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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Feb 08. 2022

버티다 누린 문명의 혜택, 에어 프라이어

요리하는 재미를 한번 찾아볼까 ~~


워낙에 신제품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성격이라 핸드폰도 아주 옛날 버전을 사용하고 있다.  고장 나지 않았는데 굳이 바꿀 이유를 못 느끼기도 하고 새로운 기기에 적응하는 과정을 그다지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던 내 눈에 언젠가부터 에어 프라이어가 자꾸 들어왔다. 인터넷으로 요리 검색을 하다 보면 에어 프라이어로 하는 방법들이 너무 많다.  관심이 살짝 가긴 했으나, 주방 용품에 돈 쓰는 걸 아주 아까와하는 사람으로서 살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에어프라이어 원리와 구조 등등 살펴본 결과 지금 쓰고 있는 오븐 토스터와 그다지 다른 것 같지 않기에 필요 없다는 결론을 냈었다.


결혼 후 식구들의 생존을 위해 줄기차게 밥을 해대야 했던 지난 27년간 나는 빠르고 쉽고 간단한 요리만을 추구해왔다.  없는 재료는 가뿐히 생략하고, 굳이 필요 없는 과정이라 생각되면 과감하게 패스했다.  어차피 입으로 들어가면 다 똑같은데, 그냥 대강 먹자.  집에서 먹는 밥이 어떻게 완벽할 수 있겠어.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이렇듯 요리에도 별 관심 없고 새로운 가전제품에도 관심이 없던 내가 이상하게 에어프라이어는 몇 년 전부터 살까 말까를 몹시도 망설이고 있었다.  아마도 주방의 혁신이라며 속속 올라오는 사용 후기와 엄청 간단하다는 레시피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국에만 그렇게 유행인가 싶었는데, 이곳 매장에서도 언제부턴가 다양한 제품이 생각보다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었다.  처음엔 꽤 비쌌던 것 같은데 몇 년 새 많이 싸졌다.  그렇다면 한번 질러볼까 하던 차에 우리 딸이 먼저 얘기를 꺼내는 것이다.  


이번 방학에 밴쿠버에 왔다가, 독립해서 혼자 사는 친구 집에 놀러 갔었는데 거기서 에어프라이어를 사용해본 것이다.  식은 군만두를 넣고 7분 돌리니까 어마어마하게 빠삭하고 맛있더라고.  너무 편하고 좋더라고,  엄마도 꼭 사야 되는 물건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삼시 세끼 밥만 하고 살아온 것 같아 자존감이 한참 떨어져 있던 차에 이렇게 요리 기구 하나 사는 것을 몇 년 동안 망설이는 나 자신이 너무 짜증 났다.  딸 친구가 샀다는 얘기를 들으니 내가 너무 시대에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면서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바로 온라인 쇼핑몰을 뒤져서 제일 용량이 큰 것으로 주문을 해버렸다.  코스코에서 가격도 착하고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아주 고급져 보이는 놈으로 골랐다.  


짜잔 ~~  이틀 후 도착해서 설레는 맘으로 박스를 뜯었다.  그동안 열심히 에어프라이어 요리를 검색해 놓았기에 받자마자 통삼겹살 구이며 치킨, 감자, 베이컨 등등 닥치는 대로 구워봤다.  과연 그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더 번거로울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간단하고 쉽고 맛있게 해결됐다.  


오!!  진작 살걸.  왜 망설이다가 이걸 이제 샀을까 싶다.   대만족이다.   

특히 남편이 너무 좋아한다.   지금부터는 새로운 요리 막 나오는 거냐며.  

어차피 살아있는 한 앞으로도 쭉 밥 해 먹고살아야 하는데, 이 기회에 조금이라도 즐기며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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