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안중근 님은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하셨는데 나는 책을 며칠 제대로 읽지 못하면 기분이 안 좋다. 6시간 내리 수업을 하고, 학폭 사건에 성적 처리까지 쉴 틈 없는 하루를 보낸 약속 없는 화요일. 저녁을 얼른 먹고 스터디카페로 향했다. 짬짬이 읽는 책도 좋지만 오랜 시간 진득이 앉아 책을 읽어야 좀 읽은 느낌이 난다. 스터디 카페에 가는 주된 이유는 집에서 두세 시간 읽을 걸 한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집중력 때문이다. 이번에 간 건 수요일 인문학 모임 도서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3분의 1이 남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다 읽기 전엔 집에 안 간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책을 읽었다.
대학원 졸업생 채팅방에서 낮에 한 분이 영상을 공유하시면서 다른 한 분이 내가 책 낸 소식을 알리셨고, 그 덕분에 축하를 많이 받았다. 그중 학교 선생님인 한 분이 저녁에 통화 가능한지 연락이 와서 밤에 한참을 통화했다. 더블베이스를 하고 경기 남부 교사 오케스트라 활동을 수년째 하고 계신 분이어서 나와 공통점이 무척 많다. 이분도 책을 쓰려고 준비하고 계셨고, 10년째 교단 일기를 써 왔다고 했다. 우리는 학교 이야기와 책 쓰는 이야기, 음악 이야기로 배터리가 닳을 때까지 대화를 나누었다. 조만간 만나기로 했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 남은 장수를 세어 가며 책의 끝을 보았다. 뒷부분이 갑자기 너무 재미있고 웃겨서 숨죽여 웃느라 혼났다. 예전에 읽은 책인 줄 알았는데 앞부분만 읽고 중단했음을 책을 다시 읽으며 알게 되었다. 뒤쪽에 이렇게 재미난 부분이 있을 줄이야. 11시 반이 넘어 집에 돌아가는 길. 밖으로 나갔더니 온 세상이 하얗고 눈이 한창 오고 있었다. 눈을 맞으면서도 시린 손으로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얼마 만에 보는 제대로 된 눈인지. 다음 날 출근길이 걱정이지만 예쁜 건 예쁜 것. 수요일 저녁에도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어 약속이 취소될까 벌써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