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다 (10)

유자광은 역모 혐의로 옥에 갇혔다

by 두류산

10장


유자광은 예종의 승하 이후 예전처럼 임금을 가까이 볼 기회도 없고 원상(院相)인 원로대신들에게 둘러싸인 어린 임금에게 특별히 진언드릴 기회도 없었다. 이렇게 되니 조정의 신하들이 자신에게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유자광은 예종이 승하한 지 채 5개월이 되지 않아, 우려한 대로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았다.


예종의 죽음으로 더욱 춥고 스산하게 느껴지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돌아왔다. 유자광은 그동안 신고 있던 낡은 가죽신을 대신하여 새로 가죽신을 마련해 어수선하던 마음을 전환하고자 했다.

마침 호위 군졸인 반인(伴人) 박성간이 예전에 가죽신을 잘 만든 갖바치였다는 사실을 알고 가죽신 두 벌을 만들어달라고 명하였다. 박성간은 갖바치 출신으로 건주위 여진 토벌 때 남이의 부대에서 전투 중에 공을 세워 천민에서 양인으로 승격되었다가 유자광의 호위 군사가 되었다.

박성간은 유자광의 명령이 여러모로 내키지 않았다. 박성간은 여진 정벌에 참여하면서 남이장군을 영웅으로 숭배했는데 남이가 역적으로 처형을 당하자, 내심 고변한 유자광을 원망하고 있었다. 또한 지금은 자신도 어엿한 호위 무사가 되었는데 갖바치 시절에 하던 일을 시키는 것이 못마땅했다. 더구나 유자광은 노비의 아들로 자신과 다름없는 천한 출신인데 번듯한 양반도 엄두를 못 내는 가죽신만 신고 다니는 것도 아니꼬웠다.


마음이 내키지 않으니, 유자광이 지시한 지 한 달이 지나도록 가죽신을 한 짝도 만들지 않았다. 유자광이 가죽신을 가져오라고 하니, 박성간은 싫은 기색을 감추지 못하였다.

"나으리, 아직 가죽신을 다 만들지 못했습니다. 지금 한창 만들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유자광은 지위가 일품인 자신에게 박성간이 ‘대감마님’으로 부르지 않고 ‘나으리’라고 낮추어 부르니 심사가 뒤틀렸다.

‘이놈 봐라.’

유자광은 괘씸하게 생각하는 속마음을 애써 감추었다.

"그러면 한 켤레라도 대령하여라. 내 긴히 가죽신을 신고 나설 일이 있다.”

박성간은 소매에 묻은 머리카락을 떼어내며 건성으로 말했다.

"며칠 더 말미를 주시면 곧 만들어 드리겠습니다요, 나으리.”


유자광은 짙은 눈썹이 꿈틀거릴 정도로 양미간을 좁혔다.

‘이놈이 계속.....’

유자광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시일이 한 달이나 지났는데 한 켤레도 못 만들었단 말이냐?”

유자광은 박성간의 태도가 거슬리어 발끈하였다. 자신이 얼자라고 사대부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해왔는데, 천한 것들마저 자신을 은근히 무시한다고 생각하니 열이 올랐다.

유자광은 고함을 질렀다.

"이놈은 틀려먹은 놈이다. 형틀에 묶어 매우 쳐라!”


박성간은 그제야 비로소 유자광에게 살려달라고 하며 빌었으나 유자광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박성간은 매를 맞으면서 이를 바드득 갈았다. 매가 오십 대에 이르자 박성간은 매를 못 이겨 실신상태가 되었다. 매를 치던 노복들이 매를 멈추며 유자광을 살폈다. 유자광의 얼굴은 화가 가득하여 불덩이처럼 붉었다. 유자광이 멈추라는 소리를 하지 않자, 노복들이 다시 매를 때렸다.

박성간이 초주검이 되어 형틀에서 몸이 늘어져서야 노복들은 비로소 매를 멈추었다.


박성간은 며칠을 누워서 매 맞은 상처를 치료하면서, 죽도록 매를 때린 유자광을 원망했다.

‘어떻게 하면 남이 장군의 원혼도 달래 드리고, 매 맞은 원한도 되갚을 수 있을까?’

박성간은 유자광에게 복수할 방법을 찾았다.

‘유자광이 남이 장군께 저지른 짓을 그대로 똑같이 돌려주자!’

박성간은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궁궐로 달려가 유자광이 역모를 모의했다는 고변을 하였다.

어린 성종을 대신하여 섭정을 하던 정희대비는 승지들에게 박성간의 고변을 듣고 깜짝 놀랐다. 대왕대비는 원상(院相)인 원로대신들에게 고변의 내용을 상세히 들어서 보고하도록 명했다.


원상과 승지들은 유자광의 호위 군졸인 박성간에게 소상히 물으니 그는 거침없이 대답하였다.

"유자광이 아우 자석에게 말하기를, ‘간밤에 꿈이 흉했다.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고 활로 쏘았더니, 해가 가운데에 맞더니 떨어져 버렸어.’ 하니, 유자석이 말하기를 ‘그것 참 좋은 꿈이오.’ 하였습니다. 유자광이 ‘내 뜻과 합한다.’ 하고는 말하기를, ‘전일에 남이가 지극히 어리석어 남에게 누설하였다. 비록 부자간이라도 이런 일을 어찌 말하겠는가? 내가 군사 3,40인을 거느리고 밤을 틈타 우두머리들을 먼저 제거하면 누가 능히 항거하겠는가?’ 하였습니다.”

대신들에게 박성간의 고변 내용을 보고받은 대비는 일의 엄중함에 놀라, 바로 내금위장에게 명하여 무예가 출중한 겸사복과 교위 30명을 선발하여 유자광과 이복동생인 유자석을 잡아오게 하였다.


대비는 재상들에게 명하여 잡혀온 유자광과 유자석을 국문하게 하였다.

추국관은 유자석을 먼저 심문했다.

"유자광과 무슨 말을 나누었는지 빠짐없이 말하라.”

유자석은 황당하여 무슨 답을 해야 할지 머뭇거리자 추국관이 소리쳤다.

"저놈을 형틀에 묶고 대답이 나올 때까지 곤장을 쳐라!”

유자석은 매를 이기지 못하여 비명을 질렀다. 추국관이 다시 물었다

"유자광이 너하고 꿈을 꾼 이야기를 했느냐?”

유자석은 혼비백산하여 말했다.

"그렇습니다. 했습니다.”

"무슨 이야기였는지 이실직고 하렸다!”

유자석은 추국관이 실마리를 주지 않아 당황했다.

"그게, 자다가 꾼 꿈을 저에게 말하긴 했는데.....”

추국관이 나졸을 보고 소리쳤다.

"저놈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 소상히 밝힐 때까지 매우 쳐라!”


유자광은 영문을 모른 채 역모 죄를 지었다고 다짜고짜 잡혀와, 내금위 옥에 갇히니 놀랍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다. 유자석이 먼저 끌려 나가 곤욕을 치르는지 비명소리가 옥에까지 들렸다.

곧이어, 유자광도 형틀에 묶인 채 추국관들의 심문을 받았다.

"네 아우 유자석이 너랑 꿈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자백했다. 네가 꿈을 꾼 이야기를 한 끝에 유자석에게 ‘군사들을 거느리고 밤을 틈타 우두머리들을 먼저 제거하면 누가 능히 항거하겠는가.’ 했다는데 사실이냐?”

유자광은 극구 아니라고 부인하니, 추국관은 박성간을 대질시켰다. 유자광은 소리쳤다.

"저 놈에게 벌을 주었더니 앙심을 품고, 하지도 않은 말로 나를 모함하려는 것입니다!”


추국관은 유자광을 믿지 않고 이실직고하도록 한차례 장(杖)을 치게 했다.

유자광은 이를 악물고 매를 버텼다.

‘내가 여기서 죽는구나!’

이실직고하라는 추국이 한밤중에 수 시간을 계속하였으나 유자광은 완강하게 부인하였다. 새벽녘이 다가오자, 대왕대비는 유자광을 일단 옥에 가두게 하였다.


유자광은 목에 큰 칼을 차고 두 발목에 족쇄를 찬 채 옥에 다시 갇히니, 아버지의 말씀이 또렷이 생각났다.

‘명심할 것은 항상 겸손하고, 특별히 아랫사람에게 덕으로 대하여야 하며, 화를 참고 성내기를 더디게 해야 한다.’

이제 와서 엎지르진 물이었다. 자신을 아끼던 세조와 예종이 모두 승하하였고, 어린 임금은 자신을 전혀 모르니 자신의 말을 믿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자광은 온몸에 힘이 빠지고 마음마저 지쳤다.

‘꼼짝없이 죽게 되었다!’

유자광은 맞은 매로 온 몸은 불덩이처럼 뜨거웠고 정신은 아득하였다. 유자광은 깜박 잠이 들었다가 고함을 지르며 깨어났다.

"신은 절대로 그런 말은 한 적이 없습니다!”

추국을 받는 꿈을 꾼 것이었다. 유장광은 몸을 부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지금 잠들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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