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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Jun 29. 2023

아우구스틴 하델리히 독주회 - 무반주곡의 향연

바이올린 연주자 아우구스틴 하인리히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 멘델스존 협주곡을 공부할 때 많은 연주자들의 연주를 유튜브로 찾아보다가 가장 마음에 드는 연주로 택했다. 매일 듣고 또 들으며 깊이 있으면서도 정확하고, 셈여림이 절묘하여 감동을 주는 그분의 연주에 감탄했었다. 기회가 되면 공연을 가서 보기로 마음먹고 있었는데 가까운 곳에서 공연 소식이 있어 반가워했다. 혼자라도 가려고 했는데 오케스트라 분들이 함께 가자고 하셔서 9명이 같이 공연장을 찾았다.


나를 포함한 셋은 퇴근 후 만나 좋아하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음악과 연주(두 분은 첼로)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카페로 옮겨 다른 분들을 기다렸다가 식곤증에 혹시라도 졸지나 않을까 커피를 마셨다. 시간이 되어 공연장에 들어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놀랐다. 시간을 맞춰 들어가 앉아 조금 기다리니 바로 바이올리니스트가 등장했다. 평소에 자주 연습하는 파르티타 3번 1악장이 시작되었다. 내가 하는 것과 너무나 다른 빠르면서도 정확하고, 아름답고, 감미롭기까지 한 연주였다. 이어지는 Blue/s Forms는 쉬프팅이 많아 신비롭기도 하고, 더블스탑으로 혼자인데도 여러 명이 하나가 되어 연주하는 느낌이었다. 2악장과 3악장은 약음기를 끼고 하셔서 더 환상적인 소리가 났다. 

     

이자이의 곡은 그동안 다른 분들의 독주회에서도 많이 들었는데 이분의 연주는 정말 독보적이었다. 셈여림의 강렬한 대비가 주는 시원하면서도 오묘한 감정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인터미션 때는 밖에서 다시 모여 사진을 찍었다. 바이올린이 아닌 다른 악기를 하시는 분들도 감명 깊게 들으신 모양이다. 2부도 기대되었다.

      

파르티타 2번은 샤콘느가 있어서 이분은 어떻게 연주하실까 궁금했는데 단연 독보적이었다. 학창 시절 아픔을 딛고 음악으로 삶을 승화한 한 연주자의 일생이 녹아 있는 느낌이었다. 연주가 모두 끝난 후 우리는 거듭 박수를 쳤다. 여러 번을 들어갔다 나와 앙코르를 연주했는데 처음 듣는 곡이지만 더블스탑의 감미로운 음색에 우리는 숨소리도 내지 않고 경청했다. 연주가 모두 끝난 후 밖에 나오니 사인회가 준비되어 있었다. 줄이 이미 길게 있어 사인을 받지는 못하고 사진만 몇 장 찍었다. 엄청난 집중력으로 긴 연주를 마치고 사인회까지 하는 걸 보니 체력이 정말 좋으신 것 같다. 앞으로도 꾸준한 활동으로 많은 분께 사랑받고, 희망과 용기를 주시길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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