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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공 Feb 27. 2024

한국은 선진국이야.

사회적 우울감과 치열한 경쟁의 배경


2022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나라의 경제규모 및 경제력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인 GDP(국내총생산) 13위를 차지한 대한민국.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지금 가만히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옆에 지나가는 사람이 “Are you Korean? I love k-pops, k-series!!”라고 말 걸어주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위상은 예전에 비해 정말 많이 높아졌다. 프랑스의 교보문고 같은 서점에 들어가도 음악앨범이 있는 코너 한쪽에는 케이팝 코너가 있을 정도. 새로 만나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인이라고 소개하면 대부분 어눌하게라도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라고 구사하곤 한다.

외국에 살면서 한국에서 살 때는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사람으로서 “ 애국심이 느껴지는 순간들이 더욱 확연하게 부각되기 마련이다.

불어수업을 들으면서 프랑스 사회에 대해서도 공부하는 중인데 프랑스에는 팍스라는 제도가 있다. 시민결합제도인데 우리나라로 따지면 사실혼에 가깝지만 또 사실혼보다는 캐주얼한, 우리나라 제도에는 없는 팍스. 결혼처럼 심각해서 이혼할 때 법정에 갈 필요 없이 한쪽이 시청에 가서 팍스 끊기만 하면 자동 해지가 되는 조금 더 자유로운 제도지만 결혼한 커플이 누릴 수 있는 세금, 자녀 혜택은 모두 동일하게 받을 수 있다. 자유로운 사상을 추구하는 외국인들의 문화에 적합한 제도인 것일까. 내 주변 프랑스인 + 외국인 친구의 커플들은 오래 사귀었으면 대개 팍스를 맺는다. 팍스를 통해 상대방 외국인이 프랑스에 체류할 수 있게 비자를 연장해 주는 것은 물론, 앞서 언급했던 결혼과 거의 동일한 혜택이 존재한다. 다만 결혼만큼 심각하지는 않게 관계를 결속시켜 주는 제도. 덕분일까 프랑스의 출산율은 2020년 기준 1.83명이다. 같은 해 기준 0.84명을 기록한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수치.


친해진 외국인 친구들과 세계, 정치, 경제, 전쟁, 이념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꼭 나오는 주제 중 하나. “한국은 왜 자살률이 높고 사회가 전반적으로 우울해? “ ”왜 다들 아기 낳는 것을 싫어해? “ 지문만으로 도어록을 열고 24시간 편의점에 어디든지 빠르게 되는 행정처리 및 배달서비스까지. 한국에서 사는 것이 편리하고 싫은 이유가 없을 텐데 왜 ”헬조선“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거야? 한국인으로서 너의 생각은 어때.

이 질문에 나는 우리나라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곤 한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35년, 2차 세계대전에서의 일본의 패배와 한국 의병들의 활약으로 광복한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주의의 산물인 남한과 북한의 대립으로 시작된 3년간의 전쟁. 혼란했던 틈을 타 군부를 동원해 정권을 장악하고 독재정치를 펼쳤던 지난날의 대통령들. 이후로 오늘날까지 우리나라의 역사는 50년 정도 지났어. 그런데 이렇게 막 끝난 전쟁, 혼란스러운 작은 땅덩어리의 나라, 자원도 없는 대한민국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재벌그룹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나라의 경제를 키우는 정책을 펼쳤고 그 재벌기업들이 지금 너희들이 알고 있는 삼성, 현대야. 이렇게 국가 및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대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하여 국가의 경제발전에 이바지했고 국가의 일원인 국민들은 열심히 일하고 교육에 힘을 쏟으면서 한 때는 식민지배를 당하던 나라를 강대국, 선진국의 반열에 올렸어. 정말 자랑스럽지.

그런데 집중투자 과정에서 소외되고 희생되었던 것들이 있었던 거야. 한국 하면 다들 장시간의 노동과 치열한 경쟁을 생각하잖아 보통. 경쟁에서 이긴 좋은 대학교를 나온 몇 명의 사람들만이 대기업에 입성할 수 있고, 몇 안 되는 대기업에 입성한 사람들은 노조 가입할 때도 회사 눈치를 보기 시작한 거야. 비슷한 예시로 반도체, 컴퓨터 등의 기술과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 특정 전공만이 각광을 받는 추세에 맞춰, 학교에서도 다양한 과목을 모두 가르치기보다는 좋은 대학, 좋은 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전략적인 과목들을 수업하기 시작해. 이렇게 사회가 계층화되면서 엘리트 코스를 밟지 못하는 사람들은 점점 루저로 전락하게 되었고 한국 사회의 우울증이 만연해진 거지.

그러면 출산율은 왜 낮아?

출산율은 국가적인 차원의 육아 정책이 올바르게 정립되지 않았고 설령 정책이 있다고 하더라고 실질적으로 시행하는 회사는 맞지가 않아. 눈치보기 바빠. 이러한 이유 말고도 다른 나라도 물론 어느 정도는 있었겠지만 한국 사회는 남성우월주의 사상이 많았어. 5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들이 가문의 대를 잇는다며 딸을 낳은 며느리는 구박을 당했지. 요즘은 많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여성의 승진에는 유리장벽이 존재하고, 특히 임신했으면 더더욱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뺏겨 뒤쳐지는 경우가 많이 있어. 사회적인 분위기가 나아지고는 있는 추세긴 한데,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유교사상의 우리나라의 사고방식을 180도 바꾸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거 같아.



외국의 관점에서 한국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나는 같은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현실이 안타까울 때가 있다. 남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여 모든 것들을 서열화하고 등급을 매겨 격차를 만드는 한국인. 그 사회 속에 본인의 몸을 억지로 끼워 맞춰 남들과 비슷한 사람인 양 가면을 쓰고 살아가며 속으로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모순됨까지.

어쩌면 진짜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시민의식 자체가 다양성을 조금 더 존중하고, 국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마련되어 정신적으로도 행복한 시민들이 살아가는 국가로 거듭나는 것이 맞는 것 아닐까. 이제는 보이는 하드웨어를 잠시 내려두고 곪아있는 소프트웨어를 고쳐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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