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일들이 있었던 하루다. 다음 주 토요일에 있을 앙상블 연주를 위해 연습에 참여했다. 자그마한 교회에 바이올린 둘, 비올라, 첼로, 클라리넷, 플루트, 그리고 피아노가 모여 연습을 했다. 오카리나 동호회의 발표회를 축하하기 위한 공연이었다. 나는 재작년에 이어 두 번째 참가다. 그동안 다른 분들은 연습을 하고 있었고 나는 이번에 처음 참가했다. 조금이라도 안 맞는 부분이 있으면 반복하느라 점심을 먹고도 더 했다.
다음에는 편집자님께 수정 원고를 가져다 드리기 위해 합정동 교보문고로 향했다. 막내가 3학년 2학기를 준비하며 학교 옆에서 자취하겠다고 노래를 불러 방을 보러 따라나섰다. 중간에 부모님 댁에 들를 생각이어서 가져다 드릴 반찬을 사 보냉 가방에 넣고 출발했다. 날씨가 너무 뜨거워 냉동실에 있던 옥수수와 주꾸미를 보냉백 옆에 넣었다.
열심히 달려 합정에 도착해 편집자님이 계신 곳을 찾아 돌고 돌아 겨우 만났다. 실제로는 처음 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키가 컸고 멋진 분이었다. 수정한 원고를 드리니 앞으로 더 추가했으면 하는 내용을 말씀해 주셔서 핸드폰에 메모했다. 딸과 함께여서 오래 이야기 나누지는 못하고 바로 나와 부모님 댁으로 향했다. 친정 엄마에게 경증 치매가 온 지 조금 되어 요양보호사님이 처음으로 집에 오시는 날이라 얼굴도 뵐 겸 가시기 조금 전에 도착했다. 요리를 좀 해 주셨으면 했는데 그것보다는 엄마 케어에 더 집중하실 것 같았다. 이사 가신 후로 친구가 없는 것이 걱정되었는데 말벗이 생기셔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버지께도 색소폰 연습하러 가실 시간이 생겼다. 건강을 되찾으시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마지막에는 막내 학교 주변에 있는 부동산 두 군데를 들렀다. 처음에 세 집 정도 보고, 뒤에도 세 집을 보았다. 학교 근처는 너무 낡아서 들어가자마자 딸의 표정이 좋지 않았고, 다섯 번째 본 방은 아주 작았는데 새로 지었는지 깨끗하여 마음에 들어 했다. 결국 다섯 번째 집을 가계약하고 배가 고파 국숫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내가 이렇게 말했다.
“너 여기 와서 밥 먹다가 엄마 생각난다고 울지나 마.”
계속 자취할 생각에 들떠 있던 막내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눈물을 계속 흘렸다. 서운해서 울고 싶은 건 나였는데 난 울 수가 없었다. 체대생이라지만 비쩍 말라 힘도 못 쓸 것 같아 오가는 길, 혼자 지내는 방 모두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다. 호신용 스프레이라도 챙겨줘야겠다.
혼자 살면 어른이 된다고 하는 말이 있지만 아이를 독립시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다시 들어올 날이 있을 수도 있겠지. 깨끗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길 기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