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는 피곤은 잠자리에 든 제 누운 몸 위로 무겁게 눌어붙었습니다. 밤사이 몇 번이나 깨다 자다를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모든 잠이 내 몸을 빠져나간 새벽녘에 완전히 깼습니다. 습관적으로 머리맡에 있는 핸드폰을 찾아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새벽 5시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일어나 운동을 할까. 잠깐 고민하다 관뒀습니다. 점점 무거워진 몸에 마음이 지며 '주말은 쉬자'며 스스로 합리화를 부여했습니다. 이왕 손에 쥔 핸드폰이라 유튜브 버튼을 눌렀습니다. 옆에 자고 있는 아무거나 군이 깨면 안 되니 블루라이트도 켜고 즐겨 보는 요리 방송을 찾았습니다. 운동을 포기하던 마음처럼 너무나 쉽게 방송에 빠져들었습니다.
요리는 만드는 과정을 차례차례 따라가다 보면 신기하고 재미가 있습니다. 여기에 완성된 요리의 맛을 상상하는 재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희열을 선물합니다. 이렇게 새벽에 뜻하지 않게 선물도 받았어인지 부족한 잠에도 몸은 더 가볍고 정신도 맑았습니다. 이왕 재미있게 본 요리이니 아침으로 그중 간단한 것을 따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저에게 요리는 정해진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넘어 그때그때 형편에 따라 변경이 가능한 것입니다. 시작해 볼까요. 오늘의 아침을!
우선 이불을 힘차게 걷어내고 밖으로 나와 조그마한 텃밭에 나갔습니다. 역시 저보다 젊고 싱싱한 느낌입니다. 좋았습니다. 꽃봉오리를 힘껏 오므리고 활짝 피우기 전 장미가 이토록 매력적이란 걸 처음 알았고요. 그 옆의 활짝 핀 노란 장미가 빨간 꽃봉오리를 잘 지키고 있다며 샛노란 웃음으로 저를 안정시켜 줬습니다.
토마토 나무에 빨갛게 익은 토마토 3개를 발견해 따고 점점 짙은색으로 익어가는 블루베리도 줍줍 했습니다. 뿌리를 심은 대파는 성장기 아이가 훌쩍 크듯 쭉쭉 뻗어 있어 싹둑 하나 잘라왔습니다. 이제 대충 싱그러움을 담았으니 주방으로 가겠습니다.
천만다행으로 간단 씨가 집에 없습니다. 간단 씨가 있다면 엄두도 낼 수 없는 샌드위치가 오늘의 아침 메뉴입니다. 아무거나 군이 샌드위치는 좋아하지 않지만 딸기잼 듬뿍 바른 토스트는 좋아합니다. 저는 스스로 이 정도면 우리 둘은 은근히 찰떡궁합 같은 아침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냉장고에 있는 딱 세 개 남은 계란과 우유, 치즈 2장도 꺼냈습니다. 큰 볼에 계란을 깨트려 넣고 우유 조금, 설탕 1스푼, 소금 1 작은 스푼, 후추 조금을 넣고 고루고루 섞어 준비합니다. 여기에 텃밭에서 막 뜯어 온 대파를 쫑쫑 썰어 넣어 줍니다. 통조림 햄도 꺼내 필요한 만큼 썰어 노릇노릇 앞뒤로 구워놓습니다. (솔직히 샌드위치 용 햄 대신입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저에게 요리는 대체 가능이라고 했습니다. 버터를 녹여 계란물과 빵을 구우면 풍미가 더 좋지만 현재 저의 집에는 없습니다. 그러니 식용유를 이용할 밖에요. 미리 예열한 프라이팬에 적당량의 기름을 두르고 계란물을 부어 고르게 펴 줍니다. 그 위에 반 자른 빵을 사이좋게 나란히 놓습니다. 이때 빵의 한 면을 계란물에 적셔 뒤집어 놓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뒤집어 구울 때 계란 물이 입혀져 더 촉촉하고 노릇노릇한 먹음직스러운 때깔이 나옵니다.
적당히 계란이 익었다 싶으면 뒤집어 주세요. 뒤집어서 펼쳐진 계란을 빵 위로 다소곳하게 모아 줍니다. 그럼 토스트 그대로의 모습과 속에 꽉 찬 느낌까지 좋아요. 계란을 다 모았다면 미리 구워놓은 햄을 가지런히 올리고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케첩을 찍 짜 뿌려줍니다. 반대편에는 뽀얀 체다치즈를 올려줬습니다.
빵이 서로 한 몸이라 착각에 빠져 있을 때쯤 반을 접어 각각의 빵이 품은 재료의 맛이 합체가 되게 합니다. 어때요? 간단하죠. 여기에 텃밭에서 바로 공수해 온 토마토와 블루베리로 데코레이션 하면 비주얼도 끝장입니다.
토마토는 정말 설탕을 뿌린 듯 달달했고 블루베리는 새콤달콤해 살짝 느끼할 수 있는 샌드위치와 천상의 맛을 선물 받았습니다. 주말 아침 이토록 여유롭고 여유롭게 간단했지만 어떤 음식보다 풍성함을 맛보고 즐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