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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Nov 02. 2023

교수님 공연 관람 - 마나소누스 제 12회 정기연주회

오후에 출장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예전에 배운 교수님의 공연이 이때쯤인 것 같아 검색해 보니 바로 그날이어서 잠깐 고민했다. 한동안 교수님이 속한 ‘마나소누스’ 앙상블 공연을 계속 보다가 요즘 못 봤던 터라 가고 싶기도 아이가 집에 와 있어서 챙겨야 할 것 같기도 했다. 집에 가 보니 밤낮을 바꿔 가며 일하는 아이가 잠을 자고 있어 갈비찜을 해 놓고 세종문화회관으로 향했다. 태권도 관장님과 사범님께는 빠진다고 메시지를 보내고 내 책에 감사 사인을 해서 한 권 챙겨 갔다.


도착하니 사람들이 많았다. 미리 예매를 하지 못해 현장에서 발권을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가운데 앞쪽 자리가 다행히 남아있어 연주자들을 자세히 볼 수 있어 좋았다. 오래전 멘트 하시며 떠시던 교수님은 이제 메모지도 없이 말씀을 너무 자연스럽게 잘하셔서 놀랐다. 수많은 공연으로 훈련되셨나 보다. 영화 속에 나오는 클래식 곡들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전 악장이 아닌 한두 악장을 골라 연주하셨다. 영화나 작곡가에 대한 배경 설명을 듣고 들으니 연주가 훨씬 마음에 와닿았다. 


서로의 호흡이 너무나 잘 맞는 연주자들을 보며 오랜 세월 끈끈한 우정을 다져왔음을 느꼈다. 음악으로 소통하고 삶을 나누는 가운데 연주가 무르익는 것 같다. 교수님의 멘트 중에 과거의 모습과 현재가 다르고, 기교나 실력은 줄었을지 모르지만 영혼을 울리는 연주는 더 잘하게 된 것 같다는 말씀 그대로였다. 내가 보기엔 실력도 더 느신 것 같고, ‘마나소누스’의 뜻인 ‘영혼을 울리는 소리’처럼 마음을 흔드는 연주를 하신 것 같다. 연주 중 슈만의 피아노 콰르텟이 가장 좋았다. 이 곡의 테마만 들으면 왜 눈을 감게 되는 것일까? 


연주가 끝나고 연주자분들이 나오셨다. 수많은 지인들과 인사하시는 동안 기다렸다. 오랜만에 기독음대에서 내 반주를 해주시던 동문 피아니스트 분을 만나 인사했다. 거의 마지막쯤에 교수님과 포옹을 하고 연주 너무 좋았다고 말씀드렸다. 책을 출간했다고 가슴에 안겨 드렸다. 교수님이 여전히 건재하시고, 나도 계속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피곤하고 태권도도 빠졌지만 마음은 푸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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