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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아 Nov 13. 2023

파스타에 다가가다

볼로네제 파스타

파스타를 맛있게 만드려면 도대체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


좀처럼 풀리지 않는 난제였다. 토마토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매주 한 번 정도 볼로네제 파스타를 만들었지만, 만들 때마다 '이게 최선일까' 하는 마음이 한 켠에 있었다.


일단, 내가 만드는 파스타는 한식 느낌이 났다. 한식 중에서도 덮밥 같은 느낌.

소스를 국처럼 파스타 그릇에 넘칠듯 말듯 채웠고, 거기에 삶은 파스타면을 넣어 비벼 먹었다.

국수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국수 면으로도 만들어 먹었다. 국수면이든 파스타면이든 큰 차이가 없는 듯 했다.


"파스타를 정말 잘 만드는 집에 가서 그 집 파스타는 어떤지 한 번 맛을 봤으면 좋겠어요."

남편과 함께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기대어 앉아 멍하니 동영상을 보다가, 그 날 만들었던 파스타가 좀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생각이 떠올라 별 뜻 없이 한마디를 했다.

남편은 내가 별 생각 없이 한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았다.

"그래?? 오빠가 데려가 주지!"


남편은 그 즉시 보던 동영상을 일시중지하고는, 이태리 레스토랑에 대해 잘 알겠다 싶은 친한 동생분에게 카톡을 날렸다.

"파스타 집 진짜 맛있는 데가 어디야?"


그 주 주말, 우리는 '진짜 맛있는 파스타'를 맛보기 위해 세시간을 운전해서 이태원에 위치한 <시칠리>를 찾아갔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세가지였다.

   * 가지를 이용해 만든 에피타이저

   * 제철 채소인 호박과 새우로 만든 파스타

   * 리코타 치즈가 얹어진 토마토 파스타  - 내가 맛보고 싶은 게 바로 이 토마토 파스타였으므로.



가지로 만든 에피타이저를 맛보고 이건 내가 만들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건 그렇고, 자 이제 내가 원했던 파스타를 맛볼 차례가 왔다.


호박과 새우로 만든 파스타는 크리미한 질감에 호박 껍질의 초록색을 띄고 있었다.

한 입 맛을 보고 갸우뚱.

그래서 또 한 입 먹어보고, 그리고 또 한 입 먹어 보았는데...

음 전혀 모르겠다. 이걸 어떻게 만들 수가 있는 건지.

달지도 짜지도 않았음에도 마음 깊은 곳을 울려주는 풍미가 있었다. 고급스러운 맛이라는 게 어떤 걸까를 상상하면 바로 이런 맛을 떠올릴 것 같았다.

그래 이건 내가 따라하기 어렵겠구나...

이런 파스타는 생각을 좀 비우고 그냥 엔죠이 하는 데에 집중하자. 그리고 토마토 파스타를 공략해 보는거야.


토마토 파스타는 그 생김새부터가 그 동안 내가 만들어 왔던 토마토 파스타와 판이하게 달랐다. 소스라는 국에 면을 말아먹는 것 같은 생김새가 아니었다.

소스는 면 표면에 있는 게 다였다. 그릇에 소스의 흥건함이라곤 하나도 없이 토마토의 주홍색을 덧바른 면만이 심플하고 새초롬하게 얹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눈에 잘 담고 나서, 면을 돌돌 말아 입에 넣었다.


아아 이것도 내가 따라하기 어렵겠구나...


설명하기 어려운 감칠맛이었다. 토마토, 이런저런 채소들, 치즈, 등등 내가 사용하는 모든 재료들이 비슷하게 사용된 것 같긴 한데, 맛은 판이하게 달랐다. 한입 한입 먹으면서 맛을 기억해 두려고 노력했다.


집에 와서 다시 만들어 보았지만... 나는 내가 그 동안 만들던 파스타의 모양과 맛을 크게 벗어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엔 도서관으로 갔다. 파스타를 만드는 법에 관련된 책들을 이 책 저 책 찾아서 읽어 보았다.

볼로네제 파스타를 만드는 법에 대한 내용들을 보면 다들 거의 비슷한 방법으로 만드는 것 같았는데, 들어가는 재료도 만드는 방법도 내가 하는 방법과 크게 다른 점을 찾는 게 어려웠다.


뭘까... 하는 마음에 어제 또 파스타 책을 뒤적거리던 중에 드디어 보이는 게 있었다.

면수를 잘 이용하면 되는 거였다!!

물에 소금을 넣고 끓여서 파스타면을 삶으면, 염분과 전분이 잘 녹아든 물이 생긴다. 그 물을 '면수'라고 한다.

소스의 간을 90% 정도 맞춘 상태에서 (면수에 소금이 좀 들어가 있으므로), 95% 정도 익은 면을 소스를 만든 프라이펜에 넣고 면수를 한 국자씩 부어 주면서 소스와 함께 볶으면 면수 안의 전분 때문에 면이 소스와 깊이 어우러지게 된다. 전분이 좀 섞인 소스가 면에 착 달라붙고 물은 증발되면서 국 같던 소스의 모습이 없어졌고, 면 자체가 소스의 맛이 되었다. 그러자 소스만 따로 맛보았을 때보다 좀 더 감칠맛이 있게 느껴졌다.


이 파스타를 맛본 남편은 놀라서 한동안 말이 없었다.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맛이 나."


.............. 야호!



< 볼로네제 파스타 >

다진 소고기(혹은 작은 덩어리의 소고기)에 소금과 후추를 뿌려둔다.

양파와 마늘을 를 잘게 썰어서 볶는다.

어느 정도 익으면 당근을 갈아서 볶는다. 당근이 너무 많으면 맛이 없다. 넣은 양파의 반 정도의 양을 넘지 않는 게 좋다.

샐러리가 있으면 잘게 썰어서 같이 볶는다.

소금을 좀 뿌려준다.

소고기를 넣고 같이 볶는다.

화이트 와인 혹은 레드 와인 혹은 청주를 넣고 볶아준다.

월계수잎도 두어장 넣어준다.

간장과 까나리 액젓과 멸치 액젓을 프라이펜 바닥에 잠깐 끓였다가 재료들과 섞어준다.

설탕을 좀 넣고 같이 볶는다.

강황을 아주 조금만 더해 주어도 좋은 것 같다.

넛메그를 좀 갈아서 넣고, 오레가노, 로즈마리, 타임을 뿌리고 계속 볶는다.

조청 1ts 을 넣어준다. (생략 가능)

토마토를 넣고 같이 볶는다.

치즈(그라나 파다노 등)를 갈아서 넣어준다.

이 때 간은 살짝 모자란 듯 하게 한다. 면수를 더해줄 거기 때문에.


물에 소금을 좀 넣고 파스타를 삶아준다. (우리는 일인당 60-65g 정도를 먹는다.)

파스타가 거의 다 익으면 소스를 볶던 프라이펜에 넣고 면수를 더해 가면서 볶는다.

면수의 수분은 볶으면서 어느 정도 증발되도록 한다.


다 되면 접시에 덜고 다진 파슬리를 뿌려준다.

치즈를 위에 좀 더 뿌려 주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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