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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Oct 30. 2023

꿈에 그리던 첫 북콘서트

인뮤직 동아리 모임 때 내가 책을 출간한다는 말씀만 듣고 바로 10월 29일 북콘서트를 제안해 주신 회장님 덕분에 생애 첫 북콘서트를 했다. 농담 반 진담 반이었는데 실제로 이루어지다니 꿈만 같았다. 책이 어떨 줄 알고 흔쾌히 제안한 것인지 지금 생각해도 감사하기만 하다.     


예배를 마치고 남편과 둘째와 함께 용인으로 향했다. 늦을까 봐 빵집에서 샌드위치와 빵을 사 먹으며 이동했다. 전날까지 PPT를 수정해 가며 준비를 열심히 하긴 했지만 처음이라는 것은 으레 그렇듯 떨림이 없으면 이상한 것이지. 준비한 내용에 토요일에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에 관한 책 중 공감되는 부분을 곁들이려고 함께 가져갔다.      


도착하니 좋은 블로그 이웃이자 디지털대 문창과 동문이시기도 한 단영솔나무님이 보내주신 예쁜 화분이 도착해 있었다. 너무 감격스러웠다. 연주자 분들이 리허설을 하고 계셔서 내가 할 두 곡을 맞춰 보았다. 비발디 사계의 가을은 어렵지 않은데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맨 앞에 내 독주 부분이 있어 부담되었다. 두 곡을 맞춘 후에는 PPT를 확인했다. 영상이 나오는지를 미리 볼 걸 그걸 확인 못하는 바람에 내가 말하는 부분에서 조금 혼란이 있었다. 영상 링크를 여러 개 달았는데 결국 보여드리지 못했다.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체험했다.      


30분 전부터 한두 분씩 들어오셨다. 원래 12분이 신청했다고 했는데 뒤에 한 팀이 더 신청했다고 한다. 뒤에 앉아 있는데 한 남성 분이 내 악기를 유심히 보셔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해 관심이 많으셨다. 악기와 현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다가 내가 책 저자인 걸 알고 바로 구입하셔서 사인을 해 드렸다. 북콘서트 장소인 카페드바로크가 있는 동네에 연결된 서점에서 준비해 주신 것이다.     


시간이 다 되어 아담한 카페가 가득 찬 느낌이었다. 카페 사장님이자 피아니스트인 문희 님의 사회가 있은 후 곡이 하나씩 연주되었다. 코앞에서 보는 날것 그대로의 연주. 이 맛에 실내악을 좋아한다. 곡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크게 쳤다. 내 차례가 되었다. 역시 독주 부분이 조금 불안했지만 무사히 잘 끝났다. 앙코르 연주 때 오실 거라 생각지 못한 편집자님이 들어오셨다. 대중교통으로 합정에서 용인까지 오신 것이다. 어찌나 반갑고 감사하던지.     


이어 자리를 정리하고 내 북토크가 시작되었다. 처음이라 실수가 있더라도 양해 부탁드린다고 하고 계획한 대로 말을 이어 나갔다. 생각보다 떨리지 않았다. 역시 태권도의 힘! 그런데 중반 이후부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건 아닌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하려고 했던 말들을 많이 빠트리고 급마무리를 해버렸다. 원래 무라카미 하루키도 달리기에 도전하며 회의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렇게 달리기에 매달린 덕분에 수십 권의 책을 썼다는 말과 바네사 메이가 바이올리니스트로 성공한 후 다시 어릴 적 꿈이었던 알파인 스키에 도전하여 태국 국가대표가 되어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이야기로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쏙 빼먹었다.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처음 한 것 치고는 떨지 않고 잘한 것 같다. 끝나고 책을 들고 오신 예쁜 여성 분께 사인을 해 드리고, 귀여운 아이들에게도 사인을 하고 사진을 찍었다. 여성 분은 책을 하루 만에 다 읽으셨고, 운동을 하고 있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으며, 내년에 악기도 배우려고 한다고 하셨다. 책 쓴 보람이 밀려왔다. 


북콘서트를 준비해 주신 인뮤직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편집자님과 함께 식사를 한 후 합정까지 모셔다 드리고 집으로 왔다. 오랜 꿈 중 하나였던 책사인회와 편집자님과의 화기애애한 대화로 행복이 넘쳐나는 밤이었다. 시간을 내어 함께 해 준 가족에게도 너무 감사했다.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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