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와 과일은 거의 유기농으로 사먹기 시작했다. 제주도에 살면서 농약을 엄청나게 뿌려대는 새하얀 풍경을 직접 보고 나서는 유기농 채소를 고집하게 되었다.
소금은 죽염 등 간수가 제대로 빠진 소금을 사용하고,
방부제를 피하기 위해 케찹 마요네즈는 만들어 먹고 (케찹은 토마토 소스로 대체해서),
시판되는 토마토 소스도 사먹지 않고,
라면은 자주 먹지는 않지만 먹을 땐 한살림 라면만 먹고,
치킨 같은 국민음식도 입 안에 넣어본지 오래다. 치킨에 소금주사를 놓는 동영상을 본 후 치킨을 끊었다.
우리 둘 다 너무나 좋아하는 달달한 디저트도 사먹는 대신 내 손으로 하나 둘 만들어 가고 있다. 백설탕 대신 비정제 갈색 설탕을 쓰고 밀가루 대신 유기농 통밀 가루의 비중을 높이면 몸이 더 좋아할 것 같아서다.
술은 1주일이나 2주일에 한 번 정도씩, 한 잔 정도 마신다. 마실 땐 화학주는 거의 마시지 않고, 와인이나 막걸리, 사케 같은 발효주를 마신다.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음식의 맛을 돋우기 위해서 마시거나 혹은 축하할 일이 있을 때 기분을 내려고 마신다.
집에서 밥을 해먹다 보니, 음식 재료를 무엇을 쓰는가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설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식기세척기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손으로 씻는다.
그릇에 세제를 묻힐 때보다 세제를 씻어낼 때 더 진심이다. 수세미는 천연 수세미를 쓰고, 세제를 묻히는 수세미와 세제를 닦아내는 수세미를 따로 놓고, 따뜻한 물에 박박 닦는다. 잔여 세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살다보니 생각지 못한 부수적 현상이 생겼다.
몸이 외식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음식점에서 먹은 음식들이 정확히 무엇의 문제였을지 알 방법은 없다.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각기 다른 걸 보면 그 이유도 가지각색일 것 같다.
하지만 어디에서 먹고 아팠었는지를 정리해 보니, 주로 탕이나 국 종류를 먹으면 아픈 경향이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기로는 그릇에 잔여세제가 있는 상태에서 뜨거운 탕이나 국을 부으면 그 잔여세제가 뜨거운 물 속으로 녹아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보았다.
또 한가지 가능성은 간수를 빼지 않은 소금이다. 음식점에서 죽염 같은 좋은 소금을 사용하기에는 너무 원가가 많이 들지 않을까.
또는 MSG 의 영향일 수도 있고, 좋지 않은 기름이나 쇼트닝, 사카린 같은 재료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채소 안의 농약 때문이었을 수도.
프랜차이즈 햄버거를 먹고는 바로 달려가 설사를 했고,
외국에서 수입해 온 과자들을 한아름 먹고 나서는 허리 뒤쪽 신장 부근이 뻐근해서 며칠을 고생했고,
외식 할 때마다 오장육부 이곳저곳이 아픈 걸 감수해야 했다.
외식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아픈 건 아니었다.
<한일관> 압구정점에서는 뜨거운 국을 먹었음에도 아무 뒤탈이 없었다.
제주도의 <한라산아래첫마을> 에서 곰탕과 비비작작면을 먹었을 때도 괜찮았다.
그 외에도 몇 있다.
그렇다고 대전에 살고 있는 우리가 외식이 하고 싶을 때마다 매번 서울이나 제주도를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집에서 매일 밥을 해먹다 보면, 가끔은 밥을 만드는 데에도 휴일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좀 쉬어보려고 밖에 나가서 사먹을 때마다 몸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경험하고 나니 외식하기가 점점 망설여진다.
아프느니 그냥 밥을 하자. 좀 간단하게 해먹으면 되지.. 하고 결정할 때가 많아졌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좀 힘든 상태다.
일주일 전, 장례식에서 두 끼를 먹은 후 우리 부부는 일주일 내내 위, 장, 방광이 차례로 아팠다. 그러다 어제는 급기야 열이 나고 온 몸에 근육통이 있었다. 장례식에 다녀온 후의 일주일이 잠복기였던 모양이다. 어제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다가 오늘 오후에야 죽을 한 그릇 먹었다.
그래도 몸이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게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이거 싫거든!' 하고 나에게 소통해 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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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은 곰보빵 (소보로빵)을 좋아해서, 좋은 빵집에 가면 매번 곰보빵을 하나는 고른다.
발효를 시켜야 하는 빵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귀찮아서 잘 해먹지 않는 편이지만, 곰보빵 만큼은 남편을 위해서 만들어 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