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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핑크뚱 Oct 31. 2023

외모에 신경 쓰시네요

그동안 내 얼굴에 참으로 무심했구나!

선득한 기운에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제일 먼저 보일러를 가동해 차가운 공기를 데웠다. 아들이 춥다며 일찍 깰까 봐 걱정이 시킨 일이다.


출근 전까지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점검했다. 다림질할 옷이 있고 두부조림을 만들고 청소기를 돌려야 한다. 여기서 하나라도 흐트러지면 아침은 엉망이 된다.


나름 머릿속으로 정한 타임라인에 맞춰 하나하나 분주하게 해나가지만 느긋한 아들 에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해 마음이 조급했다.


나는 화장을 잘하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 그나마 코로나19 때는 마스크가 민망한 민낯을 가려줘 다행이었다. 이제는 엔데믹시대로 변하면서 마스크도 자연스럽게 쓰지 않고 있고 직장생활도 시작되어 간단한 화장이 필요했다. 그러니 평소보다 시간이 오분 이상은 더 필요했다.


이날도 집안일을 끝냈고 아들도 든든하게 아침을 먹여 빠르게 대문을 열고 등교와 출근을 하던 발걸음에 급제동이 걸렸다.

아, 입술 안 발랐다.

다시 집으로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며 한 말에 아들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한마디 했다.

엄마, 요즘 외모에 신경 많이 쓰시네요.

신경 쓴 다는 말에 갑자기 웃음이 났고 조금 심란해졌다. 네가 자라면서 경험한 엄마의 민낯이 살짝 바른 화장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모습으로 비취는구나 싶고, 그동안 내 얼굴에 참으로 무심했다는 생각에 살짝 심란한 그런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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