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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Dec 09. 2021

밴쿠버 근교 여행 - 태평양을 품은 포르토 코브 파크

밴쿠버 최고의 뷰 맛집

그동안 정말 열심히 주말 캠핑을 갔다.   마치 안 가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그중에서도 요즘 자주 가는 곳은 휘슬러 가는 길에 있는 포르토 코브 파크 (Porteau Cove Park)이다.

웨스트 밴쿠버에서 25분 거리로 가까운 편이고, 고속도로에서 가깝기에 전화도 데이터도 다 잡힌다.  게다가 태평양을 마주 보고 있으니 뷰 또한 끝내준다.  전기도 있어서 전기장판을 사용할 수 있고, 화장실과 샤워실 시설도 좋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이곳은 인기가 워낙 좋아 지난여름엔 나의 실력으로 예약을 하루도 못했다. 날이 조금씩 추워지면서 나에게도 차례가 오기 시작했다.  없어질까 봐 무서워 두 달 앞까지 미리 매주 주말 예약을 해버렸다.  나중에 못 갈 일이 생기면 취소하리라 하는 생각으로. 하지만 결국 취소는 한 번도 안 하고 열심히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게 습관이 된듯하다.  중독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난 습관이라 하고 싶다.  


밴쿠버 겨울은 몇 달을 비와 함께 하는 우중충한 계절이다.  오후 4시 조금 지나면 해가 지면서 깜깜해진다.  까딱 잘못하면 우울증 걸리기 딱 좋은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곳이 밴쿠버의 겨울이다.  그래도 비와 친해지기로 마음먹으면 억지로 극복이 된다.  비록 비는 주룩주룩 오고 햇빛 보기는 힘들지만 넓게 펼쳐진 바다와 눈 덮인 산, 매번 다른 모양으로 우리를 감탄시키는 구름을 보면 나오길 잘했다 싶다.  가끔씩 비가 오지 않는 밤에는 모닥불을 얼른 끄고 쏟아지는 별을 감상하기도 한다. 


그건 그렇고 사실 조금 힘들긴 힘들다.  캠핑 싫어하는 남편을 꼬셔서 좋아하게 만들었으니, 내 입으로 먼저 그만하자고 할 수도 없다.  오십 넘은 나이에 겨울에 밖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장작불을 피우면서 눈물도 흘리고, 추위에 움츠려있다 보면 온 몸이 쑤시기도 한다.  매주 짐 싸서 나갔다 오면 며칠 동안 피곤하긴 분명 피곤한데 금요일만 되면 또다시 몸이 근질근질하다.  


평소에는 강아지 산책시키는 것 외에 별로 밖에 나가는 일도 없다.  분명히 우리 집 바로 옆에도 좋은 산책길이 있는데 왜 집에서는 자주 안나가게 되는 걸까.  하지만 캠핑장에 오면 일단 시간이 많다.  셋업만 끝나면 딱히 다른 할 일이 없으니 트레일 코스를 찾아 나선다. 아스팔트 위 평지를 걷는 것보다 이런 울퉁불퉁 트레일 길을 걸으면 치매 예방에 더 좋다는 말을 떠올리며 일부러 열심히 걷는다.   


좋은 점만 계속 생각한다.  행복은 만들어가는 거니까..

오고 가는 길에 하늘과 구름을 보면 예전엔 느끼지 못했던 감동을 느낀다.   구름이 이렇게 멋졌었나..

계절이 바뀌면서 나무의 색이 달라지니 매주 눈이 즐겁다.   비가 와도 나름대로 운치 있어 좋고, 햇빛이 쩅쨍하면 또 설렘 지수가 올라간다.  같은 캠핑장을 가도 매번 풍경이 달라지니 지겹지가 않다.

젊을 때는 보이지 않던 하늘이고 구름이며 나무이다.  아파트에 살면서 주말마다 이렇게 나와 자연과 함께하니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육체의 건강을 위해서도 아주 좋다.  자연이 주는 힘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위대한 것 같다




예전에 엄마가 마당 가꾸면서 자랑삼아 나무와 꽃이 얼마나 예쁘게 자라고 있는지를 전화 통화할 때마다 얘기하셨었다.   그러면 나는 영혼 없는 목소리로 "어 ~~  이쁘겠지"  하고 대답하곤 했다.   예의상 대답만 하는 거라는 걸 알면서도 매번 나무 얘기였다.  그때는 나도 애들 키우느라 먹고 사느라 정신없을 때니 나무가 어떻게 생겼든 하얀 꽃이 피었든 아무 관심도 없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 애들 반응이 딱 그렇다.  여기저기 다니며 감탄을 자아내는 풍경을 보게 되면 제일 먼저 사진을 찍어 토론토에 있는 아이들에게 보낸다.  처음엔 근사하다, 너무 좋다, 아름답다 등등 감탄사를 포함한 친절한 답장이 왔지만 이제는 보고도 아무 대답이 없다.  아이들이 보기엔 그 하늘이 그 하늘이고, 그 호수가 그 호수이니 아무 감흥이 없을 것이다.  내가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그래도 나는 계속 사진을 보낸다.   우리 엄마가 나에게 끊임없이 나무 자랑 꽃 자랑을 했던 것처럼.



드디어 잡았다.   태평양으로 넘어가는 태양...    Porteau Cove Provincial Park, BC, Can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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