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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공 Mar 05. 2024

Humanity 란?

인간애, 인류애를 지칭하는 말


한국여행을 온 L이 나에게 물었다. 왜 한국에서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사람들이랑 대화를 안 하며, 근처 편의점 빵집 이런 데서도 눈을 마주치면서 인사를 안 해줘?


프랑스는 인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버스를 탈 때조차도 운전기사님의 눈을 마주치며 인사하는 문화는 다정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따스함이 담겨있다. 한 번은 버스 안에서 신기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어떤 아저씨가 내리려고 stop 버튼을 눌렀는데 기사님이 깜빡하고 문을 안 열고 출발하려고 할 때였다. 아저씨는 기사님께 “문!!(La porte)(Door)”이라고 소리 질렀는데 버스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입을 맞춰 “제발요(S’il vous plait)(Please)“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예의와 매너가 몸에 배어있는 문화답게 버스 안에서조차 운전기사님께 예의를 갖추려는 모든 사람들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프랑스는 손님을 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베이커리에서 주문을 하면 직원이 빵을 트레이에 담아주는 데 트레이에 담아준 거를 ”감사합니다(Merci) “ 안 했더니 직원이 “별말씀을요(De rien)”라고 혼잣말을 하며 감사합니다를 안 한 것에 대한 언짢음을 드러냈다. 갑자기 당황스러워서 어리둥절한 나한테 L은 “감사합니다를 안 해서 그런 걸 거야”라고 했다. 소비자가 돈을 내고 사 먹는 거고 직원은 월급을 받으니까 본인의 본분이자 역할(빵을 트레이에 담아 주는 것)을 하는 거에 소비자인 내가 감사합니다를 안 했다고 지적을 당하는 게 맞는 것인가? 눈치 보면서 사 먹어야 되는 거야 뭐야? 가령 레스토랑에서 접시를 테이블 앞에 놓아주시고 서빙을 해주셨으면 감사합니다라고 하는 게 맞는데, 고작 트레이에 담았고 모든 게 다 셀프인데 그거 가지고 감사해야 해? 각자 본인의 일을 하는 거지.

그러자 L은 본인이 한국에서 편의점에 갔는데 들어오는 손님을 향해 인사하지도 않고 계산을 할 때도 계산만 하고 얼마인지만 말하더라. 어떻게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런 기본적인 인사조차 건네지 않고 눈을 마주치며 대화를 시도하지 않고 정말 본인에게 주어진 “계산하는 일“만 할 수가 있는지 신기하다고 하더라.

모르는 사람도 눈을 마주치면서 인사하고 Bonne journee(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게 습관이 된 이 나라에서는 손님을 절대 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프랑스는 직업의 잣대로부터 자유롭다.

한국에서는 파티를 하면 보통 레스토랑을 예약하거나 룸을 빌려서 노는 경우가 많은데 프랑스에서는 다 같이 2차로 바를 가기는 해도 처음부터 레스토랑에 가서 배 터지게 먹고 마시는 문화는 아니다. 어렴풋이 외국인들에 대한 선입견으로 프라이버시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할 것 같았는데 오히려 자신들의 집을 거리낌 없이 보여주고 초대해서 같이 밥 먹고 게임하는 문화가 한국보다 더 만연해있는 것 같다. 배경에는 물론 한국보다 외식물가가 더 비싸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외식물가가 비싸다는 것은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인건비의 값어치를 높게 매긴다는 것은 그만큼 일의 귀천을 많이 따지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직업에 따라 월급이 천차만별 차이나는 한국과는 달리, 격차가 적은 프랑스에서는 직업의 잣대로부터 자유롭다. 사회에 해가 되는 일이 아닌 이상 아르바이트든,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나만 행복하면 됐지 뭐.


프랑스는 행복과 여가를 우선시한다.

주 35시간과 1년 기준 5주의 휴가. 은행권의 경우에는 일 년 7-8주까지 휴가가 나온다고 한다. 물론 연차에 상관없이 신입이어도 쓸 수 있는 혜택이며, 여름이나 겨울에 2주 동안 풀로 휴가를 쓰지 않으면 정부의 제재가 걸려서 휴가를 무조건 소진하게 한다고. 마트도 보통 8시면 닫는데 7시부터 계산대 몇 개를 막고 정리를 하며 퇴근 준비를 한다. 8시가 넘으면 안에 직원이 있어도 들어가면 닫았다고 하고 더 이상의 손님을 받지 않는다. 계산대에도 줄이 밀려있으면 빨리 처리해 주는 한국과는 달리 세월아 네월아 한가로이 본인 페이스에 맞춰서 일하는 사람들. 답답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덕분에 여유와 행복의 의미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아가는 것 같다. 여기서 뛰는 사람들을 한국처럼 자주 보지 못한다. 느슨한 행동가짐 덕분에 사람들의 눈을 모두 마주 보며 인사를 할 마음의 여유가,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말할 수 있는 따스함이 나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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