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 케잌
지난 겨울 내내 나는 빵을 만들어 먹는 데에 진심이었다. 빵 중에서도 <파운드 케잌>.
파운드 케잌은 만들기도 아주 쉬울 뿐 아니라, 버터와 설탕과 정제된 밀가루의 조합은 나에게 상처를 주든 말든 자꾸만 함께하고 싶을만큼 극도로 매력적인 이성 같았다. 먹으면 먹을수록 파운드 케잌을 먹고싶은 욕망이 커져갔다.
거기다 남편이 내가 만든 빵을 아이처럼 좋아하며 '또 줘!', '또 줘!' 하자, 나에 대한 뿌듯함과 남편에 대한 사랑스러움이 섞인 간질간질한 감정을 더 더 느끼고 싶었다.
파운드 케잌을 만든 날에는 남편이 그릇을 손에 들고 신나하면서 수시로 부엌에 들락날락했다. 평소에는 배가 부르다 싶으면 숟가락을 딱 놓는 남편인데도, 이 파운드 케잌 만큼은 아무리 배가 불러도 다 먹어치울 때까지 포크를 놓지 않았다.
어쩜 저렇게까지 좋아할까... 알고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남편은 초등학교 때 귀에서 피고름이 흐르는 심한 중이염을 앓았다. 귀 안에 가득찬 고름 때문에 고막이 터질 것처럼 괴로워서 매일같이 병원에 다녔다.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께서 고막을 확 찢고 그 안에 석션기를 넣어서 고름을 빨아들였다. 당시에는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아 온 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은 어마어마한 통증을 그 어린 나이에 고스란히 견뎌내야 했다. 그렇게나 고통스러웠던 치료가 장장 5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어린 남편이 고통을 참으면서 치료를 받고 나올 때마다 어머님은 남편의 손을 잡고 근처 베이커리로 가셔서 남편에게 맛있는 빵을 하나 사서 남편 손에 쥐어주셨다. 그 때 남편이 먹었던 눈물젖은 빵이 바로 "파운드 케잌"이었던 것이다.
그 말을 듣고 가슴이 찡해진 나는 하루가 멀다하고 파운드케잌을 구워 댔다. 어떻게 그러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남편에게 천 개라도 만 개라도 만들어주고 싶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남편의 배가 불뚝 솟았다. 결혼하고 남편의 배가 이렇게 많이 나온 적이 없었다. 안으면 남편의 불룩해진 배가 내 배를 누르는 게 느껴졌다.
나는 호흡이 어려워졌다. 몸이 산화되어서 가래가 많아지다보니 산소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듯 했다.
지금의 패턴에서 나와야 겠다고 생각한 우리는 일단 파운드 케잌을 만드는 것부터 중단했다.
다시 몸이 원하는 음식이 무엇인지를 느끼면서 신중하게 식생활을 하던 패턴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랬더니, 채소가 너무나 땡긴다. 나의 몸이 '나 너무 산화된 거 같아. Ph발란스 좀 맞춰줘.' 라고 나에게 긴급 메세지를 보내오나보다. 몸이 원하는대로... 아침엔 샐러드, 점심엔 쌈 혹은 익힌 야채, 간식으로 케일 스무디. 이런 나를 보며 남편이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풀을 많이 먹냐며 피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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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이 세상에서 최고로 좋아하는 내가 만든 파운드 케잌 >
무염버터 100g
사워크림 100g
메이플 시럽 20g
바닐라 익스트랙 5g
계란 한 개 반. (작은 계란이라면 2개)
...... 을 거품기로 잘 섞어서 다음 가루류를 채쳐서 넣고 잘 섞어준다.
밀가루 135g
베이킹 파우더 4.5g
소금 2g
섞은 후 거품기로 살짝 저어준 후 파운드 틀에 넣는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팁은 -
17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35분 익힌 후,
꺼내서 약 15분 정도 식혔다가,
다시 170도 오븐에서 10분 정도 익히면 겉이 좀 바삭하게 된다.
(오븐마다 약간씩 다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