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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류산 Sep 17. 2022

직권을 남용한 병마절도사,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2)

세력을 좇고 권세에 붙어 직권을 남용한 죄는 용서할 수 없다

 관리의 직무는 나라를 위한 것이지, 사사로이 쓰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다


 의금부는 이종생의 죄에 대해 병마절도사에서 파직하고 장 1백 대의 처벌에 해당한다고 임금에게 보고하였다. 사헌부의 관리들은 의금부의 가벼운 처벌 안에 반발하였다. 대사헌 윤계겸이 임금에게 아뢰었다.

 “이종생은 나라의 한 방면을 맡은 대장으로 성상께서 변방을 나누어 맡기신 중임을 생각하지 않고, 권세 있는 집을 섬기며 미치지 못할세라 마음을 기울여서 장삿배를 엄습하여 물건을 빼앗았고, 무과에 급제하여 관원으로 임명된 사람마저도 달포를 가두어두었습니다. 국법을 두려워하지 않고 권세에 붙어서 아첨한 것이 이와 같으니, 그 죄를 엄하게 다스려 먼 곳으로 귀양을 보내어서 뒷사람들을 경계해야 마땅한데, 이제 사면령이 내렸다 하여 놓아 준다면 형정(刑政)을 매우 잘못하는 것이거니와, 간사한 사람이 어찌 경계되겠습니까?”


 성종은 대사헌의 말에 신하들의 의견을 물었다. 

 "절도사가 직권을 남용한 과오를 범한 것은 이종생의 죄이나, 사면령은 백성에게 신의를 보이는 것인데, 이제 소급하여 다시 논한다면 신의에 문제가 될 것이다. 의논하여 의견을 아뢰어라.”

 영의정 정창손과 우의정 윤자운 등 정승들은 형벌을 원안대로 처리하자고 의견을 내었다.

 "충청 절도사와 홍주목사 등은 이미 파직하였고, 또 사면령을 내렸으니, 의금부의 처벌 안대로 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대사간 최한정과 사간원의 간원들은 정승들의 의견을 반박하였다.

 "한명회는 훈구대신으로서 권세가 가장 강성하여, 하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뜻대로 하였는데, 이번에 또 변방의 장수와 수령을 강제하여 남의 재물을 빼앗게 하였습니다. 절도사 이종생과 홍주목사 최호는 한명회의 뜻에 아부하고 순종하여 불법을 감행하여서 무고한 사람을 가두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는 한명회가 있는 줄만 알고 국법이 있는 줄 모르는 것이니, 그 죄악으로 말하면 무엇이 이보다 크겠습니까? 사면령이 내렸다고 하나, 아주 놓아주고 다스리지 않는다면 권세 있는 신하가 무엇을 꺼리겠으며, 세력에 아부하는 무리가 무엇에 징계되겠습니까?"


 임금은 신하들의 의견을 듣고 원자의 탄생으로 사면령을 내렸는데, 절도사 이종생을 처벌하면 법을 어기는 것은 아닌지 살피라고 의금부에 명했다. 

 "의금부는 사면령이 내린 이후에 소급하여 처벌을 한 전례를 상고하여 아뢰라." (성종실록, 재위 8년 1월 21일)


 도승지 현석규는 의금부에서 전해준 사면령이 내린 후에 소급하여 처벌한 전례를 아뢰었다.

 “신하로서 권세 있는 자를 쫓아 법을 어기고, 나라가 내려준 권한의 범위를 넘어 사사로이 행한 것은 내버려 둘 수없는 일입니다. 이러한 일은 사면령이 내린 뒤에도 죄를 물어온 전례가 있습니다.”

 임금이 말했다. 

 "이종생이 범한 일은 버릇을 길러 줄 수 없으므로, 유배를 보내는 것이 어떠한가?"

 도승지가 대답했다. 

 "이종생이 무고한 사람을 가두기까지 하였으니, 이제 이렇게 처벌을 한다면 참으로 백성들의 마음에 합할 것입니다. 홍주 목사 최호는 어떻게 처리하겠습니까?"

 "최호 등이 거절하고 따르지 않으면 상책이었겠으나, 수령으로서 절도사의 명을 들은 것도 부득이한 일이니 파직만 시키고, 정승의 종 도치는 법에 따라 장 1백 대에 국경지대의 관노비로 삼는 것이 옳겠다."


 도승지가 임금에게 아뢰었다. 

 "대사면을 내렸음에도 용서하지 않은 이유를 각 도(道)의 관찰사에게 어서(御書)를 내려 알리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임금이 도승지의 의견을 따랐다.

 "그렇게 하라."  (성종실록, 재위 8년 1월 23일)


 임금은 전국의 관찰사에게 글을 내렸다. 

 "관리의 직무는 나라를 위해 힘써 일하라는 것이지, 사사로운 의리를 지키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다. 한명회의 종 도치가 고한 것은 절도사의 직무가 아닌데, 이종생이 어찌 제 직임이 아닌 줄 몰랐으랴마는 한갓 한명회에게서 환심을 사느라고 한 짓이었다. 최호도 어찌 이종생의 명이 따를 수 없는 것인 줄 몰랐으랴마는 역시 대신의 뜻을 어기기 어려웠던 것이다. 세력을 좇고 권세에 붙은 죄는 용서할 수 없으므로, 이종생의 죄를 다스려 유배를 보내고, 홍주 목사 최호도 죄를 다스려 파직을 시키고, 도치 등은 장 1백 대를 때려서 극변(極邊)의 관노비로 내친다. 다만 사면령이 내렸기 때문에 죄를 용서하지 않으면 신의를 잃는 듯하나, 신하로서 세력 있고 요로에 있는 자에게 빌붙어 법을 굽혀서 사사로운 일을 행하는 것은 버릇을 길러 줄 수 없으므로, 사면령이 내렸지만 용서하지 않는 것이다. 아아! 하나를 벌하여 백을 징계하는 것은 형정(刑政)에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경(卿)은 수령들과 함께 각각 그 직임을 삼가서 비위에 빠지지 말라. 이를 징계 삼지 않으면 용서가 없을 것이니, 살펴서 잘하라." (성종실록, 재위 8년 1월 24일)


 관리는 나라를 위해 힘써 일하고 사사로운 의리에 마음을 두지 않아야 했음에도, 충청도 병마절도사 이종생과 홍주 목사 최호는 세력을 좇고 권세에 붙어 직권을 남용하여 무리한 일을 자행했다. 이종생은 병마절도사의 직무가 아님에도 권세가인 한명회에게 환심을 사느라고 죄를 범하였고, 홍주 목사 최호도 이종생의 명이 따를 수 없는 것인 줄 알았지만 역시 대신의 뜻을 거스르기 어려워 직권남용을 한 것이었다. 조정과 임금은 사면령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세력 있는 조정의 대신에게 빌붙어 법을 굽혀서 사사로운 일을 행하는 관리들의 버릇을 길러 줄 수 없으므로 용서하지 않고 엄하게 다스린 사건이었다.  


                  



 오늘날에 있어서도 다시 읽고 새길만한 실록의 기록이다.

 “관리의 직무는 나라를 위해 힘써 일하라는 것이지, 사사로운 의리를 지키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다세력을 좇고 권세에 붙어 직권을 남용한 죄는 용서할 수 없다.” (성종실록, 재위 8년 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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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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