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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Jul 22. 2022

중2 아들이 보낸 편지

아버지 어머니, 우리 집의 든든한 장남입니다

큰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영국의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내년에 한국에 돌아가는 것이 더 걱정일 것이다. 

친구들끼리 한국은 입시지옥이라고 이야기할 터이니, 누가 지옥에 가고 싶겠는가. 


아들에게 편지가 왔다.

한인교회 한글학교에서 단체로 부모님께 편지를 쓰게 한 듯하다. 

뭐라고 썼을지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아들의 편지를 펼쳤다. 





사랑하는 어머니, 아버지께


아버지 어머니, 우리 집의 든든한 장남입니다.

제 입으로 한 말이지만 쑥스럽네요. 


장남이라 과연 그 구실을 다하고 있는지, 소홀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공부를 핑계로 효자노릇을 못하는 것 같아서 죄송스럽습니다.


우선 감사한다는 말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아빠는 직장 나가서 일하시느라 고생이 얼마나 많으십니까. 저와 우리 가족을 위해 봉사하시는 아버지 감사합니다. 생활하면서 저에게 해주신 조언들, 나눴던 대화를 통하여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저에게 본보기가 되어주시고, 좋은 습관을 가지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께도 감사의 말 올리고 싶습니다. 직장 다니시면서 가사도 하시고, 애쓰시는 것을 어찌 모를 수 있겠습니까. 감사히 여기고 있는데, 다만 표현이 부족한 탓에, 그 감사함을 평소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러모로 부족한 탓에 어머니가 참 힘드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넓은 마음으로 저와 동생을 이해하시고, 무슨 문제든 민주적인 대화로 해결하셔서 가정의 화목을 유지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하다는 말도 하고 싶습니다. 생각이 없어서인지, 철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중학교 생활의 적응이 힘들어서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예전처럼 잘 대해 드리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공부를 핑계로 할 수 있지만 핑곗거리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욱 효도하며, 부모님 입장과 마음을 생각하며 행동함으로써 저에 대한 걱정, 근심 다 사라지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효도하겠습니다. 부모님을 영광스럽게 만들겠습니다. 열심히 하여, 부모님께 행복을 안겨드리고,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 계속적으로 보여주면서 살겠습니다. 

공부하는 틈에 집안일도 돕고,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며 부모님을 편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장차 사회에 나가 돈을 많이 벌어서, 부모님을 호강시켜드리겠습니다. 


그럼 이 소박한 편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부모님을 사랑하는 제가 있다는 것 잊지 마세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바랍니다.


2002, 4.18. 

장남 올림


    



아내가 행복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무게감은 중학생이 아니라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네."






(일러스트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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