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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Jul 15. 2021

캠핑카로 한번 가보자
캐나다 로키

10박 11일 캠핑 트레일러 여행 준비

 

캠핑카를 장만하고 나서 처음으로 긴 장거리 여행을 계획했다.   몇 달간 정말 거의 한주도 건너뛰지 않고 주말마다 캠핑을 다닌 것 같다.  그동안 노하우도 많이 생겼고 이틀 이상은 가보지 못했는데 열흘 넘게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너무 좋다.  


사실 밴쿠버에서 캠핑은 사람들에게 아주 익숙한 단어다.  어린아이들과 가족단위로, 연인이나 친구들끼리 어울릴 때 딱히 자연으로 나가서 즐기는 것 말고는 할 것도 없다.  호수에서 수영하기, 트레일 걷기, 자전거 타기 등등 대부분의 놀이문화가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다.  우리 집 딸들도 친구들과 약속 잡는 것 보면 그렇다.


지인들도 만나면, 먹고살기 힘든 무거운 얘기보다는 가볍고 서로 만만하게 하기 좋은 취미 생활 얘기를 많이 하게 된다.  어쩌다 캠핑이 주제가 되면 좋은 캠핑장은 어디가 있고 시내에서 가까운 곳은 어디고, 여기는 전기가 있고 등등 다들 많이도 안다.  이렇게 산도 나무도 호수도 많고 땅덩어리도 큰 놀러 다니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는 곳에 살면서 이제 시작한 우리 부부가 오히려 더 이상할 정도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는 아내가 캠핑 같은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싫어해서 갈등이 생긴다.

겉으로만 보면 우리 부부도 당연히 그렇게 보인다.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고 별로 활동적이지도 적극적이지도 않은 조용한 내가 캠핑을 좋아한다는 것을 들으면 백이면 백 엄청 신기해한다.  딸 친구들도 우리 얘기를 듣고 다들 이렇게 얘기한다고 한다. “ 너희 아빠가 캠핑 좋아하는 건 이해가 가는데 너희 엄마가?  진짜? “


생각해보면 내 경우 어릴 때부터 이런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었던 것 같다.  텐트 치고 그 안에 들어가서 노는 것 좋아하고 모닥불 불멍 좋아하고 시골에 살고 싶어 하고.  그랬기에 이곳 밴쿠버 생활도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우리 큰 언니의 경우는 밴쿠버에 몇 번 방문할 때마다 그랬다.  이렇게 재미없는 곳에서 어떻게 사냐고.  서울에서 와서 보면 여기가 딱 시골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난 복잡한 도시보다는 조용하고 낭만적인 시골이 더 좋다.  남편은 원래 깨끗하고 모던한 호텔 좋아하고, 모기 너무 싫어하는 도시 남자였는데 나와 25년을 함께 하더니 변했다.  부부가 닮아간다는 말이 맞긴 맞나 보다.


암튼 애들도 다 컸고 우리 부부끼리 본격적으로 여행을 가본다.  



약간 길게 휴가를 낼 수 있어서 열흘 일정을 잡긴 했는데, 어디로 갈까 하다가 로키로 정했다.

밴쿠버에서 로키산맥의 밴프나 자스퍼는 차로 10시간 정도 가야 한다.  무거운 RV trailer를 끌고 가야 하니 하루에 10시간을 달리는 건 무리다.   중간에 한번 끊어서 6시간 운전 후에 Mt. Revelstoke에서 하루 자고 Banff, Icefield parkway, Jasper 거쳐서 다시 밴쿠버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그동안 아이들과도 갔었고 엄마 오셨을 때 여행사 통해서도 갔었고, 한국에서 온 손님들과도 갔었지만 이렇게 우리 둘이 로키여행을 가는 건 처음이다.  같이 간 일행 신경 쓰느라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던 것 같은데 이번엔 제대로 경치를 감상해볼 예정이다.   


일 년 중 가장 성수기인 7월에 가는 것이라 캠핑장 예약하는 것이 완전 전쟁이었다.  특히나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서인지 다른 해보다 더 치열했다.  온라인 예약을 시작하는 날짜와 시간을 구글 일정에 적어놓고 알람을 맞춰놨다.  앨버타 주와 한 시간 시차까지 계산해서 아침부터 컴퓨터 두대를 켜놓고 오픈 시간에 재빨리 클릭했으나 어찌 된 일인지 벌써 내 앞에 780명 정도가 있으니 기다리라고 나온다.  


놀란 가슴 진정시키고 침착하게 아침 먹으면서 세 시간 정도를 기다렸더니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당연히 빈자리가 없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구석 자리 몇 개는 남아있었다.  워낙에 크고 캠핑장 숫자도 많아서 가능했나 보다.  그래도 지금까지 그 시스템이  이해가 안 간다. 분명 나도 오픈 시간에 바로 들어갔는데 어떻게 내 앞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지.  레벨스톡, 밴프와 제스퍼 지역이 예약 시작 날짜가 다 달라서 이 전쟁을 삼일이나 치렀다.   중간중간에 예약 없이 선착순으로 갈 수 있는 캠핑장도 꽤 있지만, 불안한 마음에 일단 전부 예약을 했다.


밴프, 자스퍼는 앨버타 주에 포함되는데 밴쿠버가 속한 BC 캠프장과 가격과 시스템이 다르다.   가장 다른 점은 그곳에서 주는 나무로만 캠프파이어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곳에서 가져온 나무로 불을 피우면 자연 생태계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캠핑장 비용에 나무값도 추가로 꼭 내야 한다.  하지만 무제한으로 가져다 쓸 수 있기 때문에 나처럼 불 피우는 것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찌 보면 더 이익인 것 같기도 하다.   


Mt. Revelstoke에서는 snowforest campground.   하루 CA$33 

Banff의 Tunnel Mountain Village 1.  하루 CA$28 

Banff Icefields Parkway의 Rampart campground.    하루 CA$18

Jasper  Wabasso campground.   하루 CA$22


여기에 장작 비 CA$8.8/하루, 캠핑장 별 예약비 CA$11.5 가 추가된다.  예약 없이 그냥 가는 경우 이 예약비를 줄일 수 있어서 좋긴 하다.   여행 중 호텔을 이용한다면 이 숙박비 부분이 몇 배로 훅 올라간다 생각하니 좀 뿌듯하다.  


며칠 전 둘째 딸이 취직하고 첫 월급으로 큰 맘먹고 아빠에게 드론 카메라를 선물했다.  이번 로키 여행이 더 재밌을 거라고 하면서.  남편은 미리 드론 작동법을 익히느라 며칠간 아주 바빴다.  


아이스박스도 두 개나 준비했고 먹을 것도 잔뜩 채워놨다.  이제 드디어 출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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