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어쩌면 좋니? 암만 찾아봐도 내 핸드폰이 안 보인다?"
"주말에 가면 같이 찾아봐 드릴게요"
"답답해도 할 수 없지 뭐. 그래 내 더 찾아보마."
치매의 진행과 함께 물건과의 숨바꼭질도 점점 레벨이 높아졌다.
어머니가 깊숙이 두고 찾지 못하는 건 핸드폰이나 통장, 신분증 같은 중요한 물건뿐만이 아니었다.
찾느라 진 빠지게 만드는 요주의 물건들로 말할 것 같으면 TV 리모컨, 음식물 쓰레기 카드, 물걸레 청소기 전용 걸레, 주방가위...넘치고 넘친다.
필요할 때 찾으면.. 없. 다.
어머니댁에 가면 할 일도 많은데 열 일 제쳐두고 많은 시간을 ‘물건 찾기'에 할애해야 했다.
전쟁을 겪은 세대라 뭐든 귀하게 여기고 아끼는 습관이 몸에 배어 빈 종이상자 하나 허투루 버리는 법이 없으니 집안에 물건은 많고 그 물건이 모두 엄폐물이 되다 보니 수색범위는 넓~고도 깊~~~~ 다.
항아리 속 상자, 그 속에 몇 겹 타올로 싸서 꼭꼭..
장롱 속 가방 그 안에 또 작은 가방 안, 그러고도 안심이 안되셨는지 보자기에 돌돌돌 말아 꼭꼭..
옷이 차곡차곡 들어찬 서랍 맨 아래에 낮은 높이의 종이상자들.. 그 속에 더 작은 종이상자..
러시아 마트료시카 인형만 보아도 어머니의 상자 속에 상자 넣기 신공이 떠오를 지경이었다.
베개 아래, 요 이불 아래엔 어김없이 손수건에 고이 싼 물건(당신이 귀중품이라고 생각하는 물건인데 처음엔 누가 봐도 귀중한 것이 분명했지만 병세가 깊어질수록 하찮은 물건도 귀한 대접을 받았다)이 있다.
화장대, 싱크대, 베란다 창고, 신발장, 거실장, 책상 서랍, 장식용 도자기, 심지어 냉장고까지... 크고 작은 공간들을 드르륵 탁탁 열었다 닫았다 난리법석인 우리 부부를 지켜보며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허술한 모습을 들킨 것이 속상해 안절부절못하신다.
분위기도 바꿀 겸 마치 재미난 놀이를 만난 듯
“아유 어머니가 얼마나 잘 두셨으면 이렇게 빨리 안 나올까요? 여보 누가 빨리 찾는지 내기할까?”
"좋아! 만원 빵!"
눈치 빠른 남편도 거들자 어머니 표정이 한결 밝아진다.
몇 번 찾기에 성공하다 보면 어느 정도의 숨김 패턴을 알게 되기도 하지만 전혀 예기치 못한 곳에서 찾을 때도 많은데 그럴 때면 어머니나 우리나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어머머 그게 왜 거기서 나오냐?"
"하하하하 그러게 말이에요!"
이 놀이 참...
우리 아이들도 숨바꼭질을 참 좋아했다.
숨은 곳을 뻔히 알고도 일부러 못 찾는 척 뜸을 들이면 재밌어서 어쩔 줄 모르고 온몸을 들썩이며 큭큭큭 웃는 바람에 "찾았다!" 외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과의 숨바꼭질.
몇 번을 해도 "또!" "또!" 외치며 옷자락을 잡고 늘어지던 아이들 자리에 이제는 어머니가 우두커니 서계신다.
"얘~ 어쩌면 좋니? 암만 찾아봐도 내 핸드폰이 안 보인다?"
"또요?"
아~~~ 못 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나는야 언제나 수 울래~~
추신: 요즘은 알람으로 찾을 수 있는 TV 리모컨도 나와서 치매 초기라면 유용하겠지만 그런 기능을 쓸 수 있는 인지능력도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사실 무용지물이다.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게 숨길 공간을 단순하고 최소한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쓰지 않는 물건은 정리하고 비우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한꺼번에 정리하면 알아채기 쉬우니 조금씩 티 나지 않는 것부터 정리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