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봄> 작가와 경찰 - 최은미

by Kelly

가끔 빌렸던 책을 또 빌리고 읽은 책을 또 읽는다. 읽고 싶다고 생각하는 제목이나 표지의 책을 또다시 골랐다는 건 이런 책을 좋아한다는 뜻이겠지. 요즘 길고 좁은 양장본 책을 가끔 빌린다. 이 책은 올 초엔가 작년 말에 한 번 읽었던 책인데 리뷰를 쓰지 않았다가 이번에 다시 도서관에서 빌려와 한 번 더 읽었다. 읽다 보니 그때 내가 왜 리뷰를 쓰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이번에도 망설이다 글을 쓴다. 그렇지 않으면 몇 개월 후, 혹은 몇 년 후 처음 읽은 책인 양 또 빌려와 읽을 것이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자의 내면.’ 책 뒷면의 이 말에 끌린 것 같다. 요즘은 소설 속 인물의 내면 묘사가 재미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평범해 보이는 젊은 주부이다. 남편과 남편을 닮은 딸아이를 키우는 등단 작가이나 소설을 오랫동안 쓰기만 하고 발표하지 못하는 소설가이기도 하다. 양주와 가까운 ‘경진 시’ 아마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시내 묘사가 비슷했다. 상처를 가진 유부녀와 미혼의 경찰관의 우정이 가능한 일일까? 쓰고 있는 소설에 대한 자문을 구한다는 이유로 경찰서에 연락을 한 그녀의 용기가 대단하다. 오래전 양주에서 있었던 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녀를 보면서 경찰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녀의 고향은 양주. 어머니는 씻지 못할 잘못을 한 적이 있고, 아버지는 유명을 달리했다. 누군가에게는 의문으로 여겨지는 그 죽음에 대해 소설가는 자신의 일이 아닌 듯 소설을 쓰고 있다. 어렵게 연결된 이선우 경사에게 성명불상과 기소중지, 긴급체포와 임의동행, 사기죄 구성 요건이나 병사와 변사, 여죄 등에 대해 매일 하나씩 질문을 한다. 또 하나의 업무로 귀찮아할 수도 있을 텐데도 그는 정성껏 답을 한다.


너무나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은 점점 서로에 대해 알고 싶어 진다. 지나가다 바라보기도 하고, 경찰서에서 식사를 함께하기도 하며 점점 가까워진다. 가까울수록 조심할 일이다. 언제 아이의 친구 엄마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고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리는 건 순식간의 일일 테니까. 마음속 선우가 점점 커감과 동시에 그녀의 불안도 커진다. 부모에게 있었던 일을 자신도 하게 될까 두렵다. "사람이 죄 좀 짓고 살면 어때요?"(85쪽) 경찰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아무리 좋아도 가정이 있는 여자 곁을 맴도는 선우를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산에서 벌어지는 과거의 일과 마지막 사건, 그녀의 말 한마디, 생각 하나가 모두 연관되어 있어 읽는 재미가 있었다. 내가 사는 곳을 떠올리며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어떻게 글을 쓰는지 엿볼 수 있는 소설가가 주인공인 소설은 언제든 재미있다. 아슬아슬한 이들의 이야기와 결말이 가슴 아프기도 하고, 한편 후련하기도 했다.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면 누군가는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고 오래전 있었던 사건과 같은 일이 또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결말을 알고 있는 그녀는 멈춰야 했다. 내용이 모두 마음에 들진 않지만 시종일관 어두운 이 책이 왠지 끌린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DHZcaRuS6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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