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생명으로 잉태한 지 25주째다. 세상에 나오기 대략 105일 전이라 한다.
태중에 있는 아이를 우리는 ‘장군'이라 부른다.
신생아가 세상에 나오면, 사람들에게 백일해를 옮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백일해는 만성 기침병이다. 한 번 걸리면 백일 동안 기침을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엄마 아빠는 물론 장군이를 가까이 볼 아내와 나도 백일해 예방주사를 맞아야 했다.
아내와 나는 가까운 내과에 예방주사 접종 예약을 하고 가족 단톡방을 통하여 아들 부부에게 알렸다.
- 나: 백일해 예방주사 토요일 접종 예약 완료. 백일해 예방 주사에 파상풍 예방 접종 액이 포함되어 있다고 함.
- 큰 아이: 오호!
- 며느리: 오호!! 저희보다 빠르게 맞으시는군요.
큰 아이는 고릴라가 엄지 척을 하며 '굿'이라고 말하는 이모티콘을 올린다.
- 나: 파상풍 예방 접종은 여름철 샌들 신고 무언가에 찔릴 경우 예방도 되고 좋을 듯함.
- 며느리: 오, 겸사겸사 좋네요!! 어머님도 토요일에 같이 맞으세요~?
- 아내: 둘이 같이~~
- 며느리: 조금 몸살처럼 올 수도 있다 하니 컨디션 관리 잘하셔요!!
- 아내: 넹~~~
부득이 예방접종을 연기하였다. 오대산 선재길 주말 산행이 갑자기 잡혔기 때문이다.
토요일 며느리에게 카톡이 왔다.
- 며느리: 어머님, 아버님 접종 잘하셨어요~? 컨디션 좀 어떠세요~?
- 나: 사정상 다음 주로 연기했다.
- 며느리: 아하! 네네~ 어디 편찮으신 건 아니죠!?
- 아내: 아버님은 2박 3일 산행이 급박하게 잡혔음~~~ 친구 분들과 강원도행~
- 작은 아이: 비 온다던데 조심하세요.
- 며느리: 아하~ 아버님 조심히 다녀오세요~~
- 큰 아이: 조심!
드디어 예방접종 날. 병원에 도착하여 차례를 기다리면서 가족 단톡방에 신고했다.
- 나: 장군이 만날 준비하러 내과에 도착.
- 며느리: 오~~~ 오늘이군용!
- 나: 문진표 작성하고 예방주사 대기 중.
- 며느리: 간혹 몸살처럼 아프기도 하다니까, 오늘 하루 꼭 푹 쉬셔야 해요~
며느리가 장군이를 만나기 전 91일이라고 알려주는 병원에서 제공한 예쁜 그림표를 보냈다.
- 며느리: 장군이는 오늘로 27주 차가 되었어요. ㅎㅎ
- 나: 장군아, 씨유순!
- 나: 의사 선생님에게 직접 예방주사 맞았고, 지금은 어머니 진료실에 입장.
- 며느리: 아버님 맞으셨어요? 따끔 정도예요?
- 나: 응, 따끔 정도. 어머니도 맞고 나오심.
- 며느리: 장군이 위해서 주사 맞아주시고, 할머니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 아내: 하이! 즐거운 점심 식사하시길~~!!
- 며느리: 어머님, 아버님도 식사 맛있게 하시고 푹 쉬셔요! 컨디션 안 좋으시면 바로 알려주시구요.
- 큰 아이: 푹 쉬십쇼!
다음날에 며느리가 안부를 물었다.
- 며느리: 어머님, 아버님 컨디션은 괜찮으세요~?
- 나: 괜찮다. 장군이 만날 준비 완료다.
큰 아이는 고릴라가 엄지 척을 하며 ‘굿’이라고 외치는 익숙한 그림의 이모티콘을 올렸다.
- 며느리: 다행이에요~~ 저희도 담주 금요일에 맞아요!
이렇게 우리 부부는 손자 맞을 준비를 마쳤다.
덤으로 파상풍 예방도 했으니 이번 여름은 샌들을 즐겨야겠다.
이렇게 여름을 보내면 손자가 세상에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