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아무거나 군은 주말 자신의 게임 용도로 사용하는 개통되지 않은 핸드폰을 학교에 가져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순간 저는 핸드폰이라는 말에 자동으로 미간에 굵고 깊은 천(川)을 만들었습니다.
미간 굵은 주름을 그린 제 앞에 겁먹은 아무거나 군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유도 묻지 않고 험악한 얼굴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듯해 미안해졌습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미간의 주름을 다림질하며 무엇 때문인지 물었습니다.
아무거나 군의 대답이 뜻밖이었습니다. 사진 찍고 싶은 게 있다며 그날만 허락해 달랍니다. 이러니 더 미안해졌습니다. 그래도 우리의 약속이니 단호하게 한 번뿐이란 점을 강조하며 허락했습니다.
그렇게 아무거나 군의 가방에 핸드폰을 넣어 등교시켰습니다. 그 후 저는 핸드폰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침 시간 험상궂은 엄마로 보일 필요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싶습니다.
아무거나 군이 4학년이 되면서 우리는 약속을 했습니다. 매일 정문에서 하교를 기다리는 엄마에서 벗어나겠다고요. 그랬더니 금요일만은 자신을 위해 꼭 정문에서 기다려 주길 원했습니다. 하루 정도는 하는 마음으로 허락했습니다. 이것도 곧 아무거나 군이 싫어할 테니 즐기자는 마음으로요. 그렇게 정문에 서서 아무거나 군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 멀리 학교 건물을 나서는 모습이 보입니다. 재빠르게 아무거나 군의 레이더망에 제가 포착됐나 봅니다. 두 손을 번쩍 들어 좌우로 격하게 흔들며 달려옵니다.
제 앞에 딱 멈추며 아침에 가져갔던 핸드폰을 내밀어 보였습니다.
수업시간에 쓴 동시인데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면서요.
갤러리 속 사진을 보며 제 가슴으로 아무거나 군의 사랑이 그림 속 핑크 벚꽃에 실려 따뜻하게 스며들었습니다. 미안했습니다. 아침 다정하지 못했던 저를 탓하며 아무거나 군을 살포시 안았습니다. 제 스스로 미안함에 대한 사과였습니다. 그러자 엄마품이 따뜻해서 좋다며 더 깊숙이 파고드는 아무거나 군을 통해 제 마음의 따뜻함이 10도는 올라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