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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Apr 11. 2022

이번엔 카약의 매력에 꽂혔습니다...

inflatable kayak


호수가 많은 밴쿠버의 근교를 여기저기 돌다 보면 카약에 욕심이 안 생길 수가 없다.

어느 날은 햇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호수, 어느 날은 거울에 반사되듯 신비로운 호수, 비가 올 때는 또 은은한 분위기를 내는 호수 등등 ….  갈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기쁨을 준다.

거기다 한가운데 노랑 빨강의 카약이나 카누가 떠있을 때면 이 멋짐은 한 스푼씩 더해진다.


일전에 친구로부터 카약을 빌려서 한번 타본 적이 있었다.   카약을 타고 호수 한가운데서 바라보는 풍경은 멀리서 볼 때랑 또 다른 맛이 있다.  세상 걱정 없고 평화로운, 신선놀음한다는 게 딱 이런 것이구나 싶다.  이제 여름도 다가오는데 우리 중년 부부도 슬슬 물놀이 준비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우리가 살 수 있는 카약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다.

일인용 카약을 두 개 산다면 남편과 내가 함께 즐길 수가 없다.  내 부실한 팔로 노를 저어 가면 남편과 속도를 전혀 맞출 수가 없으니 오히려 감정만 상하는 일이 생길 것이다.  그래서 둘이 함께 탈 수 있는 2인용으로 정했다.  중간중간에 같이 간식도 까먹고 얘기도 하려면 이게 훨씬 좋은 선택임에 틀림없다.


일반 카약은 비싸기도 하지만 크기가 너무 커서 우리 아파트에는 보관할 수가 없다.  보관이 편한 튜브 형태로 된 것을 사야 하는데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종류가 생각보다 엄청 많았다.  제대로 레저를 즐기려면 보통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 같은 초보는 일단 저렴한 것으로 시작해야 하는데 고르기가 쉽지 않다.  


아마존에서 파는 것은 가격은 좋은데 좀 부실해 보이고.  물론 퀄리티 좋은 것도 많이 있지만 우리 예산에는 맞지 않는다.  늘 하듯이 싸고 좋은 것을 찾아 헤매다 꽤 괜찮은 놈을 발견했다.  코스코에서 파는 것이다. 튜브도 튼튼해 보이고 의자(?)도 원하는 스타일이다.  한데 문제는 코스코 미국 사이트에만 있고 캐나다 사이트에는 내가 원하는 것이 없다.  


아쉬워하던 차에 중고사이트에서 같은 물건을 발견했다.  박스도 뜯지 않은 새 제품이라며 거의 새것 가격으로 내놓은 것인데 가격 네고 안된다고 못을 박아놓았다.  아. 고민 …. 세금이랑 미국 달러 환율 생각하면 분명 더 비싸지는 않지만 그래도 중고사이트에서 사는 건데 왠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라 여겨져서 연락을 했다.  직접 가서 보고 별로면 그냥 나올 생각이었는데 진짜로 박스도  뜯지 않은 완전 새것이었다. 선물로 받았는데 자기는 이런 액티비티 별로 안 좋아한다며. 그래서 기분 좋게 사서 들고 왔다.   



구명조끼도 사놨겠다 거실에서 바람 넣어 시뮬레이션 한번 쓱 해보고 날씨만 보며 출정할 날을 기다렸다.  하지만 역시 밴쿠버.  3월 되어 봄이와도 주구장창 비만 온다.   


몇 주 후 드디어 해가 나는 주말이 되었다. 마침 예쁜 호수가 있는 캠핑장에 예약도 되어있었다.  사실 이때 남편과 말다툼 끝에 거의 일주일간 필요한 말 이외에는 대화를 안 하고 있었는데, 둘 다 주말이 되니 말없이 각자 자기 파트의 캠핑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날씨도 좋아서 드디어 카약을 처음 개시할 날이 왔는데 이걸 망칠 수는 없고, 은근슬쩍 자연스럽게 화해를 해버렸다.


대충 점심 먹고 카약 타러 갈 준비를 했다.   먼저 펌프질로 바람 넣은 후 구명조끼를 입고 선크림 바르고 패들 챙겨서 호수로 갔다.  보통 호수 입구에 안내판이 있는데 그곳에서 어떤 액티비티를 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크게 위험한 포인트만 없다면 대부분 수영, 낚시, 카약, 카누 허용이다.  수영도 할 수 있고 이런 물놀이를 위한 데크가 설치되어있는 곳은 카약 타고 내리기가 쉬운데 그렇지 않은 곳은 들어가면서 발을 물에 담글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물에 젖는 것쯤은 개의치 않아야 진정한 카약킹을 할 수 있을 듯.  


호수 한가운데 둥둥 떠서 둘러보는 주변 나무들과 하늘, 구름은 정말 환상이다.  오리들도 옆에서 지나가고 가끔 흰머리 독수리도 멋지게 하늘을 가른다.  지루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이쪽저쪽 탐험하다 보면 한 시간이 금방 간다.  같이 간 강아지도 처음엔 무서워하더니 어느 순간 즐기고 있다.  정말 잘 샀다 싶다.  


인플레터블 카약, 물론 단점도 많다.   좀 좁은 편이라 장시간 타고 놀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바다에서도 한번 타봤는데 확실히 튜브형은 앞으로 속도감 있게 나아갈 수가 없고 파도를 이기기가 쉽지 않다.  공기를 넣고 빼는 작업도 꽤 힘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세트로 들어있던 패들도 조립식이라 좀 휘어지고 부실하다. (남편은 벌써부터 벼르고 있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패들은 새로 살 것이라고..) 


그래도 아직까진 우리 둘이 즐기기에 충분하다.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끝이 없지.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낚싯대도 하나 있는데 바람 잔잔한 날 낚시도 한번 도전해보려고 한다.



Rolley Lake (왼쪽)  &  Alice Lake (오른쪽) in BC, Canada  ;  사진 찍고 보면 그 호수가 그 호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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