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한 사랑 이야기, 한강 소설『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배경으로 상처와 고통, 그리고 이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묵직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작가는 특유의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으로 역사적 아픔을 조명하며, 개인과 집단의 상처가 어떻게 교차하고 영향을 주는지를 절절히 풀어낸다.

이 소설은 역사적 비극을 품고 사는 희생자의 고통을 다룬 이야기지만, 그들의 고통을 끌어안아 온몸으로 공감하며 느낀 작가의 아픔과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작품이다. 한 문장, 한 구절마다 작가의 아픈 감정이 맺혀 있어 그 고통을 함께 겪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책장을 쉽게 넘기기 힘든 이유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기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과거의 상처를 잊지 않고 그 고통을 기억하고 공감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위로와 치유가 가능해진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과거의 어둠을 기억하고 직시함으로써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호소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은 ‘작별하지 않는 지극한 사랑’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가는 감당할 수 없는 비극 속에서도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기억하며, 그리워하는 지극한 사랑을 절절히 보여주었다. 완전한 작별이란 잊어버리는 일이며, 기억하는 것은 사랑을 지속하는 일이다. 죽은 이를 살려낼 수는 없지만, 기억하면 죽은 이를 마음속에 계속 살아있게 할 수는 있다. 기억하여 작별하지 않는 것이다. 작가는 책의 마지막 대목인 작가의 말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고 했다. 소설의 여운을 강하게 느끼게 하는 작가의 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