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와 끝까지 살아가는 사람은 나 자신
저는 저에게 또 질문을 던집니다.
2. 평소에 어떤 소리를 가장 많이 듣고 어떤 소리를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은지
저는 똑부러지고 별나다는 칭찬을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외국계 회사에서 두바이로 3주 신입 교육을 보내줬을 때 들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각지에서 온 외국인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자유롭게 트레이너에게 질문하고 토론하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저와 같이 교육에 간 한국인 동기가 그러더라고요. 한국에서는 이렇게 에너지 레벨이 높은지 몰랐는데 확실히 외국에 오니까 반짝거리고 빛나서 계속 저를 쳐다보게 된다고요. 그때 저는 느꼈습니다. 프랑스에서 국제연애를 하고 외국인 친구들과 1년간 지내면서 그들의 가치관이 저에게 반영이 된 건지, 아니면 이제 언어적인 부분에서 자신감이 생긴 건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외국에서 일하면서 자유롭게 살아야 하는 사람이구나를 요.
반짝거린다는 말은 저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사무실의 분위기가 칙칙했기에 거기에 맞춰 나의 텐션의 레벨을 낮춰야했고 작은 고객 응대라도 텐션이 높아지면 말실수를 할 수도 있어서 늘 다운된 텐션을 유지하라고 피드백을 받곤 했었는데. 그래서 일부러 더 조용하게 지내고 더 입을 닫고 더 조신하게 지냈는데. 내가 나 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MAX로 나다울 수 있는 공간에서 나의 잠재력이 200%가 발휘 되겠구나. 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을까요. 확신이 생겼다면 고민 말고 고를 외쳐야겠지요. 그렇게 저의 3번째 정규직 퇴사가 되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대부분의 결정을 할 때 이건 나를 위한 결정이야 라고 말은 해도 타인의 시선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사회적 동물로 사람들 틈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타인의 평가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죠. 그렇지만 그 평가나 평판, 시선이 두려워 참고 있는 것들이 있다면 속 시원하게 훌훌 털어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남들은 내가 뭘 하는 지도 내가 어떤 삶을 사는 지도 모를 뿐만 아니라 알더라도 크게 신경 안 쓰더라고요. 조언 혹은 걱정삼아 하는 말들은 한 번도 나의 상황이 되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나와 끝까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은 나니깐, 내가 나를 위한 결정과 선택들을 신중하게 결론지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믿고 밀어붙이는 수밖에요.
3. 세상에 기여하고 싶은 것이 뭔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조금 더 심오하고 철학적인 질문으로 들어가 보면 내가 어떤 가치를 세상에 주고 싶은지를 통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방향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지라는 질문보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통해 내가 세상에 가져다 줄 가치에 대한 개념을 정의할 수 있겠네요. 일단 저 같은 경우에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어찌 보면 굉장히 추상적인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의 선택을 존중해주고 다름을 인정해주는 사회가 되어서 통일화된 방향으로 가기 위해 헐뜯고 싸우기 보다는 평화롭게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하나의 사회, 국가, 통념으로 개념을 잡으면 한 개인인 제가 이루기에는 너무 광범위할 수도 있어 보이네요. 그렇다면 저는 개인적으로라도 저를 포함한 모든 주변사람들이 자신의 강점을 찾을 수 있는 각자가 원하는 자아상을 실현할 수 있게 인도하고 싶습니다. 하나로 정의된 자본주의 사회가 말하는 돈이 많은 조건, 돈을 잘 버는 직업이 성공의 요인이 아닌 정신적 충만함을 느낄 수 있는 길을 말이죠. 노력하는 사람이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합니다. 모두가 통일화된 체계 속에서 꼭 좋은 대학교, 일류의 대기업, 전문직만이 성공의 지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기에 저는 현재 과도기적인 시점에 있는 한국 사회가 조금 더 개성 넘치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바뀌기를 갈망합니다. 또한 이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의 가치관이 통일되지 않고 다양한 색깔로 널뛰기를, 그리고 그 무지개로 덥힌 색깔들을 판단하거나 다르다고 배척하는 것이 아닌 조화롭게 예쁜 무지개의 색상을 그려내기를.
사진은 제가 애정하는 두바이의 마리나비치입니다. 두바이아이도 런던아이만큼이나 예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