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낼 결심

by 식탁 아래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렇게 다짐했건만, 어쩌면 나는 또다시 같은 장면 속에 서 있었다.


시댁에 갈 때마다 울컥하는 감정을 겨우 눌러 담아왔지만, 이번엔 달랐다.
참을 수가 없었다. 아니, 더는 참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내 사람이라 싶은 이에게는 한없이 다정하고, 계산 없는 사람이지만, 돌아서면 냉정한 사람이기도 하다.


시댁 식구들이 둘러앉아 밥을 먹을 때, 나는 혼자 서서 전을 부치고 고기를 구웠다.

쌀쌀해진 날씨 탓에 니트를 입었는데, 땀이 차올랐다. 니트는 기름냄새가 짙게 배었다.
누구 하나 “이제 그만해”라며 자리를 권하는 사람은 없었다.
남편만이 눈치를 보듯 내 옆에 와 고기를 뒤집었다.


그 순간, 오래전의 장면이 겹쳐졌다 —

‘우리 엄마만 일하던 부엌.’


내가 생각했던 ‘가족’이란 단어의 환상이 무너졌다.

나는 그들의 가족이 아니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 마음이 복잡했다.


며칠 밤을 그렇게 뒤척였다.


남편은 시댁에도, 친정에도 연락을 하지 않는다.
결혼 전에도 부모님께 자주 연락드리는 아들은 아니었다.

그런데 결혼 후에는 그 역할이 자연스레 내 몫이 되었다.

시어머니는 아들에게 대신 연락이 닿지 않으면, 나에게 전화를 하셨다.

아이가 태어난 뒤엔 시어머니가 내게 사진을 보내달라 하셨다.

나는 매일 사진을 보냈고, 답장이 없을 때도 많았다.

자연스레 횟수를 줄였더니, 어느 날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요즘 사진이 자주 안 오네?”
“아, 답이 없으셔서 잘 안 보시는 줄 알았나 봐요.”
“답 안 해도 보내라고 해.”


수화기 너머 웃음 섞인 그 한마디에, 마음이 싸늘해졌다.


사실 한두가지 사건으로 시댁을 멀리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아니다.


연락을 당연하게 여기고, 시댁에 가면 일손으로 취급받고, 내 건강이나 기분은 안중에도 없는 관계.
그런 일들이 차곡차곡 쌓여 나를 멀리하게 했다.


‘내가 잘하면 상대도 잘하겠지’

그 믿음이 통하지 않는 영역이 있다는 걸 이제야 안다.


끊어내기로 했다.
그 오래된 굴레를,

엄마의 부엌에서 이어져온 그 역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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