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장을 샀다

by Kelly

오래전 집이 아이들과 내 책으로 가득했던 적이 있었다. 집에 책이 많으면 아이들이 자주 읽으리라는 생각으로 엄청나게 사 모았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큰 책장으로 여러 개가 있었으니 천 권은 넘었을 것 같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는 그 덕을 많이 보았다. 미니멀 라이프를 알게 되면서 가장 고민되었던 게 책이었다. 그림책은 동생네에 보내고 초등학생들이 읽을 만한 책은 학교로 가져가 학급도서로 끌고 다니며 오래 사용했다. 작년에 교실을 옮기며 낡은 책들을 다 정리하고 그나마 남은 괜찮은 책들은 원하시는 선생님들께 드렸다.


집에 있던 책들 중 소장하고 싶은 것만 제외하고는 알라딘에 엄청 팔았고, 앞으로 읽지 않을 것 같은 책들은 과감하게 버렸다. 책장을 하나 둘 버리고 작은 책장 두 개와 큰 책장 하나만 남겼었다. 출판사에서 받거나 새로 산 책들로 책장이 차 책이 집안 곳곳에 놓이고 옆으로 눕거나 겹쳐진 책들이 생기자 새 책장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서재를 만들어 좋은 책장과 책상을 두고 싶지만 식구 많고 좁은 우리 집에는 서재로 꾸밀 만한 방이 없다. 그래서 냉장고 옆에 책장을 하나 두기로 했다. 책이 분산되어 있으니 어디에 무슨 책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가뜩이나 책과 멀어진 아이들이 책 등을 보기도 어려웠던 것이다. '책만이 미래'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책을 권하기 위해서는 잘 보이는 곳에 책이 놓여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책장 선반 간격이 넓으면 남는 공간이 많을 것 같아 책이 딱 들어갈 정도의 높이인 책장을 어렵게 검색해서 골랐다. 책장이 도착한 걸 보니 고급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멀었고 너무 하얘서 집에 있는 다른 것과 잘 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했다. 다행히 책을 넣으니 그런 느낌이 조금 없어졌고 선반 높이가 낮아 생각보다 많이 꽂을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팔거나 버린 책도 많고 키가 커서 꽂지 못한 책도 있고, 아이들이 산 책은 다른 곳에 시리즈로 꽂혀있어 그런 것들을 제외하니 생각보다 책장이 헐렁했다. 처음에는 분야별로 꽂았는데 색이 중구난방이어서 다시 색깔별로 정리하니 보기에 좋았다. 원서도 많이 버리고 새로 샀던 터라 위쪽에 남은 것들을 조르륵 올려 두니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다. 맨 윗 칸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을 임시로 놓기로 했다. 꽂힌 책을 보기만 해도 뿌듯하다. 이제 소장하고 싶은 책들로 조금씩 채워가야겠다. 한동안은 책장 빈자리 없어 고민할 걱정 없겠다. 아이들이 책과 가까워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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