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이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면
최근에 프랑스에 도착해서 전기계약, 자전거 구독, 온라인 배송부터 시작해서 아무것도 없는 집에 필요한 물건들과 음식을 채우느라 정말 바빴습니다. 그래도 살았던 곳이라 어디를 가서 무엇을 사야 하는 지를 검색하지 않아도 바로 향할 수 있음에 아 이래서 경력직이 중요한 거구나 라는 거를 다시금 느꼈지요. 그러던 중에 프랑스에 도착한 지 4일 차, 바쁘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자전거 바퀴가 트램 철로에 껴서 크게 넘어져 다치는 일이 생겼습니다. 근처에 차가 있었거나 트램이 오고 있었다면 아마 저는 바로 교통사고로 저 세상에 있었을 지도요. 적어도 어디가 부러지는 중증 환자가 되었을 것입니다. 아는 곳이라는 오만 때문인지, 겁도 없이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도 않고 속력이 빠른 전기 자전거를 탔기에, 자칫 잘못했으면 어딘가가 부러지고 깨지기에 충분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저는 양쪽 무릎에 깊은 상처만 났고 상처가 안에서 부어서 일시적으로 절뚝거리고 있기는 하지만 파생풍만 주의하면 괜찮아질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넘어진 직후에 주변 가게에 있던 사람들이 몰려와서 일으켜주고 소독해 주고 부축해 줬습니다. 또한 그날 만나기로 했던 중국친구한테 사고가 났다고 전화를 했더니 바로 달려와서 중국 요오드용액 빨간약과 인절미 가루 같이 생긴 특효약으로 치료해 주더라고요. 놀란 가슴을 진정하라며 타이레놀과 달달한 코코넛밀크, 초콜릿은 덤이었습니다. 인류애가 느껴지는 모먼트였습니다. 이후로도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니지 않고 집에서 쉬면서 회복을 해야 했던 심심한 저를 위해, 친구들은 집으로 먹을 거를 가지고 병문안(?) 와주고 말동무가 되어주었습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자전거 사고로 얼굴이 다쳐서 이빨이 나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프랑스는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니는 나라이기에 이런 사고가 보다 잦은 거 같았습니다. 결국 제가 조금 더 주의했어야 하는 부분이었겠지요. 그럼에도 저는 많이 다치지 않은 것에 너무 복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아는 사람들이었든 모르는 사람들이었든 부상 입은 저를 치료해 준 모든 인류의 정에 따스함을 느꼈습니다.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딱 맞다
감사하게도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엄청 걱정해 주는 중인데, 외국에 가자마자 다쳐서 서럽겠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어쩌면 서럽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서럽다는 감정 우울한 감정에 매몰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떤 현상이라도 생각하기 나름이니깐요. 그래서 저는 다쳐서 아프고 서럽다는 것보다는, 덜 다친 것과 챙겨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자고 생각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쉽진 않지요. 상처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되기에 수건에 물을 적셔 수건샤워를 하고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감아야 합니다. 외출도 못하고 나 홀로 코로나 시절을 겪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집에 가만히 못 있는 저에게 이 상황은 정말 답답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또한 저한테 무언가를 배우라는 신호라고 여기고 이 과정을 나중에 생각했을 때는 웃긴 추억이겠지라고 여기며 나름 즐기고 있습니다. 거울에 비친 낑낑거리는 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 편의 코미디 같더라고요. 프랑스에 도착해서 이것저것 빨리 해야 된다는 강박이 있던 저에게 어쩌면 조금 쉬라는 계시였을 지도요. 덕분에 처음에는 집이 낯설어서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프고 잠도 잘 못 잤는데, 이제는 홈 스위트 홈 - 집이랑 친해졌습니다.
얼마나 좋은 일이 생기려나
정말 설렙니다. 하필 혼자 외국에서 살 때 다쳐서 나름의 고생을 하고 있는데, 얼마나 좋은 일이 생기려고 이렇게 액땜을 제대로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제 내일이 너무 기대되고 설렙니다.
그래도 나름 점점 좋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이 좀 혐짤이기는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