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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Mar 02. 2022

상담 공부를 시작했다

너무 늦은 건 아니겠지?  살짝 설레기도 한다


좋은 기회가 있어서 상담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성격 정반대인 두 딸을 키우면서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을까.  집집마다 똑같겠지만 우리 집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둘이서 번갈아가며 우리 애간장을 꽤나 태웠었다.  덕분에 이제는 애들이 어떻게 나와도 다 헤쳐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  하도 많은 경우의 수를 만나다 보니...  나보다 어린 엄마들이 자녀 문제로 속상해하면 나의 경험을 떠올리며 위로해줬다.  처음 닥치는 문제가 생기면 나도 또다시 허우적거릴 테지만.


언젠가부터 막연히 상담이라는 영역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엿봤다.  관련 책도 좀 읽어보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등등..   하지만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50 넘은 나에게 적용시키기는 쉽지 않겠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포기했었다.  이과 출신인 내가 문과 공부를 과연 할 수 있을까.  워낙에 끈기도 없고, 근성도 없는지라 포기는 아주 빠르다.  


그러다 하루하루 흘려보냈고 어느덧 5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나이가 되었다.   늦은 나이인가 싶었지만, 앞으로 살아야 할 날을 따져보니 어쩌면 지금까지 살아온 만큼 더 살아야 할 수도 있겠다 싶다.  우리 엄마를 봐도 80대 중반이지만 굉장히 정정하시고, 주위에 90세 이상 되신 분들도 많이 계신다.  확실히 평균 수명이 엄청 길어지긴 한 것 같다.  설마 진짜 백 살까지 살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든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이대로 좋은가. 아니, 괜찮은가 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남편도 같이 늙어가며 탈모 고민도 늘어나고 하루하루 달라지는 몸을 느끼긴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몇십 년은 끄떡없다고 한다.   희망사항이지만 걸어 다닐 수 있는 한 계속 일을 하겠다고 한다.  그래, 훌륭해.  남편은 노후계획 패스!!


우리 아이 둘도 성인이 되었고, 각자 자기 갈 길을 잘 가고 있다.  성인이 되었다고 해도 공부하는 학생 신분일 때는 우리가 보호자 역할을 해야만 할 것 같고, 사실 재정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신경을  써줘야 했다.

그런데 올해부터 둘 다 조금씩이라도 돈을 벌기 시작하니 이제는 진짜 어른이 된 것 같다.  이곳 아이들은 한국보다 독립에 대한 인식이 더 빠르고 확고한 것 같다.  자기 친구들 거의 다 집에서 나와 빠듯하더라도 자기가 번 돈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우리 아이들도 그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우리 입장에선 고마운 일이다.  지금부터 엄마 아빠의 역할은 옆에서 응원해주고, 같이 웃고 울면서 평생 같은 편이 되어주는 것뿐인 듯.    


그러니 나도 이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할 때가 왔다.  

뭔가를 시작하기에 늦었다고 생각했는데, 어찌 보면 아주 딱 적당한 때이다.  가족 안에서 내 손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확 줄었으니 이제 가족 밖의 누군가에게 내 관심과 손길을 돌릴 때이다.  


좀 오래 걸리긴 해도 상담 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겨서 고민도 없이 등록했다.  코로나 덕분에 온라인 수업이 활성화되면서 한국어로도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  몇 년을 걸려서라도 공부를 마치면 이곳 캐나다에서 한인들 (특히 청소년) 상대로 상담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수업을 시작했다. 뭐, 나한테까지 일자리가 오지 않는다고 해도 손해 볼 건 없다.  배움의 기쁨이 있으니까.  사람은 평생 배워야 한다 하지 않는가.  


다시 학생이 되니 살짝 설레고 재미있다.  수업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과연 언제까지 이 마음가짐과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벌써부터 들긴 한다.  깊게 생각하기 싫어하고 단순한 내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과목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강의를 들으면 들을수록 나의 지난날 잘못했던 말과 행동들이 떠오르면서 아이들과 남편에게 미안해지고 마음이 또 아프기도 하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나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에 급 초라해지며 자신 없어진다.  그러나!!!  뭐 하나 끝까지 제대로 한 게 없는 나지만 이번에는 한번 끝까지 가보자고 오늘도 다짐하며 연필을 잡아본다.  공부 끝에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하더라도 나만큼은 아주 조금이라도 좋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아름다운 밴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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