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우주 속 그저 작은 미물인데 그냥 행복하자
왜 퇴사했어? 라고 물어보는 말에는 다양한 속뜻이 담겨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너가 조금 더 버티면 되는 걸, 백퍼센트 마음에 맞는 회사가 세상에 어딨어 남들도 그냥 그려려니 하고 버티면서 다니는 거지. 버티는 게 이기는 거야.
글쎄요. 제가 참을성이 없고 못 버틴 나약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힌다면 그 역시도 제가 감당해야하는 몫이겠지요. 다만 저는 그냥 내일 제가 어떠한 사고로 인해 죽더라도 후회없이 행복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며 웃으면서 눈감고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철없는 단순함일 수도 있지만 어차피 우리는 큰 우주 속에서 그저 작은 미물일 뿐인데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닐까요.
사실상 제가 다닌 회사는 그렇게 힘든 회사는 아니었습니다. 6시면 칼같이 퇴근할 수 있고 안정적인 직장이었으니깐요. 다만 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가에 대한 고민을 안 한 상태에서 무작위로 원서를 넣었고 그 중 합격한 곳에 다니면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뭘까?”에 대한 고민을 뒤늦게 하게 된 것이 저의 불찰이었던 거 같습니다. 정규직을 퇴사하고 프랑스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오기로 결심하고 해외에서의 생활과 다양한 외국친구들의 가치관이 스며들었기 때문이었을까요. 나쁘지 않은 어학 실력 덕분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바로 큰 외국계 항공사에 취업했지만 Job description 에 써져있지 않은 원하지 않은 CS에 치중되어있는 업무를 하게 되어서 당혹스러운 와중에. 기대했던 외국계의 모습은 없고 휴가마저 상사가 지정해주는 날에만 쓸 수 있고 2,3일 붙여서 못쓰게 하는 등의 중소기업보다 못한 숨 막히는 회사 분위기에 “이건 아니다” 싶어 수습기간 3개월 안에 퇴사를 결심하고 또 이렇게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깊이 생각하게 되었죠.
회사의 네임밸류나 브랜드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앞으로 커리어를 탄탄하게 만들어 갈 수 있는 일을 하자.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을 가게 되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면 야근이 아무렇지 않을 만큼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찾아보자.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니까 한 우물을 꾸준히 파다보면 길이 보일 거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막연하지 않게 정답이 나올만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1. 제일 좋아하는 영화 캐릭터나 연예인이 누구인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저 같은 경우에는 늘 아이언 맨을 동경했고 연예인 중에서는 아이유나 기안84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해답은 이유에 있습니다. 이 이유가 내가 되고 싶은 것,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연결되는 부분이니까요.
그들이 대단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각 분야에서 탑을 찍은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아이언 맨은 어떤 타의적인 실험에 동반되어 초능력자가 된 것이 아닌, 본인의 능력을 통해 인공지능을 만들어서 심장에 부착해 초능력자가 된 인간이기에. 아이유는 연예인 특례입학에 대한 거부감을 내비치며 대학교를 안 가고 아티스트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로 수능을 보지 않고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열심히 해서 여성 최고의 싱어송 라이터이자 아티스트이자 연기자로 거듭났습니다. 기안84 또한 패션왕 연재로 본업을 충실하게 하고 이외의 것들은 신경쓰지 않는 최고의 몰입을 보여줍니다. 이후 방송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방송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미술작품에 대한 전시회를 열고 꾸밈없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적인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문장을 써내려 가다보니 제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가 보이네요. 저는 한 분야를 열심히 파고들어 본업을 열심히 하는, 한 가지에 몰입하여 정상에 가까워지는 것을 동경합니다. 이제껏 저의 전공이나 업무 경험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면 이제는 하나의 방향으로 교집합을 만들어 동일선상에 놓아야겠네요. 그러면 이때까지 한 일들을 어떻게 한 곳으로 모으게 할까요? 지난 시기동안 이루어놓은 것들과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하고 싶은 일) 일의 공통분모는 어떻게 찾을까요?
사진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저의 취향이 담긴 르사르 커피의 오네르소 입니다.
저는 요즘 취향이 있는 사람들이 너무 좋더라고요, 내가 뭘 좋아하는 지 안다는 것은 취향이라는 말로 귀결되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