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의 지휘봉은 건강과 장수의 상징일까
클래식 음악 모임에서 마리스 얀손스의 회고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를 세 차례나 지휘했던 그는, 라 보엠 공연 도중 심장 이상으로 쓰러졌다. 병원이 가까웠기에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지만, 충격이었다. 더 놀라운 건 그의 아버지 아르비드 얀손스도 맨체스터에서 지휘 중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었다.
지휘자는 음악과 운동이 결합된 삶을 사니 건강하게 오래 산다고 생각해 왔다.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는 95세까지 지휘했고, 피에르 몽퇴도 89세까지 무대에 섰다. 금난새 지휘자는 78세, 정명훈 지휘자는 72세의 나이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매일 수 시간 동안의 상체 운동과 정신적 자극, 예술적 몰입은 그 자체로 건강 장수의 비결처럼 보인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 마리스 얀손스 부자처럼 무대에서 쓰러진 지휘자들의 사례도 적지 않다. 주세페 시노폴리는 54세에 베르디의 아이다를 지휘하다가 쓰러져 끝내 사망했고, 디미트리 미트로풀로스는 밀라노 라 스칼라에서 말러 교향곡 3번을 리허설하다 64세에 세상을 떠났다. 59세의 에두아르트 판 베이넘 역시 브람스 교향곡 1번 리허설 중 갑작스레 쓰러졌다.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지휘 활동이 건강에 유익하다고만 말하기 어렵다. 오히려 지휘자라는 직업이 갖는 고강도의 정신적 스트레스, 시차와 불규칙한 생활, 공연 일정의 압박은 모두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다. 수백만 달러의 수입이 오히려 세금과 투자 문제로 또 다른 부담이 되기도 할 것이다.
열정을 쏟아내는 무대 위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열정을 지탱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삶의 리듬이 필요하다. 음악을 지휘하는 것만큼, 자신의 삶도 지휘할 줄 아는 지혜가 지휘자에게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