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호텔과 리테일 투자가 사실상 중단됨에 따라 오피스와 물류센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자산운용이 업인 기관 입장에선 투자하지 않을 수도 없기에, 그나마 투자경쟁력 있는 물건을 확보하기 위해 딜소싱 경쟁은 더 심해지고 있으며 수익률 제고를 위해 밸류애드 및 개발전략 등을 적극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 코로나로 인한 해외투자 제약*에 따른 국내 유동성 과잉, 운용사** 간 매입경쟁 과열로 지분투자 자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내부적으로 증폭되고 있다.
* 2015년 이후 국내부동산 펀드 신규설정 금액은 해외투자가 국내투자 규모를 상회하였으나,
2020년 국내투자가 해외투자 규모 역전
** 2020년말 기준 펀드운용사 약 150개, 리츠운용사 약 30개 수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아직까지 오피스나 물류 Spread 수준은 저금리 영향 등으로 양호하기 때문에 선별적 지분투자 여지도 충분해 보이기는 하나, 결국 안정적인 대출투자가 확대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본인이 재직 중인 회사도 적극적으로 대출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 신한대체투자운용/KB자산운용/마스턴운용 등 메이저 운용사들도 대출 블라인드 펀드 조성(또는 기 운용 중)에 나서고 있다. 그간 국내 상업용부동산 시장은 지분투자 위주였지만, 당분간 불확실한 시장상황 등을 고려 시 앞으로는 위와 같은 대출펀드가 투자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은 대출에 특화된 운용사들도 다수 존재하는 등 대출투자도 독자적인 투자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출펀드 면면을 살펴보면 추구하는 전략이 다양하다. 1. 중후순위대출, 2. 선순위 및 중후순위 혼합상품(선순위 위주, 중후순위 위주 상품 모두 존재), 3. 대출 및 우선주 혼합, 4. 총액인수*(Whole-loan) 후 구조화(선순위 처분 후 중후순위 트렌치만 보유) 전략 등이 존재한다.
* 미국/유럽의 대출펀드의 경우 대부분 Whole-loan 후 구조화 전략을 구사하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정착되지 않은 전략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디폴트 발생 시 중후순위대주의 권리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등은 선순위트렌치를 처분하면서 중후순위대주에게 디폴트 발생 시 선순위채권 양수 등 권리가 필수적으로 보장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고 선순위대주 권리보호에 금융구조가 집중돼 있다. 중후순위대주는 지분투자자의 매각차익 등을 향유하지 못하면서 대출투자자로서의 유사 시 담보처분권도 부재한 것이다.
최근 국내 최초로 Whole-loan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가 자금모집 중으로 파악됐는데, 이 운용사는 위와 같은 리스크를 불식시키기 위해 펀드 투자자가 선순위트렌치를 우선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하여 선~후순위대주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선순위대주 권리보호 위주 거래관행을 당장 이기기 힘드니 이 상황을 피하기 위한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
대출도 지분투자와 마찬가지로 딜소싱이 상당히 어려우며, 오히려 지분투자와 달리 대출투자의 경우에는 차주가 의사결정할 시간을 길게 주지 않기 때문에(1주일 내외로 투자 여부 결정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 블라인드 펀드를 통한 접근이 더욱 요하는 영역으로 보인다. 특히, 차주와의 금리수준 및 대출물량 확보 협상을 위해 우선주를 일정수준 투자해야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발생하므로, 펀드 투자전략 수립 시 우선주도 일정비율 투자 가능하도록 설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만약 우선주 투자를 배제하고 순수 대출전략으로만 접근해야 한다면, 거대 금융그룹(KB, 한투, 신한 등) 소속 운용사가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계열 증권사 등의 총액인수 물건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기회가 대부분 부여돼 있기 때문이다.(실제 증권사 - 운용사 간 협조가 원활한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겠다)
또 다른 유의점은 금리인상 가능성이다. 일단 최근 LTV 수준을 75% 이상 활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대출원금 손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대부분 고정금리 조건으로 대출이 실행되기 때문에 금리인상 시 시장 수익률 대비 펀드 수익률이 낮을 수 있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이 부분은 변동금리 조건으로 대출을 실행하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나, 차주(지분투자자)가 금리인상 우려가 증대되는 시점에 변동금리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리가 만무하고, 애초에 부동산 지분투자 시 기대하는 점이 흔들리지 않는 캐시플로우인 점을 고려한다면 대주입장에서 고정금리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한편, 본인은 고정금리 조건이 대출펀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금리인상 시 대출기간이 장기(5년 이상)인 경우 고정금리 조건이 시장 수익률을 하회할 수 있으나, 평균적인 중후순위 대출기간은 약 3년 내외의 단기이기 때문에 금리가 급상승되지 않는 한 펀드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 조기회수되는 자금은 해당시점 시장금리에 맞춰 재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가이드라인을 열어둔다면 금리변동에 더욱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대출투자가 현 시점에 왜 유효한지, 주요 대출전략과 리스크는 뭐가 있는지, 투자자 동향은 어떤지 등을 살펴봤다. 개인적으로는 대출이라는 건 사실 영양가 없는 투자방식이기 때문에 기관투자자의 주된 투자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자산가격은 너무 비싸고(후일엔 지금 가격이 저렴하게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는 생각하나, 최근 몇년 가격이 너무 급등했기에 부담스럽다는 표현이다) 금리인상 우려까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럴 땐 잠시 대출투자로 비를 피해갈 필요도 있어보인다. 그렇다고 무작정 대출투자만 늘리면 안 되고, 대출비중을 어느정도 수준으로 가져갈지, 지분투자는 어떤 식으로 해야할지(정기적 이자수익 확대에 기대어 J커브 감내하며 우량자산에 배팅 등) 등 부동산 전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의 전략수립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