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시민이 갖는 평등의식
국민이 아이를 낳고 국가가 아이를 책임진다.
육아 정책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아내가 출산하면 남편도 같이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권장하고, 회사 안에서도 유급휴가를 제공해 준다. 정책만 있고 실효성이 많이 없는 한국과는 다르게 프랑스에서는 회사에서 따로 눈치를 주지 않고 휴가를 잘 챙겨준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출산휴가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는데, 대표적으로는 오페어 비자제도를 꼽을 수 있다. 오페어 비자는 18~30세의 외국인이 프랑스 가정집 내에서 숙식과 어학연수 기회를 제공받는 대가로 가정집 안에서 생활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것을 포함하는 집안일을 도와주는 비자 제도이다. 보통 아이들의 영어 공부와 가사노동 분담을 위해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국가의 학생들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 특히 캐나다 국적의 학생들이 프랑스로 어학연수를 올 때 이와 같은 오페어 제도를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비자를 통해 건너온 외국인 학생들의 하숙을 책임지고 가사노동의 분담하게 되면 보다 낮은 경제적 부담으로 베이비시터를 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위해 베이비시터를 자처하는 경우가 많이 있고 국가에서도 국가 기관에 소속된 공식 베이비시터를 사설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고용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국가적 차원에서 육아를 함께 분담한다. 이러한 시스템 덕분에 높은 출산율이 유지되고, 아이를 낳는 것에 부담이 줄어든다.
모순 없는 남녀평등
데이트 통장을 만들지 않는 이상, 밥(1차)은 남자가 커피(2차)는 여자가 내는 것이 익숙했던 나는 계산대 앞에서 센트까지 확실하게 5:5로 분할결제 하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Share이라는 개념이 통용되는 이 나라. Ça depends(싸데펑/ 사람마다 다르다) 이기는 하지만 비싼 레스토랑을 갈수록 완벽하게 반으로 쪼개서 결제하는 문화가 신선했다. 심지어 프랑스에서는 데이트에서 남자가 사주겠다고 하면 화를 내며 여성의 능력을 무시하는 거라며 반반 결제를 선호하는데. 종교, 인종, 성별을 포함한 모든 차별에 반기를 들며 평등을 외치고 있는 선진국답게 말과 행동의 모순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에 있을 때 페미니즘을 외치는 여성들 중에 간혹 계산대 앞에서는 소심해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막상 금전적인 부분에서는 꺼려지고 여성의 사회진출 및 승진을 주장하면서도 남자가 집 정도는 마련해 오기를 바라거나.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모순됨을 보여주는 경우를 보았다. 적어도 프랑스에서 내가 본 외국인 친구들은 모순적이지 않게 본인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모습이 당당해 보였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여성의 권리가 신장했고 남성들이 집안일을 분담한다고 해도, “도와준다 “는 표현을 자주 쓴다. “도와주다”는 너의 역할인데 내가 조금 도와준다고 할 때나 쓰는 말로 애초에 집안일은 너의 역할이야 라는 개념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그러나 외국인과의 연애에서는 센트까지 분할결제를 하기에, 집안일은 우리 모두의 역할이 되고 정확하게 집안일을 반으로 쪼개고 역할을 다하지 않은 것에 꾸짖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분리수거의 역할을 맡은 상대방이 오늘 분리수거 날인데 쓰레기를 버리러 가지 않으면, 왜 너의 본분을 다하지 않니?라고 눈치를 줄 수 있다.
직설화법의 커뮤니케이션
외국인들과의 대화를 하다가 어떤 단어를 틀렸거나, 발음이 틀리면 말하고 있는 중간에 끼어들어서 바로 교정해 준다. 한국에서는 누군가가 말하고 있는데 끼어들거나 interrupt 하면 무례하다는 인식이 강해서, 틀린 게 있어도 굳이 교정해주지 않거나 혹은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 후에 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만나는 외국인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다가 boring이라고 잘못 말했다가, “네가 지루한 사람인게 아니라 지루함을 느끼는 거니까 bored 지“라고 바로 말을 가로챈다. 처음에는 말하고 있다가 누군가가 끼어들면 흐름이 끊겨서 말하려던 걸 까먹거나 약간 언짢았었는데, 이제는 바로 고쳐주니까 오히려 언어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엄청 편하다. 이렇게 한국에서는 “무례할까 봐” 거절을 잘 못하거나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 싫어도 좋은 척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외국에서는 싫으면 싫다고 디렉트로 말할 수 있고 기분 맞추려고 에둘러 돌려 말하기를 안 해도 되다 보니 굉장히 직설적이다. 호불호의 표현이 확실한 덕분에 대화의 오해가 덜 생기고 상대방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를 알아가는 데 더욱 편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