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번역가 권남희 님의 에세이를 읽고 그녀가 번역한 책들을 빌려왔다. 이 책도 그중 하나이다. 예전부터 제목은 많이 들어왔지만 일본 소설이나 영화를 자주 보지 않아 이번에 처음 만났다. 이 책 역시 일본 특유의 나쁜 사람 없는 영화이고 책이다. 하지만 리틀 포레스트처럼 보다 보면 힐링된다.
둘 중 뭘 먼저 만날까 하다가 책을 먼저 열었다. 얇은 책이어서 금세 읽을 수 있었다. 책은 네 부분으로 나뉜다. 주인공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의 사연이 각 장에서 등장하고, 마지막에 세 여자라는 장이 있다. 영화에서는 각각의 사연이 대사 중 잠깐 나오지만 책에서는 각 장의 앞부분에 자세히 나온다. 영화를 먼저 보고 번역을 나중에 했다는 남희 님은 책을 통해 인물들이 그곳에 온 사연을 더 자세히 알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나도 영화를 먼저 볼 걸 그랬다는 생각도 했다. 그랬으면 책을 읽을 때 영화 속 주인공들을 떠올리며 상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책을 먼저 읽었더니 내가 그렸던 주인공들과 다른 이미지의 인물들이 나와 조금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는 책에 굉장히 충실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대사가 같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미도리의 요가 장면이나 도둑 이야기는 다르게 변형되어 있다. 영화의 재미를 더하기 위한 노력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카모메 식당이 실제로 있다는 걸 검색하다 알게 되었다. 핀란드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영화와 책으로 궁금증이 생긴다. 핀란드에 가면 이곳을 찾게 되겠지? 저마다의 아픔을 지닌 네 여성이 예쁘게 단장을 하고 여유롭게 바라보던 바다도 보고 싶다. 카페 우르술라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