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동안 새벽같이 일어나 쉼 없이 달렸더니 퇴근 후 바이올린 연습을 하다가 졸음이 쏟아져 잠시 누웠다. 그때만 해도 해가 있었는데 눈을 떠 보니 캄캄한 밤이었다. 잠시 블랙아웃이었다가 오늘이 무슨 요일이었더라, 몇 시지, 하고 생각하다 보니 태권도 가는 날이었다. 8시 10분이라니. 순간 8시 시작으로 착각하고 사범님께 지금 눈 떴다는 메시지를 보낸 후 급히 달려갔다. 다행히 도복을 입고 있었고, 막내가 종강이어서 차로 갈 수 있었다.
가다가 생각해 보니 8시 30분 수업 시작이라 안 늦을 수도 있겠다, 싶어 안심했다. 2분 정도 늦었더니 앞 반 아이들이 막 나가고 빨간 띠와 여자 사범님이 홍사범님과 함께 스트레칭을 하고 있어 합류했다. 다리 찢기를 하고 앞으로 나가며 막기 동작을 했다. 한참 왔다 갔다 하며 국기원 승단심사 내용을 하고 있는데 관장님이 오셨다. 우리는 막 끝내고 품새를 하려던 차였는데 관장님이 다시 하자고 하셨다. 동작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힘을 뺐다가 마지막 순간에 강하게 멈추는 것이라고 하셨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게 잘 되면 품새 동작이 정말 멋지다. 발 한 번에 팔동작을 두 번씩 하면서 힘을 주었다 다시 빼는 것을 연습했다. 두 번 연속으로 빠르게 하다 보니 정말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다음에는 홍사범님이 빨간 띠와 태극 8장을 비롯한 승단심사를 위한 품새들을 하시고, 관장님은 여자 사범님과 지태(확실하진 않다)를 하셨다. 나는 이동식 봉을 가지고 와 거울을 보며 거듭차기를 오른발, 왼발 바꿔 가며 무한반복 했다. 조금 힘들다 싶으면 헷갈리는 팔동작 두 가지를 연습하다 다시 발차기를 했다. 한참 후 이젠 되겠다 싶어 봉을 치우고 고려를 두 번쯤 했는데 관장님이 오시더니 발차기 연습 더 해야 한다고 외우는 것보다 중요한 건 정확한 동작이라고 하셔서 얼른 다시 봉을 꺼내 연습했다.
뛰거나 격렬한 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에어컨을 틀지 않아서인지 땀이 많이 났다. 선풍기 바람이 반가웠다. 빨간 띠 분은 심사 때 입을 흰 도복까지 덧입고 있어서인지 얼굴이 빨갰다. 여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눈이 딱 8시 10분에 떠진 것이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느라 빠질 뻔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