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by Kelly


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미역국이 두 냄비가 있었다. 하나는 남편이, 다른 하나는 첫째가 끓여 놓은 것이었다. 아침에는 남편이 차려주었고, 점심엔 첫째가 끓여놓은 미역국을 먹었다. 낮에는 오랜만에 미용실에 갔다. 펌을 할까 부분 매직을 할까 고민하다가 머리가 상할 것 같아 매직을 했다. 책을 좋아하신다는 미용실 원장님을 위해 내 책 한 권을 사인해서 갖다 드렸다. 생일이고 저녁에 약속이 있다고 했더니 매직 후 드라이도 해 주셔서 감사했다.


막내에게서 저녁 식사 자리에 남자친구가 같이 와도 되는지 연락이 왔다. 그동안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았던 터라 궁금하긴 했지만 다른 가족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아빠 허락을 받으라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저녁에 다 같이 만났다. 가족과는 처음 가는 전망 좋은 식당(밤이라 아무것도 안 보였다)에서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다. 저번에 인문학 모임 으로 갔을 때는 양이 많다고 느꼈는데 이번에는 인원수대로 시켰음에도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다들 맛있게 먹어 뿌듯하기도 했다.


식사 후에는 우리가 가져간 케이크와 주문한 음료를 먹으며 생일선물을 풀었다. 가장 쑥스러운 시간이다. 원래는 집에서 하는데 막내의 남자친구가 있어 케이크를 가져가 그곳에서 한 것이었다. 아이들이 준비한 헤드셋을 보고 놀랐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음악을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돈을 모아 샀다고 하니 감격스러웠다. 막내의 남자친구도 핸드크림과 홍삼 선물과 함께 편지를 주었다. 깨알같이 정성껏 눌러쓴 편지를 읽으며 감동받았다. 예쁜 딸을 낳아 주셔서 감사하고, 내 책을 읽고 있으며 천 권의 약속을 넘어 만 권의 약속을 이루라는 문구에 빵 터졌다. 나중에 딸이 편지 쓰는 영상을 보여주었는데 볼펜을 잡은 손이 하얗게 되도록 힘주어 열심히 쓰는 모습이 귀여웠다. 둘이 앞으로도 서로를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돕는 좋은 사이로 지냈으면 좋겠다.


집에 돌아오니 남편의 선물이 있었다. 반팔 티셔츠를 샀다며 주었는데 나중에 보니 커플티였다. 게다가 자신의 옷은 두 개를 더 샀다. 남편다웠다. 밤이 늦도록 우리 부부와 아이들은 그동안 쌓인 말들을 나누고 서운한 것, 고마운 것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했다. 심각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결국 크게 웃으며 가족의 따스한 사랑을 느꼈다. 내 일에 빠져 가족에게 헌신적이지만은 않았던 나를 반성했고, 그럼에도 앞으로도 계속 바뀌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도 밀려왔다. 만감이 교차하는 생일날, 나를 위해 미역국을 끓이고 생일 선물을 고르고 멀리서 식사자리에 와 주고 편지까지 쓴 가족과 막내의 친구에게 너무나 감사한 하루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