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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뚱 Aug 03. 2023

다시 찾은 서울

여름의 서울은 잠시 잊기로 해요.

폭염경보가 내려진 날. 우리는 과거와 만나는 시간을 선택했습니다.


간단 씨의 여름휴가와 아무거나 군의 여름 방학 기간입니다. 온 가족이 함께 여행하길 원했던 아무거나 군의 바람 대 지금 우리는 여행 중입니다. 코로나로 뜻하지 않게 발목이 잡혔던 많은 사람이 해외로 나간다고 하던데 우리의 해외여행은 마음 안에 보관했습니다. 대신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로 왔습니다.


간단 씨는 더운 날 여행보다 에어컨 풀 가동한 시원한 내 집에서 맛있는 거 먹고 편안하게 쉬며 보내길 원했습니다. 속상했습니다. 하나뿐인 아들이 바라는데 무심한 아버지는 본인의 욕구에만 충실한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근데 지금에야 간단 씨의 요구를 받아들이다는 반성의 시간을 가집니다.


기차 여행이 좋다는 아무거나 군. 거리가 있으니 늦게 시작하면 하루의 절반 이상을 허투루 날려버릴 수 있으니 새벽에 출발했습니다. 새벽 시간이라 공기는 아직 데워지지 않았고 시원한 기차로 이동해 더위를 느낄 시간이 없었습니다. 기차에서 아무거나 군과 저는 체스를 뒀고 책도 읽으면 여행의 여유로움을 나름대로 즐겼습니다. 이글이글 데워지는 바깥세상의 열기는 깜빡 잊고 말입니다.


서울역에 도착해 지하철 타는 곳으로 이동하는 짧은 시간에 잊고 있었뜨겁게 데워진 열기는 빠르게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좀처럼 땀을 흘리지 않던 아무거나 군의 얼굴에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니다.


이번 여행에는 아무거나 군이 가고 싶은 곳과 제가 계획한 곳으로 나눴습니다. 지금 한창 우리 역사와 세계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아무거나 군을 위해서라는 저의 불손한 의도가 숨어 있는 여행지로 선택했니다.


그 계획의 첫 단추가 고궁 관람이었습니다. 600여 년 전 조선의 왕들이 살았던 궁궐을 돌아보는 것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지금의 '나'가 살아갈 지혜를 얻는 시간일 거란 판단에서였습니다. 여기에 해설사님의 깊이 있는 지식과 맛깔난 해설이 합쳐지면 효과는 더 빛을 낼 거란 기대까지 보태졌습니다.


입장권을 구매하고 해설사 님을 기다리는 아주 짧은 동안에도 머리 좌우중앙으로 넘나드는 해를 감당하기가 버거웠습니다. 의도치 않게 몸속 깊이 숨겨둔 수분이 기어이 밖으로 비집고 나왔습니다. 텀블러에 채워 간 시원한 물은 배출되는 몸속 수분을 채우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걸 극도로 꺼리는 아무거나 군은 엄마가 좋아서 힘들어서 온몸을 치대 오는데 높은 당분이 함유된 음료를 끼얹은 것같이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었습니다. 


폭염경보로 70-80분 해설은 30분으로 단축 운영됐고 그늘이 드리운 곳을 찾아 걷고 쉬며 해설 듣기를 반복했습니다. 붉은 태양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듯 붉어진 피부는 따가웠습니다. 수분을 넣고 빼기를 무한 반복한 몸은 쉽게 지쳐습니다. 의미 있는 고궁 여행이었지만 여름은 음... 저는 아무거나 군에게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부는 날에 서울 여행은 다시 하는 걸로 이야기했습니다.


오늘도 뜨겁게 달궈진 길 위에 섰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이번 여행은 뜨겁게 달궈진 열기에 쉽게 지쳐 무척이나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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