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創業) 보다 수성(守成)이 어렵다 (3)

한명회의 죄는 신민(臣民)들이 모두 분하고 한스럽게 여깁니다

by 두류산

3장


성종은 도승지 탄핵의 발단이 된 사헌부의 성건을 불렀다. 성건이 어전에 나아오자, 임금이 물었다.

"너는 유자광을 옳다고 생각하는가?”

"유자광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성건은 이어서 아뢰었다.

“도승지는 유자광의 탄핵을 가슴 아프게 여긴다고 했습니다. 이는 한명회에게 아첨한 것이니, 도승지도 한명회와 함께 죄를 물어야 합니다.”

"도승지가 가슴 아파한다는 말은 유자광이 좋지 않게 최후를 마친 임금을 함부로 과인과 견주어 말한 상소를 보고서 한 말인데, 어찌 대신(大臣)에게 아부하여서 말했다고 하는가? 죄가 없는 사람을 치죄(治罪) 해야 한다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


성건이 물러나자, 도승지 유지는 대간의 탄핵으로 마음이 불편하여 임금에게 아뢰었다.

"대간들이 신(臣)을 보고 대신에게 아부하고 전하를 속인다고 말하지만, 신이 전하를 가까이 모신 지 7년으로 이미 전하의 각별한 보살핌이 지극한데, 어찌 다시 한명회에게 아부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만에 하나라도 이러한 이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부한다’고 하고, ‘속인다’고 하니, 청컨대 국문하게 하시어 이를 변명하게 하여 주소서.”


임금은 도승지를 다독였다.

"과인이 잘 알고 있는 바이다. 경은 여러 말하지 말라.”

유지가 아뢰었다.

“상당군에 관한 유자광의 탄핵 내용이 지나쳤습니다. 무령군을 불러 어떻게 상당군이 말한 바를 알게 되었는지 사정을 알아보시는 것이 좋을듯합니다.”


유자광은 임금의 부름을 받고 선정전(宣政殿)에 나아갔다. 선정전은 창덕궁의 편전(便殿)으로 평상시 임금이 신하들과 함께 나랏일을 보던 곳이었다.

성종은 한명회가 노산군을 입에 올린 일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유자광에게 물었다. 유자광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사실대로 고하면, 한명회의 보복을 두려워하는 이숙감이 야단을 할 텐데.....’

성종은 머뭇거리는 유자광을 다그쳤다.

“경이 듣지도 않은 말을 지어서 고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소.”

유자광은 어쩔 수 없이 사실대로 아뢰었다.

"노산군에 관한 말은 이숙감에게 들었습니다. 대간들이 상당군을 탄핵하는 일이 어찌 되었는지 물었더니 이숙감은 상당군이 의정부 사인(舍人)에게 노산군을 언급한 실언이 마음에 걸린다고 걱정했다는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이것은 상당군이 사인(舍人)으로 하여금 대간에게 미리 말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신이 이것을 듣고서 신하가 임금께 가슴에 품은 생각을 그대로 두고 아뢰지 않는다면 나라를 근심하는 신하의 도리가 아니기 때문에 감히 아뢴 것입니다.”

"신하가 되어 입을 다물고 임금에게 말하지 않는다면 장차 어디에 쓰겠는가? 다만 경(卿)의 상소에 잘못 지적한 것이 있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오.”


유자광은 임금의 말에 마음이 격동되어 아뢰었다.

"신이 얼자로서 나라의 후한 은혜를 받아 지위가 여기에 이르렀습니다. 무릇 품은 생각이 있는데도 입을 다물고 아뢰지 않는다면 성상의 은혜를 만에 하나라도 보답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숨기지 않고 직언(直言)을 하는 것입니다.”

"경이 비록 과인을 진나라의 이세(二世)에 비견하였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는 바이오. 다만 한명회는 정승이며 훈구대신인데 경이 조고에 비견하였으니, 조정에서 누가 한명회더러 조고라고 하였소?”

"신이 한명회를 지칭하여 조고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함이 그와 닮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뿐입니다.”

"한 번 사책(史冊)에 써지면 만세(萬世)에 전해져서 고칠 수가 없는 것이오. 경은 역사의 엄중함을 살펴서 말해야 할 것이오.”


유자광이 아뢰었다.

"한명회는 우연히 말을 실수한 것이 아닙니다. 신이 조회에 입시하였을 때 대간이 이조의 낭관들이 집사에 스스로 임명한 죄를 다스리도록 청하니, 한명회는 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한명회의 아뢴 바는 주상전하를 속이는 것이기 때문에, 신이 비록 언관은 아니지만 죽음을 무릅쓰고 아뢰었을 뿐입니다. 한명회의 죄는 신민(臣民)들이 모두 분하고 한스럽게 여기는데, 신이 어찌 말하지 않겠습니까?”

"과인은 경이 한명회에 대해 말한 것을 가지고 잘못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요. 다만 글의 내용이 지나쳤고 잘못 지적한 것이 있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오. 금후로는 마땅히 헤아려 말하도록 하시오.”


임금이 유자광을 부른 일에 대해 사헌부와 사간원도 관심을 기울였다. 임금이 천하의 간신인 조고에 재상을 비유한 말이 지나치다고 유자광을 타일렀지만, 대간도 아니면서 한명회를 상대로 말한 것은 높이 평가했다고 했다. 사헌부와 사간원 관리들은 언론기관으로 임금의 눈과 귀라는 자부심이 크게 상(傷)했다. 젊은 대간들은 애초에 한명회를 탄핵하는 것에 소극적이었던 양사의 장(長)들을 원망했다.


사간원은 최한정이 정괄의 후임 대사간으로 부임하였다. 최한정은 사간원의 헌납 시절 원상인 김국광(金國光)의 사위가 뇌물을 받은 죄를 범하자, 집안을 바로 다스리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김국광의 파직을 청할 정도로 기개 있는 대간이어서 성종이 발탁한 것이었다.


대사간 최한정은 사헌부에 들리어 대사헌을 찾았다. 대사헌 윤계겸은 마침 사헌부 지평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직산(稷山, 지금의 천안지역)의 백성들이 가혹한 징세로 괴로움을 당한다고 본부에 호소하였습니다. 직산 현감이 탐오하여 법을 어겨 사사로이 곡물을 징수했다는 소문이 있어 관계된 사람들을 잡아와서 국문하려고 하나 농사철이어서 폐단이 있을까 우려됩니다. 주상께 아뢰어 본부 감찰을 보내어 국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최한정은 사헌부 지평이 물러나기를 기다렸다가, 대사헌에게 인사하며 말했다.

“대간들이 여러 번 한명회와 유지의 죄를 다스려야 한다고 했으나, 주상이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양사의 장(長)이 나서야 하겠습니다.”

윤계겸도 사헌부의 분위기를 아는 터라 대사간의 말에 동의하였다.


도승지 유지는 승정원 주서가 건네주는 양사의 장이 합동으로 올린 상소를 펼쳤다.

“한명회가 말한 바는 신하로서 차마 말하지 못할 바이니, 그 죄를 다스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유지는 승지의 우두머리로서 한명회에게 의지하고 아부하여 그를 구원하기를 꾀하기에 겨를이 없었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한명회를 법대로 처치하고, 또 유지의 죄도 다스리도록 하소서.”

도승지는 얼굴색이 변했다.

‘한명회에게 의지하고 아부하여 구원하기를 꾀하기에 겨를이 없었다니.....’

유지는 좌부승지 현석규에게 상소를 주며 임금에게 올리게 하였다.


성종은 상소를 읽은 후, 답을 써서 현석규에게 내려주었다.

"비록 천 번 말하고 만 번 말하더라도 과인은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창업수성 글 출처)

http://www.hanja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663

keyword
이전 22화창업(創業) 보다 수성(守成)이 어렵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