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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아 Nov 05. 2023

집밥 만들듯 '집옷'을 만들어볼까

주말 아침엔 남편이 만든 팬케잌

일요일 아침.

주중에는 아침마다 우리가 세팅해 놓은 아침식사 메뉴대로 먹지만, 여유가 느껴지는 주말 아침이면 평소에 먹던 아침식사 말고 무언가 특별한 게 먹고 싶어진다.

그럴 때 찾게 되는 게 예쁘고 달달한 남편표 팬케잌이다.



< 팬케잌 >

달걀 세 개를 미리 꺼내두어 상온이 되도록 한다.

달걀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서 각각 볼에 담는다.

(나는 흰자를 담은 볼을 미지근한 물을 담은 대접에 올려두어 빨리 상온이 되도록 한다.)

달걀 흰자를 거품기로 크림같이 만든다. 볼을 흔들어도 움직임이 없을만큼 진한 크림 같은 상태가 되면 좋다.

달걀 노른자를 담은 볼에 아몬드유, 설탕, 소금, 베이킹파우더, 바닐라 익스트렉트, 통밀을 넣고 잘 섞어준다. 반죽은 좀 뻑뻑한 상태가 좋은 것 같다.

크림처럼 만든 달걀 흰자를 섞어준다. 너무 많이 젓지 말고 살살 섞는다.

프라이펜에 기름을 살짝만 두르고 예열했다가 한 국자씩 부어준다.

윗면에 구멍이 뽕뽕 나면 뒤집어 준다.

뒤집은 후 아랫면도 연한 갈색이 되면 그릇에 담는다.



내가 흰자를 거품내 놓고 프라이펜을 달궈 놓으면,

남편이 와서 반죽을 만들어 굽는다.


커피와 샐러드도 함께다.

오늘의 샐러드 드레싱은 발사믹 드레싱이다.


< 발사믹 드레싱 >

양파를 채 썰어서 찬물에 10분 이상 담가 놓았다가 잘게 다진다.

다진 양파, 발사믹 식초, 설탕, 소금을 잘 섞어준다.

마지막에 올리브유를 넣고 잘 섞어준다.


우리가 집에서 팬케잌을 만들듯이 옷을 만들어 입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사먹는 팬케잌은 그 재료나 만드는 과정 중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드물지만, 팬케잌을 만들어서 먹을 때는 통밀을 넣을지 일반 밀가루를 넣을지, 백설탕을 넣을지 비정제 갈색 설탕을 넣을지, 소금은 어떤 소금을 쓸지, 제조된 아몬드유를 쓸지 아몬드를 갈아서 쓸지, 식용유는 어떤 종류를 쓸지 등등 그 모든 부분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처음부터 맛있는 팬케잌을 만들지 못하더라도, 경험이 쌓이면서 점점 더 맛있는 팬케잌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옷을 만드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

왜 밥은 만들어 먹으면서옷은 무조건 다른 누군가가 만들어서 진열해 놓은 걸 사입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만들다 보면 점점 더 잘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음식을 집에서 만들어 먹지는 않고 가끔 외식을 하듯이,  

사입는 게 효율적인 아이템들은 사서 입고, 만들 수 있는 건 만들어서 입어보면 어떨까.


알고보니 우리집 근처에 원단 시장이 있었다.

얼마 전 그 곳에서 원단을 끊어다 식탁보를 만들어 볼까 하고 들렀다가 그 곳의 수많은 원단들을 보고 남편이 설레이는 아이디어를 냈다.

"우리가 원단을 사다가 옷을 만들어 입어보자!"


상하이에서 살았던 우리는 서로를 만나기 전에 그 곳에서 각자 옷을 만들어 입어 본 경험이 있었다.

남편은 양복 맞춤점에서 스스로 원단을 골라서 주문했고, 가봉 과정은 직접 리드했다.


나는 상하이에서 8년 정도 살았었다.

내가 살던 아파트에 재봉을 하시던 할아버지가 계셨다. 우리는 그 분을 '바느질 할아버지'라고 불렀다.

엄마는 내 옷을 만들어 주려고 시장에서 좋은 원단을 사서 바느질 할아버지에게 재봉을 맡기곤 하셨다. 엄마가 이렇게 저렇게 만들어 달라고 할아버지에게 설명을 하면, 며칠 내로 할아버지가 가봉을 해 놓으셨다. 그러면 또 가서 입어보고 여기저기 고치는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만들어서 입었던 옷이 꽤나 많았다.

사입는 옷 같은 맵시를 내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온전히 내 체형과 취향에 맞춘 나만의 옷을 입고 있다는 행복감이 있었다.

창조를 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은 덤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로는 옷을 그렇게 만들어 입지 못했다.

원단을 어디에서 어떻게 살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했고(알아볼 생각도 못했다), 바느질 할아버지 같은 분이 한국에도 계실지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팬케잌을 두둑히 먹고 난 우리는 원단 가게로 향했다.

그 곳에서 원단들을 뜯어보며 이런저런 아이디어들을 내 보았다.

이 원단으로는 마이를 만들면 좋겠다. 저 원단으로는 셔츠를 만들면 좋겠다..


그리고 도서관에 가서 원단의 종류에 관한 책과 옷을 만들어 입는 데에 관한 책들을 한아름 빌려왔다.



* 발사믹 드레싱은 <샐러드가 필요한 모든 순간, 나만의 드레싱이 빛나는 순간(지은경 저)>를 참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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