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카니가 전하는 치유의 레시피

by 식도락 씨네마

안녕하세요.

맛있는 영화를 찾아 떠나는 식도락 씨네마입니다.


오늘은 음악으로 사랑의 아픔을 치유하는 존 카니 감독의 영화들을 함께 음미해 보실까요?













Can a song save your life?


첫 번째 영화는 <비긴어게인>입니다.


토론토 국제 영화제 상영 당시의 제목은 <노래가 당신을 구할 수 있나요?(Can a song save your life?)>였다고 하는데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는 과거의 상처를 음악을 향한 사랑과 열정으로 승화시키는 주인공 댄과 그레타의 성장기를 그립니다.


So you find yourself at the subway
With your world in a bag by your side


남자친구 데이브의 바람으로 상처를 받고 영국으로 돌아가려던 그레타와 한때 음악계에서 저명한 프로듀서였으나 연속된 실패와 감정싸움으로 몰락해 버린 댄은 “인생의 어느 지점을 마주한” 순간에 만나게 되는데요.


댄은 그레타의 음반제작에 필요한 연주자 한 명 한 명을 발로 뛰며 직접 섭외하고, 다소 빈약한 장비들과 함께 소음이 가득한 야외를 스튜디오 삼아 레코딩을 진행하는 등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에서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다시 한번 발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댄과 그레타 모두의 인생에 있어 새로운 도약점이 되지요.


Tell us the reason youth is wasted on the young


영화의 OST 중 가장 잘 알려진 ‘Lost Stars’는 길을 잃어버린 별들, 즉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1절이 그레타가 데이브에게 전하는 이야기라면, 2절과 브리지는 데이브가 이별 후 전 연인인 그레타에게 전하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레타에게는 데이브의 배신이 오히려 자기 발견을 위한 밑거름이 되었지만, 그녀의 곁을 떠나 아티스트로서 승승장구하던 데이브는 뒤늦게 전 연인에 대한 미련 속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1절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어진 2절은 이와 같이 두 사람의 이별 후의 모습을 그려내며 감정선을 더욱 고조시킵니다.


난 이래서 음악이 좋아.
지극히 따분한 일상의 순간까지도 의미를 갖게 되잖아.
이런 평범함도 어느 순간 갑자기 진주처럼 아름답게 빛나거든. 그게 바로 음악이야.


<비긴어게인>은 음악이 어떻게 우리를 치유하고, 또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는지 보여줍니다.


댄이 자신의 전 부인과의 첫 데이트를 회상하며 뉴욕 거리에서 그레타와 함께 음악을 듣는 장면은 음악이야말로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서로를 알고 교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 진정한 ‘세계 공통어’ 임을 느끼게 해주는 장면이지요.


이를 통해 감독은 음악이 단순한 하나의 배경음이 아니라, 그 순간순간의 멜로디가 각자의 이야기와 맞닿아 저마다의 불꽃을 피워낼 수 있도록 하는, 우리의 삶을 움직이는 연료임을 이야기합니다.






I don't know you
But I want you


두 번째 영화는 <원스>입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주인공들은 그저 ‘그’와 ‘그녀’로 통할 뿐, 끝끝내 그들의 이름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습니다.


관중 하나 없이 거리에서 노래하던 ‘그’와 그런 그의 노래를 듣고 다시 음악을 시작한 ‘그녀’는 음악을 매개로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사이로 발전하는데요.


어쩌면 그들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것은 그들이 선사하는 음악이 곧 그들 자신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OST의 가사처럼 그들은 서로를 잘 모르지만, 그래서 더욱 서로를 알고 싶어 합니다. 버스에서 자신에 대해 궁금해하는 그녀에게 그는 즉흥적으로 노래를 만들어 연주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유머스럽게 들려주기도 하지요.



이처럼 두 인물은 음악을 매개로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또 위로하며, 단순히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유대감 그 이상의 무언가를 느끼게 됩니다.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완성한 곡을 그 앞에서 연주하다가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 또한 음악이 그와 그녀만의 대화법이었음을 보여줍니다.


Miluju tebe.


전 남편을 아직도 사랑하냐는 그의 물음에 그녀는 “Miluju tebe(너를 사랑해)”라고 대답하며 자신의 속마음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체코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그는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지요.


어쩌면 그가 자신의 진심을 알아채지 않길 바랐을지도 모릅니다. 그녀에게는 별거 중인 남편이 있었고, 자신의 딸에게는 여전히 남편의 존재가 필요했기에 그와 사랑을 약속하며 미래를 함께 걸어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결국 그녀는 가정을 위해 남편에게로, 그는 자신의 꿈을 위해 런던으로 떠나게 됩니다.


그가 그녀에게 피아노를 선물하며 떠나는 장면은 상대방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을지라도 그곳에서 행복하길 진심으로 기원하는 성숙한 사랑의 방식을 보여줍니다. 비록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영화의 제목처럼 두 인물은 서로에게 좋았던 ‘한 때’로 남게 됩니다.


손떨림이 그대로 느껴지는 화면과 저음질의 사운드 등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투박한 촬영기법과 갈등구조가 뚜렷한 기승전결 없이 심플하게 흘러가는 플롯은 이상적인 사랑에 실패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보다 사실적으로 연출하며 관객의 몰입을 극대화합니다.






Keep running for your life


마지막 영화는 <싱 스트리트>입니다.


<싱스트리트>는 경제가 무너진 1980년대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삼는데요. 주인공 코너는 가정불화와 갑작스러운 전학 등으로 혼란을 겪지만, 첫눈에 반한 라피나에게 잘 보이기 위해 밴드 ‘싱 스트리트’를 결성하며 이를 극복하게 됩니다.



싱 스트리트의 장르가 무엇이냐며 비웃는 아이들에게 시종일관 당당하게 ‘퓨처리스트’라고 답하는 코너는 미래를 향해 저돌적으로 질주하며 자신만의 음악을 창조해 내는 것을 멈추지 않습니다. 이는 관습이나 편견 등 과거의 산물에 사로잡힌 채 정체된 모습을 보이는 어른들의 모습과 대비되지요.


네 문제는 행복한 슬픔을 모른다는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행복한 슬픔.


코너는 라피나를 사랑하며 그녀와 함께할 미래를 꿈꿨지만, 어린 나이에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조울증을 앓는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야 했던 라피나에게 현실은 꽤나 버거운 것이었습니다.


코너의 음악은 ‘구름이 걷힌 보름달’처럼 온전히 빛나던 라피나를 향했지만, 코너는 결국 그런 자신으로 인해 라피나가 구름 속으로 숨게 될까 걱정하며 라피나가 말한 ‘행복한 슬픔’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됩니다.



한편 라피나는 코너로부터 세상을 다르게 보는 방법을 배우며, 코너가 보다 자유롭게 창의력을 발휘해 아티스트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바닷가에서 촬영할 뮤직비디오 스토리를 구상하던 중 등대로 걸어가는 여자가 돌아오지 않는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한 밴드 멤버는 그녀가 자살했기 때문에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라피나는 그녀가 원래 인어였기 때문에 다시 바다로 돌아간 것이라고 말하며 한걸음 더 나아가 보라고 말하지요. 결국 코너의 순수한 창의력은 라피나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게 하는 힘이 된 것입니다.


넌 박살 낼 줄만 알지, 무언가를 만들어낼 줄 모르잖아.


가진 게 데모 테이프와 비디오 밖에 없던 코너가 라피나와 함께 비바람을 맞으며 쪽배를 타고 영국으로 향하는 장면을 끝으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비행기표를 살 돈도, 보장된 미래도 없는 그들의 여정이 다소 무모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때때로 우리는 이러한 무모함을 통해 성장하고 또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들이 향하는 바다는 불확실함으로 가득하지만, 저 멀리에서 등대처럼 선명히 빛나는 꿈이 있다면 거센 비바람도, 거친 파도도 견뎌낼 수 있을 테니까요.






이처럼 존 카니의 영화들은 단순히 음악만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가진 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오랜 여운을 남긴다는 평을 받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만들어낸 각자만의 리듬과 선율은 우리의 마음속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키지요. 어쩌면 우리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는 스크린 밖에서도 계속될지 모릅니다.







비긴 어게인: 에스프레소의 쓴 맛과 휘핑크림의 달달한 맛이 담긴 콘 파냐(4.5/5점)


원스: 물처럼 맑고 청량감이 뛰어난 탄산수(3.5/5점)


싱 스트리트: 코가 뻥 뚫리면서도 달콤하게 녹아내리는 박하사탕(4.5/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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