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 캠핑

by Kelly

오래전 예정된 캠핑 날이다. 가정교회(구역) 식구들 여섯 명이 더 추워지기 전에 캠핑을 가기로 했다. 그중 한 분이 자주 캠핑을 가는 분이셨고, 다른 가정도 모두 캠핑 장비가 조금씩 있었지만 우리 집은 캠핑을 불편할 거라는 생각에 간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캠핑 의자조차 없어 과일과 물을 준비해 가기로 했다.


캠핑장에 도착하니 자주 다니시는 분이 이미 대형 텐트를 치려고 자리를 잡아 두셔서 우리는 뼈대를 세워 바로 아늑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테이블 두 개와 의자들을 세팅하고 과일과 빵을 먹었다. 나는 곧 있을 경기북부 교육가족 오케스트라인 ‘에듀오케스트라’ 공연에 함께할 파주 금신초등학교 오케스트라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잠깐 다녀왔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잘해서 놀랐다. 작년 이맘때 활 긋기를 시작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라는데 빠른 곡을 부담 없이 소화하는 걸 보니 역시 아이들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습이 끝나자마자 바로 다시 캠핑장으로 갔다. 20분 거리여서 오가기 좋았다.


다시 가 보니 부침개를 만들어 드시고 내 걸 남겨 놓으셔서 맛있게 먹고 내가 가져간 사과대추를 나눠먹었다. 조금 후에 고기를 구워 점심을 먹었다. 야외에서 먹으니 역시 더 맛이 좋아 과식했다. 다 먹은 후에 또 감과 사과, 배를 깎아 먹고 배를 두드리다 산책을 가기로 했다. 뒤쪽으로 가면 산으로 통하는 길이 있다고 했는데 어디인지 정확히 몰라 길이 아닌 곳을 헤매다 길을 발견하고 쭉 따라갔다. 정상까지 2.3km라고 해서 처음에는 정상까지 갈 생각이었으나 생각보다 날씨가 따뜻해 땀을 흘리다 보니 목이 너무 말라 한참 가다 정상가지는 가지 못하고 되돌아왔다. 그래도 아쉽진 않았다. 곳곳에 탁 트인 전망 덕분에 마음이 시원해졌다. 낙엽 밟는 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것 같다. 한 시간 반 정도 걸은 것 같다.


되돌아올 때 잘못해서 같은 캠핑장 다른 사이트를 지나가려고 하다가 젊은 남녀들이 우리에게 돌아서 가라며 소리를 질러서 깜짝 놀랐다. 테이블을 보니 술을 마시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리 술김이라지만 좋게 말해도 될 텐데 소리를 지르며 나가라고 호통을 치니 너무나 무안했다. 프라이버시를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나 보다. 우리가 모르고 지나가려 한 건 잘못이지만 그쪽도 너무 예의가 없는 것 같다.


기분이 나쁘긴 했지만 툴툴 털어버리고 우리는 텐트로 와 장작불을 피웠다. 캠핑 장비가 없는 게 없는 그분의 가방이 도라에몽 가방 같았다. 근처 마른 나뭇잎을 불쏘시개 삼아 토치로 불을 붙이고 앉아 있으니 살짝 쌀쌀해진 저녁에 몸이 따뜻해졌다. 우리 여섯은 불을 한참 바라보다가 떡볶이와 어묵을 끓여 저녁으로 먹기로 하고 준비했다. 한 분은 아이를 태워다 줄 일이 생겨 중간에 가시고 다섯만 남아 너무나 맛있는 떡볶이와 어묵을 만들어 먹고 남은 숯에 밤과 고구마도 구웠다. 요즘은 밀키트가 너무 잘 나와 캠핑 가기도 편해진 것 같다.


음식을 다 먹고 우리는 아쉽지만 정리를 시작했다. 어두워서 불을 켜고 치웠지만 다 같이 하니 금세 끝났다. 각자 짐을 챙겨 넣고 집으로 향했다. 차에 오는 내내 단잠을 잤다. 특별 새벽기도회 주간으로 아침에 일찍 일어난 데다 산길을 걷느라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만은 풍성한 하루였다. 캠핑을 거의 다닌 적이 없는 내가 오늘 캠핑으로 누릴 수 있는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주신 가정교회 식구들에게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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