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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Aug 19. 2022

아, 어머니!

갑자기 가슴이 뻐근하게 아파온다. 숨을 쉬기조차 버겁다

오후 5시쯤 되었을까.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가슴이 뻐근하게 아파온다. 숨을 쉬기조차 버겁다.

이게 뭐지......


심장에 문제가 있나?

오른쪽 가슴이 아프니 심장은 아니다.  

혹시...... 이상한 예감이 온몸을 훑는다.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워싱턴 DC에서 버지니아주로 넘어가는 루스벨트 다리를 탔다.

포토 맥 강의 루스벨트 섬이 보인다. 


버지니아주, 맥크린.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갔다. 

침대에 누웠지만 이상하게 잠이 쉽게 들지 않는다. 

시계를 보니 12시가 되어간다.


내일은 9월 19일, 금요일이다. 

주말에는 만사를 제쳐두고 푹 쉬어야 하겠다.


잠이 살짝 들었을까. 

전화벨 소리가 귀를 때린다.

한 밤중의 전화다!

가슴이 빠르게 뛴다. 

밤늦은 시각이나 새벽의 전화는 한국에서 긴급 상황이 있다는 뜻이다.


형님의 목소리다. 병원이라고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실 듯하니

바로 비행기를 구해 타라.”


어머니가 병원에서 의식을 잃으셨다는 순간이 이곳 시간으로 오후 5시경이었다. 

그때 어머니가 막내를 보려고, 이곳 워싱턴까지 오셨나? 

목에서 뜨거운 기운이 올라왔다.


새벽 4시.

전화가 다시 울렸다. 큰 아이다. 

병원에 도착해서 아빠에게 전화하는 것이란다.  

할머니 상황을 전해주었다.

할머니는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단다. 

가족이 모여 할머니의 임종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호흡이 가빠졌다.


곧이어 다시 큰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로 마지막 인사를 하라고 했다.

할머니가 의식을 못 찾고 곧 돌아가실 듯하다고 했다.

눈앞이 흐려졌다.


전화통을 들고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전화 너머에서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어머니, 막냅니다! 어머니~~~!”

여전히 대답이 없으시다.


"어머니가 살아나신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렸다.

누나가 전화를 들고, 어머니의 맥박이 돌아오고 있으니

계속 어머니를 부르라고 했다.

어머니가 말은 못 하시지만 아들 목소리를 알아듣는 것 같다고 했다. 

목이 메었다.


“어머니, 막냅니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전화통을 붙잡고 계속 어머니에게 외쳤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통곡하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어머니가 세상과의 끈을 놓으신 것이다

막내가 미국에서 돌아와 옆에 있다고 생각하신 건가.

이제 마음 놓고 아버지 곁에 갈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신 건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때와 같이 강남 성모병원에서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왕망산 기슭에 아버지 옆에 나란히 어머니를 모시고,

다시 워싱턴으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병원으로 찾아온 작은애를 보고  

"밥 챙겨 먹여라" 고 고모들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그 말씀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되었다.


우리가 살면서 놓치기 싫은 것이 있다. 

때가 되면 어쩔 수 없이 놓아야 하지만......


가슴이 계속 묵직하다. 

실컷 울어야 했었는데

대놓고 목 놓아 울지 못해서 그런가.....


다시 한국에 돌아가면

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누워계신

어머니를 찾아

마음껏 울고 싶다

꺼이꺼이 목 놓아 울고 싶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최고의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아, 어머니.......







(사진출처)

https://hms.harvard.edu/magazine/aging/profound-sadness-prolonged-gr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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