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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아 Nov 08. 2023

햄릿의 수수께끼

샐러드에 후무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햄릿이 말했다.

존재할 것인가 존재하지 않을 것인가 그것이 질문이라고.


햄릿이 한 질문은 살 것인가 죽을 것인가 중의 선택을 의미하는 거겠지만,

그와는 좀 다르더라도, 나도 나 나름대로의 의미로 스스로에게 이것을 질문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나로서 나답게 존재하고 싶다.

당연할 걸 굳이 소원을 삼나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나답게 존재하는 것'이 하루를 살아가면서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가고, 그렇게 알아낸 나를 표현하는 데에 용기를 내 보는 걸로 나의 성장기를 가득 채웠어야 했는데, 아쉽게도 그러질 못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없었다. 아니, 고민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나는 곧 '점수'였다. 그래서 나는 고민이 필요없는 숫자로 존재했다.

숫자가 100에 가까울 땐 나는 크고 중요한 사람이었고, 숫자가 100에서 멀어질수록 나의 존재는 그것에 비례해 작아졌다. 이런 생각에 길들여진 채로 성인이 되자 나는 우월감 또는 열등감을 통하지 않고는 나 자신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나의 취향이 몇 점인지,

내가 한 일이 몇 점인지,

나의 외모가 몇 점인지,

나의 인생은 몇 점인지

나는 몇 점인지.


그리고.. 너는 몇 점인지.


신기하게도 우월감과 열등감은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우월감이 달콤한 듯 하지만, 바닷물을 마신 듯 자꾸만 목이 말라서 더 큰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월감도 열등감도 모두 고통스럽다.

결국 나는 나 자신을 고통을 통해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정리되자, 시린 현타가 찾아왔다.

내가 나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다는.

나에 대해 알고 싶어도 이제는 내 진정한 느낌에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는.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마음에 드는 이성과 만남을 시작해서 그에 대해 천천히 알아가듯, 나와의 만남을 시작하고 있다.

좋아하는 이성에게 묻듯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이스하고 친절하게.

"너는 어떤 사람이야?"

"너는 뭘 좋아해?"


이 질문은 나를 혼란스럽게 했고, 생각 외로 어려워 당황스러웠고, 오랜 시간 한 마디도 대답하지 못했다.


매일같이 질문하던 몇 달만에 가슴 속 어딘가에서 수줍은 한 마디가 들렸다.

"요리하는 게 좋아."


그리고 또 몇 달이 지나자 한마디가 더 들렸다.

"나... 글 쓰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야."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나는 나답게 존재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내가 글을 쓰는 건 우월하기 위해서도 열등감을 벗어나기 위해서도 아니고,

그저 이것이 나로서 나다운 어떤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지금 쓴 이 글이 몇 점짜리일까 하는 습관적 물음표는 너그러이 쓰다듬어 준다.

아아 나로서 존재할지 열등감으로 존재할지를 이렇게 끊임없이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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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는 후무스를 만들어서 샐러드 드레싱으로 사용했다.


< 후무스 Hummus >


병아리콩을 밤새 불려둔다. (여름에는 냉장고 안에서 불린다.)

불은 병아리콩을 40~50분 정도 익힌다.

껍질을 대강 벗긴 후 믹서기에 갈아준다. 익힐 때 사용한 물도 넣어준다.

마늘, 생강, 강황, 큐민 조금, 마른 코리엔더(고수), 레몬즙, 소금, 후추, 올리브유 를 넣고 갈아준다.

원래는 타히니 라는 참깨 소스를 더하지만, 나는 제조음식을 되도록 피하기 위해 그냥 참깨를 한두큰술 넣어서 같이 갈았다. (어차피 타히니 만드는 법을 찾아보면 참깨와 올리브유를 믹서기에 가는 거라, 타히니 대신 참깨를 넣어도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는 샐러드 드레싱으로 먹을 거라 단맛이 살짝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메이플 시럽을 조금 더해 주었다.



기대 안 했는데, 남편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

아침에 생채소를 먹기가 좀 쌔한 듯한 느낌이 있는데, 후무스와 같이 먹으니 그 쌔함을 중화시켜 주는 것 같다고 한다.


*후무스 레시피는 유튜브 <하루하루 문숙> 채널의 '자주 먹을수록 좋은 세계음식 : 후무스' 를 참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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