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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Jul 25. 2022

세 자매의 일주일 in Paris

오래간만에 파리에서 뭉친 우리 세 자매


다녀온 지 벌써 두 달이 다돼간다.  

이렇다니까.  장기간 집을 비우는 주부는 여행 전과 후가 더 바쁘다.  


나의 이번 3주간 여행 중 첫 번째 목적지인 프랑스 파리.  불어 공부를 하며 혼자 일 년 살기를 하고 있는 큰언니가 있는 곳이다.  언니가 있을 때 한 번은 가봐야지 했었는데 마침 작은 언니가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를 직관하고자 파리 여행을 준비하기에 그 날짜에 맞췄다.  관광객이 너무 많아지기 직전인 5월 말이다.  

적당히 선선하고 적당히 뜨거운 날씨였다.


나비고 파리 시내 일주일 무제한 교통 카드도 있고 데이터 10GB 나 되는 심카드 교체도 했으니 혼자 파리 공항에 떨어져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여차하면 우버를 부르리라 하며 백업플랜도 세워놨지만 끌고 다닐 가방도 작고 아직은 체력도 있다.  버스와 지하철과 구글맵으로 실수 없이 한번 찾아가 보리라.  


저녁 시간이라면 불안했겠지만 다행히 오전에 도착했고 날씨도 좋았다.  바쁘게 움직이는 눈동자를 숨기려 선글라스 장착하고 마치 아는 길을 가는 현지인 인척 느긋하게 길을 찾았다.  


드디어 언니 아파트 도착.  둘째 언니는 파리 뮤지엄 패스를 써야 해서 부지런히 어딘가를 돌아다니는 중이었고, 마침 학원 휴일이라 집에 있던 큰 언니가 문을 열어줬다.  뭐지?  내 집 같은 편안함.   코로나로 인해 몇 년간 서로 보지 못했지만 마치 저번 주에 만난 듯하다.  


나는 밴쿠버에 살기 때문에 손님을 정말 많이 치른다.  특히 밴쿠버에서의 여름은 손님 치르다 끝난다는 말도 있다.  한국에서 지인들이 여행으로도 많이 방문하지만 여름방학을 이용해 아이들 영어 캠프를 보내는 경우도 많다.  직접 알지 못해도 건너 건너 누구누구 아는 사람까지도 다 연락이 온다.  우리도 이런저런 이유로 거의 매년 누군가를 맞이한다.  친한 정도와 체류기간에 따라 시내 관광 코스도 딱 나와있다.  직접 같이 다니며 관광을 시켜줄 경우도 있고, 차만 빌려주는 경우, 정보만 알려주는 경우도 있고...  다행히 요즘은 인터넷에 워낙 정보가 많아서 조금 편해지긴 했다. 언니도 그렇지 싶다.  파리에 일 년 사는 동안 우리 세 자매 회동 말고도 아마 꽤 많은 손님을 맞이하게 될 것 같다.  



언니는 학교 다니며 어학 공부도 하고 시험도 보고 일요일에는 다운타운에 있는 성당에 나가며 아침으로는 바케트를 사 먹고 주말에는 가까운 근교로 당일 여행, 긴 휴일에는 이태리 여행을 가기도 하고 기타 등등 제대로 시간을 야무지게 쓰고 있었다.  체력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면서 희한하게 걷는 거 하나는 끝내준다.  하루에 만보는 완전 기본이란다.  


큰언니가 학교 가는 시간에 나는 둘째 언니와 주로 미술관을 다녔다.  우리 중에 체력이 제일 좋은 둘째 언니는 계획성이 아주 철저한 사람이라 어마어마한 일정표를 짜 놓고 지키는 중이었다.  파리에 관련된 책은 거의 다 읽고 왔기에 척척박사다.  난 언니만 믿고 아무 준비도 없이 따라다니기만 했다. 평소 우리 식구들과 가는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준비하고 계획 세워야 하지만 여기서 나까지 준비했다가는 오히려 부딪히기만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정말 몸뚱이만 가져온 여행이었다.  빡빡한 일정에 맞춰 따라다니느라 몸은 힘들지만 아주 편한 파리 투어였다.  


세 자매가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시간이 됐을 때는 세느강변에 있는 주점에서 환상적인 생맥주도 마시고, 맛있는 해산물 집에도 가고 커피 향 좋은 카페에도 갔다.  딱 한번 끼어있는 주말에는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근교에 있는 정말 아름답고 분위기 좋은 샹티 성으로 기차 타고 갔다 오기도 했다.  승마 쇼도 보고, 유명한 샹티 크림을 얹은 와플도 먹고, 그림 같은 배경으로 시원한 맥주도 한잔 빠질 수 없지. 중년이 되었어도 마음은 청춘이다. 우리도 이런게 좋다구.


마지막 저녁은 큰언니가 제대로 쐈다.  근사한 유람선을 타고 세느강변을 돌며 풀코스로 저녁을 먹는 바토무슈 디너!!  몇 년 전에 남편과 둘이 왔을 때는 바라보기만 했었다.  뭐 굳이 비싼 돈 내고 배 안에서 먹으면서 경치를 봐야 해, 그냥 이렇게 강변에 서서 보기만 해도 너무 좋은데...  그런데 굳이 그렇게 저녁에 배 안에서 멋진 라이브 음악과 풀코스로 디너를 대접받으니 참으로 좋긴 좋다.


파리 근교 Chantilly 성


언니는 뒤돌아 생각해보니 이제껏 살면서 이렇게 본인이 진짜 원해서 뭔가를 계획하고 실행한 것이 이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물론 좋은 직장에서 이루어낸 것도 많은 화려한 커리어 우먼이었지만, 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 길이 열렸었고 열린 길로 가서 일을 하다 보니 이 나이가 됐다고.  하지만 은퇴하고 맞이한 슬로우 라이프는 제대로 언니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았다.


떠나기 전 언니에게 물었다.  

"여기서 이렇게 살아보니 어때?   만족도가 한 80 퍼센트 정도?"

"왜 80 퍼센트야?"

"아니, 뭐 혼자 있으면서 가끔 좀 힘들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그럴 테니까"

"아니, 100 퍼센트인데!!  더 있고 싶지만 남편한테 미안해서 가긴 가야지"


오 ~~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이 정도 만족감을 느낀다면 이번 언니의 파리 일 년 살기 프로젝트는 대성공이다.  언니들과의 일주일간 만남을 뒤로하고 떠나는 내 발걸음도 괜히 가볍다.   모든 시간이 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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