되도록 이런 기업의 제품들을 구입해 많은 기업들이 환경을 생각하는 실천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 목소리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