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승급 심사 날이다. 검은 띠 전에는 띠 오를 때마다 품새 연습을 엄청나게 하곤 했는데 조금 느슨해진 것일까? 아직 익숙하지 않은 고려를 따로 연습하지 않고 도장으로 향했다. 버스로 일찌감치 가 카페에 앉아 책을 읽었다. 중간에 편집자님과 출판 관련 통화를 했는데 끊고 보니 30분이어서 도장으로 달려갔다. 원래 일찍 가서 고려를 연습하려고 했는데 통화가 길어져 조금 늦어버린 것이다. 낮에 잠깐 해 보긴 했지만 바로 전에 한두 번이라도 해 봐야 안심이 되는 나는 심사 내내 불안했다.
오랫동안 주황 띠를 하고 계시던 J 씨는 이번에 빨간 띠를 받게 된다. 6월에 1단 도전하러 국기원 심사를 받기 때문이다. 나는 온라인 심사였는데 6월부터 오프라인으로 바뀐다고 한다. 평소에 늘 잘하시니까 국기원 심사도 잘 해낼 것이다.
관장님과 사범님 두 분, 그리고 J 씨와 나, 이렇게 단출하게 심사를 했다. 하지만 테이블에 노트북을 놓고 앉은 관장님의 평소와 다른 근엄한 모습을 보면 항상 긴장이 된다. 우리는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바로 기본 발차기와 여러 가지 막기 동작으로 앞, 뒤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했다. 습한 날이어서 금세 땀이 났다. 미트 발차기도 했다. 관장님이 말씀하시는 발차기를 Y 씨와 내가 번갈아가며 했는데 빠른 발 붙여 차기와 뛰어차기의 높이 차이를 생각지 못하고 비슷하게 해 관장님이 비슷하지만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해 주셨다.
다음은 걱정했던 품새다. J 씨가 먼저 태극 8장을 했다. 절도 있게 잘했는데 관장님이 나에게 틀린 부분을 찾아보라고 하셨다. 알고 보니 앞부분에서 발 방향이 바뀌었었다. 그래도 너무 잘했다. 나는 고려 1 단락에서 발차기 후 아금손 목치기를 했어야 했는데 발차기를 빼먹어서 처음부터 다시 했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저녁에 집에서 두 번 정도 할 때부터 빼먹고 연습했던 모양이다. 2 단락 때 발차기 후 균형을 잡지 못하기도 하는 등 엉망이었지만 다행히 마지막은 잘했다. 다음 심사 때도 아마 고려를 하지 않을까? 그때는 완벽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마지막에는 머리 보호대까지 완전무장을 하고 겨루기를 했다. 두 사범님 포함 넷이 돌아가며 2분씩 셋과 붙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중간에 30초나 쉬었을까? 올림픽 출전한 느낌이었다. 게다가 처음에 겨루기 선수인 여자 사범님 Y와 함께 겨루는 바람에 체력이 급소모되었다. 어쩜 그렇게 틈을 안 주고 공격을 하는지. 힘을 50퍼센트만 주기로 하고, 보호대까지 착용해 전혀 아프진 않았는데 공격하고 피하느라 많이 뛰었더니 2분도 안 되어 기진맥진했다. 뒤에는 J 씨와 했는데 체력이 워낙 방전이라 계속 스텝을 뛰어야 하는데 멈춰 서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래도 사범님보단 공격 틈이 있었다. 마지막 홍사범 님은 평소처럼 편안하게 해 주셔서 조금이나마 숨을 돌렸다.
모두 끝난 후 가쁜 숨을 내쉬며 바닥에 앉아 J 씨가 빨간 띠 받는 것을 보고 박수를 쳤다. 내가 빨간 띠 받을 때 생각이 나 감개무량했다. 국기원 심사도 잘 통과하시길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